적어도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을 줄 알았는데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대니 잰슨(29·보스턴)이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에 양 팀 선수로 모두 출전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 잰슨은 류현진(37·한화)이 토론토에서 뛸 때 '전담 포수'를 맡았던 그 잰슨 맞습니다.
2018년 8월 13일(이하 현지시간) MLB 데뷔 이후 줄곧 토론토에서 뛰던 잰슨은 지난달 27일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 선수가 됐습니다.
문제(?)는 보스턴과 토론토 사이에 끝내지 못한 경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6월 26일 보스턴 안방 구장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경기에 잰슨은 토론토 선발 포수 겸 7번 타자로 출전했습니다.
그런데 잰슨이 타석에서 파울을 하나 날린 2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심판진은 1시간 48분을 기다린 뒤 일시정지 경기(서스펜디드 게임)를 선언했습니다.
서스펜디드 게임은 원칙적으로 같은 구장에서 똑같은 팀끼리 맞붙을 때 연속경기(더블헤더) 1차전으로 치르게 됩니다.
결국 두 팀은 잰슨이 이미 보스턴 소속으로 14경기를 뛴 26일이 되어서야 이 경기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서스펜디드 게임은 경기 중단 시점 상황부터 그대로 경기를 이어가야 합니다.
이 때문에 이날 경기 시작 전까지 펜웨이파크 전광판도 이미 보스턴 선수가 된 잰슨을 상대 팀 타자로 소개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한 경기만 트레이드를 무를 수는 없는 노릇.
토론토는 잰슨 타석에 돌턴 바쇼(28)를 대타로 내보냈습니다.
보스턴도 마이너리그 AAA 팀으로 내려보낸 이 경기 선발 포수 리즈 맥과이어(29) 자리에 잰슨을 투입했습니다.
그러면서 잰슨은 61일 18시간 35분 동안 중단됐던 이 경기 양 팀 라인업에 모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바쇼는 이 타석에서 결국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1스트라이크 상황에 타석에서 들어섰기 때문에 이 삼진은 바쇼 본인 기록으로 남습니다.
만약 2스트라이크였다면 잰슨이 포수로 자기 자신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걸로 기록지에 남았을 겁니다.
보스턴 7번 타자 자리에 이름을 올린 잰슨은 4타수 1안타를 쳤고 이 경기는 토론토의 4-1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잰슨은 경기 후 "야구는 정말 오래된 게임이고 온갖 일이 벌어지는데도 내가 이런 기록을 남긴 첫 선수라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런 멋진 역사의 일부가 될 기회를 얻었다는 게 신기하고 기쁘다"고 덧붙였습니다.
잰슨은 이 경기 도중 보스턴 저지를 한 번 갈아입었습니다.
한 벌은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으로 향하고 다른 한 벌은 본인이 간직할 계획입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서스펜디드 게임 11번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MLB에서는 퍽 흔한 편이다 보니 재미있는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납니다.
조엘 한라한(43)은 워싱턴 소속이던 2009년 5월 5일 안방 경기에서 10-10 동점이던 연장 11회초에 등판해 휴스턴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워싱턴의 11회말 공격 도중 빗줄기가 굵어져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이 나왔습니다.
한라한은 그해 6월 30일 트레이드를 통해 (나중에 한화에서 뛰게 되는) 나이저 모건(44) 등과 유니폼을 바꿔 입고 피츠버그 소속이 됩니다.
휴스턴은 그해 더 이상 워싱턴 방문 일정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경기는 7월 9일 휴스턴 안방 구장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이어지게 됩니다.
1사 1, 2루 상황에 한라한의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조시 바드(46)가 병살타성 타구를 치면서 그대로 이닝이 끝날 수도 있던 상황.
휴스턴 유격수 미겔 테하다(50)가 송구 실책을 저질렀고 그사이 대주자로 2루를 밝고 있던 모건이 홈을 밟았습니다.
그러면서 피츠버그 소속으로 필라델피아 방문 일정을 소화 중이던 한라한이, 워싱턴이 방문 구장에서 끝내기 승리를 거둔, 이 경기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