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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Vs  
 
작년에 이어 올해도 NLCS에서 휴스턴과 세인트루이스가 맞붙게 됐다. 지난해 NLCS에서는 세인트루이스가 휴스턴을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승 3패로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바 있다. 이번 시즌엔 어떤 시리즈가 펼쳐지게 될지 한번 몇 가지 기록 검토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역시 두드러진 차이는 양 팀의 공격력이다. 실제로 휴스턴은 이번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8개 팀 가운데 투수들의 구장 펫코 파크를 홈 구장으로 쓰는 샌디에이고를 제외하고 가장 적은 득점을 기록했다. 타자들의 구장으로 널리 알려진 미닛 메이드 파크를 홈으로 쓰면서도 말이다. 득점 순위는 NL 16개 팀 가운데 전체 11위.
 
 
그럼 공격력에서 양 팀이 어느 정도 차이를 보였는지부터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사실 양 팀이 지난 시즌에 이은 리턴 매치라고는 하지만, 작년 휴스턴의 공격을 이끌었던 카를로스 벨트란과 제프 켄트는 각각 메츠와 다저스로 이적했다. 게다가 팀의 간판 제프 배그웰마저 부상으로 인해 주전으로 나설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휴스턴의 공격력은 지난해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 결과 타격의 기본 스탯이라 할 수 있는 타율 / 출루율 / 장타율 모두 세인트루이스에 뒤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2루타와 홈런은 엇비슷한 기록이지만, 볼넷은 적고 삼진은 더 많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세인트루이스라고 해서 작년 멤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앨버스 푸홀스가 건재하기는 하지만, 스캇 롤렌이 빠져 있다. 하지만 롤렌의 공백으로 아브라함 누네즈가 맡고 있는 3루를 제외하고는 작년의 멤버에 비해 떨어지는 성적을 냈다고만은 할 수 없다. 야디 몰리나(포수), 마크 그루질라넥(2루수), 데이빗 엑스타인(유격수) 모두 지난 해의 마크 매서니, 토니 워맥, 에드가 렌테리아 등과 견줄 때 오히려 나으면 나았지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기록에서 보이듯, 타격은 사실 세인트루이스가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레지 샌더스 선수 같은 경우 디비전 시리즈 최다 타점 신기록을 세울 만큼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세인트루이스가 점수를 더 얻을 수 있는 원인이다. 푸홀스의 괴물 같은 스탯 (.556 / .692 / .778)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어서 투수 및 수비력이다.
 
 
 
사실 막강한 투수진은 휴스턴의 자랑이다. 앤디 페팃 - 로저 클레멘스 - 로이 올스왈트라는 선발 3각 편대는 MLB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통해 특급 마무리로 거듭난 브랜드 릿지 선수는 올해 더더욱 완성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휴스턴은 NL팀 가운데 최소 실점 1위 팀이다. 공격력과 마찬가지로, 타자들의 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특히 지난해와 달리 로테이션에 페팃 선수가 건재하다는 건 엄청난 어드벤티지가 아닐 수 없다. 그는 ATL의 존 스몰츠에 1승 뒤진 기록으로 포스트 시즌 최다승 2위 기록을 가지고 있을 만큼 가을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리즈에서 최소 2번 이상 등판이 기대되는 만큼 순위가 바뀔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세인트루이스가 휴스턴에 뒤지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크리스 카펜터 선수의 존재는 상대에게 압박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오클랜드에서 건너온 마크 멀더 선수 역시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는 확실히 지난해의 제프 수판, 우디 윌리엄스 선수보다 상대에게 주는 무게감이라는 측면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본다. 마무리 투수 제이슨 이릉스하우젠 역시 건재하다. 게다가 시즌을 3차전으로 일찍 마무리짓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는 점 역시 세인트루이스에게는 잇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시리즈가 장기화될수록, 연장 18회를 치러야 했던 휴스턴 불펜의 피로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결국 요약하자면, 공격은 세인트루이스가 다소 위, 선발은 휴스턴이 우위다. 불펜진에 있어선 이링스하우젠보다 릿지에게 점수를 더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릿지는 이번 시즌 휴스턴을 상대로 8.2 이닝 동안 무실점이었다. 탈삼진은 무려 14개에 달았다. 말 그대로 막강이었다. 반면 이링스하우젠 선수는 휴스턴의 홈구장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고전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지난해 NLCS에서도 부진했던 과거도 있다.
 
결국 승부는 세인트루이스 타선이 휴스턴의 막강 선발진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본다. 어차피 휴스턴은 많은 점수를 뽑을 수 있는 팀이 못 된다. 따라서 점수를 앞선 채 경기 후반으로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릿지를 상대해서 역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거꾸로 휴스턴으로선 경기 초반 몇 점이라도 타선이 올려준다면 막강한 선발진을 앞세워 편안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 선발진이 승리를 위해서는 그렇게 많은 점수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비진에 있어서도 휴스턴보다 세인트루이스가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도 휴스턴이 승리를 위해 그리 많은 점수를 뽑아낼 것까지는 없을 걸로 보인다.
 
단기전에서는 막강한 선발 에이스가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들 한다. 그런 점에서 타 팀에서 충분히 에이스라 불릴 만한 세 선수를 동시에 보유한 휴스턴이 다소 유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살펴봤듯, 그것도 공격력이 수반될 때의 이야기다. 게다가 세인트루이스의 공격력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승부를 예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누가 미쳐주느냐에 따라 시리즈 향방이 결정될 걸로 보인다. 세인트루이스 타자들이 미칠지, 아니면 휴스턴의 투수들이 미쳐줄지, 그 점을 살펴보는 역시 시리즈 관전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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