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꼭 치러야 될 기말고사 한 과목 있어서 데이트도 미뤘는데, 결국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공부하다가(?) 손가락 닿는 대로 치다 보니 이런 글이 나왔습니다. 사실 꼭 한번 하고 싶었지만, 다른 팀 사정을 잘 알 수가 없고, 안다손 치더라도 8개 팀을 모두 정리할 만큼 부지런하지 못하다는 걸 알기에 망설였었는데, 어찌됐든 되는 대로 질러 버리기로 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하루나 이틀에 한번씩 8개 팀을 이번 시즌 순위대로, 단 제가 응원하는 현대와 기아의 순서만 바꾸어 현대를 맨 마지막에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뜻밖에 부지런함이 발휘될지, 아니면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하고 저의 '지우기 신공'이 발휘될지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하게 이런 글을 쓸 때면 꼭 반말이 튀어나오는 버릇이 생겼으니, 양해 바랍니다.
역시 이번 시즌 삼성은 오승환의 팀이었죠. 파울볼에 가입한 이후 부지런히 다른 팀 경기도 챙겨본다고 챙겨봤는데,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많은 분들의, 특히 삼성 팬 여러분의 지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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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 하면 떠오르는 노래들 있잖습니까? 대표적으로 롯데의 <부산 갈매기> 같은 노래 말입니다. 삼성이 <환희> 맞죠? 여러분의 응원팀은 어떤 노래인지도 좀 일러주시겠습니까?
계획대로라면, 하루나 이틀에 한번씩 8개 팀을 이번 시즌 순위대로, 단 제가 응원하는 현대와 기아의 순서만 바꾸어 현대를 맨 마지막에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뜻밖에 부지런함이 발휘될지, 아니면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하고 저의 '지우기 신공'이 발휘될지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하게 이런 글을 쓸 때면 꼭 반말이 튀어나오는 버릇이 생겼으니, 양해 바랍니다.
#0. 최강팀 삼성
2005시즌, 삼성은 시즌 내내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팀이었다. 결국 두산을 2.5 게임 차이로 제치고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시리즈에 직행했다. 한국 시리즈에서도 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꺾고 올라온 두산을 4:0으로 스윕하며 팀 역사상 세 번째, 한국 시리즈를 거쳐서는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최강팀, 삼성의 성공 요인을 한번 알아보자.
이번 시즌 1위 팀답게 안정적인 기록이다. 614득점은 한화에 이은 리그 2위 기록이며, 실점 역시 리그 최소 3위다. 통념처럼 대구 구장이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면, 이는 타자들보다 투수들을 칭찬해야 마땅한 일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그만큼 투수진, 특히 불펜진의 활약이 대단했다.
이는 피타고리안 승률과의 차이를 통해 드러난다. 피타고리안 승률로 계산된 승수보다 승은 2개 늘어난 데 비해 패는 6개나 감소했다. 무승부를 고려할 때, 이겨야 할 경기를 비긴 것보다 질 경기를 비긴 경우가 많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점차 이내의 박빙 상황에서 31승 16패, 승률 .660의 무시무시한 승률을 올렸다는 점 역시 불펜진의 공이다.
#1. 공격과 수비
그럼 정말 그러한지 공격과 수비 부분을 나누어 알아보도록 하자. 다음은 이번 시즌 삼성의 공격과 수비 부문 기록이다.
수비에서 2루타를 약 12% 정도 더 많이 허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수비 측의 승리다. OPS로 비교할 때 약 53포인트 정도의 차이다. 구장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구할 때, 공격진은 리그 평균에 비해 약 23점을 더 생산해 낸 반면, 수비에서는 실점을 41점 가량 줄였다.
-1; 수비력의 승리
이렇듯 수비가 줄어든 제 1 원동력은 투수진의 삼진이다. 투수진이 엮어낸 875개는 리그 1위 기록이다. K/9에 있어서도 두산의 6.98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6.97로 2위다. 반면 볼넷은 387개밖에 허용하지 않으며 K/BB 2.26이라는 굉장히 훌륭한 기록을 찍었다. 물론 이는 리그 1위 기록이다. (2위는 롯데 투수진의 2.00이다.) 볼이 인플레이되는 상황을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상대 타자를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공이 인플레 됐다고 해도, 타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삼성의 그물망 수비진이었다. 비고에 표시된 건 공격의 경우 BABIP, 수비는 DER이다. 삼성 수비진의 이번 시즌 DER은 .716, 이는 SK의 .722에 이은 2위 기록이다. 말하자면, 타구가 인플레이 된 경우 28.4%의 타구만이 안타로 연결됐다는 뜻이다. 그 결과 사사구가 포함된 삼성 투수진의 WHIP은 1.32, 물론 리그 최소 기록이다.
장타 허용률 .378은 리그 평균 수준밖에 안 되지만, 홈구장이 대구라는 걸 감안했을 때 사실 준수한 수치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볼의 인플레이를 최대한 막아 버리고, 인플레이 된 타구를 효율적으로 잡아 처리하고, 설사 안타를 얻어맞는다 해도 장타를 그리 많이 허용하지 않는다. 이보다 실점을 줄일 수 있는 조건은 없다. 이건 홈구장이 대구가 아니라 그 어느 곳이라도 그렇다.
-2; 무시못할 타선
그렇다고 득점 2위를 차지한 공격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2005시즌 삼성 타선의 타격 라인은 .268/ .357/ .391이었다. GPA로는 .258, 리그 3위 기록이다. 이는 장타력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다. 실제로 .357의 출루율은 리그 1위 기록이다. 하지만 .123에 그친 ISO(장타율-타율)는 리그 5위. 삼성보다 아래 있는 팀이 기아, 롯데, 두산이라는 걸 감안하면 삼성 팬들이 시즌 내내 '뻥야구'를 그리워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실제로 .123의 ISO는 삼성 팬들이 암흑기라 지칭하는 '96시즌의 .121이래 최저 기록이다. 111개의 팀 홈런 기록 역시 리그 4위, 평균 수준밖에 못 된다.
하지만 .357이라는 높은 출루율은 그만큼 많은 득점 기회를 제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리 많은 득점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1경기당 13.7 명이 출루하며 1위를 차지했다. 사실 득점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기록은 ISO이다. 그런 의미에서 낮은 ISO를 상쇄할 만한 많은 출루를 기록한 삼성 타자들의 선구안을 칭찬해야겠다. 팀타율 .268은 사실 리그 1위에 비해 2포인트 뒤졌을 뿐이며, 고의 사구를 포함한 500개의 볼넷은 리그 1위다. 하지만 분명 '뻥야구'의 실종이 오히려 득점을 줄였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건 실제로 삼성팬들의 '염장'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2. Rise and Fall
-1 ; 타자 부분
그럼 이제 몇몇 주목할 만한 선수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지난 시즌 FA로 영입한 심정수와 박진만 선수다.
심정수가 올해 부진했다고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기대치 때문이라고 본다. 그는 똑같은 아웃 카운트를 소비한 선수에 비해 27점이나 더 창출해 냈다. 이는 리그 5위 기록으로 최상급이다. 그밖에 홈런 28(2), 타점 87(3) 등의 주요 기록에서도 리그 최상위권이다. 물론 이 기록은 팀내 1위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이름이 심정수이기에, 팬들의 기대치가 남다르기에 그의 올 시즌 기록이 다소 부진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의 그 어느 타자도 이만한 생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박진만 선수의 경우,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 결과 타격 기록 역시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작년과 비교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작년은 특수한 해였다. 그리고 공격에서의 생산력뿐 아니라 수비에서 그가 가져온 안정세를 감안한다면, 이런 기록 이상의 효과를 삼성 구단에 안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작년 삼성의 주전 유격수였던 조동찬의 RCAA는 -14였다. 박진만 선수가 부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삼성은 유격수 자리에서 13점이나 손해를 덜 본 셈이다.
하지만 올해 조동찬은 작년의 조동찬과 완전히 다르다. 이제 그는 당당히 골든 글러버 레벨의 선수로 성장했다. 조거포, 조드리게스 등의 별명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별명이 보여주듯, 이제 언젠가 30홈런 이상을 기대해도 좋을 만한 타자로 확실히 성장했다. 또한 1번 타순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보이며, 삼성 타순 운영에 숨통을 트여주기도 했고, 다양한 포지션으로도 출장하며 전체적인 로스터를 짜는데 있어 선택의 폭을 넓여주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적어도 확실히 삼성에서, 최고의 기량발전상은 단연 그의 몫이다.
하지만 뜨는 별이 있으면, 지는 별도 있는 법. 양준혁의 몰락은 많은 삼성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몇몇 통산 최다 기록을 갈아 치우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올해 그의 행보는 확실히 씁쓸하게 느껴졌다. 우스갯소리로 그가 3할을 못 쳐야 팀이 우승한다고는 하지만, 그의 타율은 눈을 씻고 다시 보게 만들었고, 이제 9명의 양준혁으로 한 팀을 만든다고 해봐야 겨우 5할을 겨우 넘길 수준의 타자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작년엔 무려 .768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언제든 보란 듯 일어선 그이기에, 아직 그의 노쇠화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2 ; 투수부분
이어서 투수다.
투수진에 있어선 여전히 배영수의 존재가 돋보였다. 비록, 작년에 비해 부진한 모습이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는 방어율 2위를 비롯, 각종 타이틀 순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비록 부상의 여파가 있었다고는 해도, 후반기에 단 2승 추가에 그친 건 분명 안타까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전반기에 그는 다른 투수들에 비해 25점을 더 지켜낸 투수였지만, 후반기엔 단 4점밖에 더 막아내지 못했다. (전/후반기 투수들이 실점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시즌 전체 28과는 다소 차이가 생깁니다.) 수비진의 능력과 무관한 투수의 능력치를 알아보는 FIP에 따르면 전반기엔 2.79, 후반기엔 3.60이었다.
또한 임창용의 몰락 역시 관과할 수 없는 요소다. 물론 지난 겨울에 벌어졌던 많은 사건의 여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임창용의 모습이 아니다. 무어라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망가졌다. 그것이 지난 시절의 혹사 때문이든 그 어떤 이유였든 확실히 올해 임창용은 별 볼일 없는, 아니 확실히 기용 가치가 없는 투수였다.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일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확실히 올해 임창용의 연봉은 실력에 비해 턱없이 높았다.
임창용뿐 아니라, 경우는 다르지만, 삼성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던 또 한명의 투수는 권오준이었다. 5월까지만 해도 시즌이 끝나면 세이브왕을 차지할 것만 같던 그가 흔들거렸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시 한번 혈행장애의 공포가 업습하는 듯한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6월 26일까지 두산 정재훈(19S)에 이어 세이브 부분 2위를 달리던 그였지만, 이후 단 하나의 세이브도 추가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한국 시리즈에서 그의 모습은 이런 걱정이 어느 정도 기우(杞憂)였음을 확인시켜줬다. 게다가 권오준이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옴으로써 삼성은 또 하나의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그 보물은 다름 아닌 '철가면' 오승환이다. 대졸 신인 오승환 선수는 이번 시즌 강력한 MVP 후보로까지 언급될 정도로, 결코 신인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트리플더블'이라는 기자들의 조악한 차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그의 활약은 너무도 눈이 부셨다. 만약 그가 없었더라면, 삼성의 1위 수성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그가 기록한 RSAA +38은 손민한 선수의 +33을 뛰어 넘는 리그 최고 기록이다. 삼성을 제외한 많은 팬들은 분명 오승환 선수에게 지독한 2년차 징크스가 찾아오길 바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이미 그런 것쯤 아무 상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3. 나가면서 ;
삼성의 이번 시즌 승/패 기록을 확인해 보면 와 같다. 위쪽이 승리 아래쪽이 패배다. 연패에 빠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초반에 벌어 놓은 게 많았다. 삼성 팬들은 끊임없이 불안감을 드러냈지만, 정규 시즌 1위를 지켜내고 또 한국 시리즈까지 거머쥔 팀이 바로 삼성이다. 그만큼 필요할 때, 이겨야 할 때는 확실히 이겼다는 뜻일 수도 있다. 전통적인 강팀이었으면서도 정작 한국 시리즈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삼성 라이온즈. 이제 그 빛나지만 씁쓸했던 과거는 찬란한 현재로 충분히 보상받은 셈이 됐다. 게다가 조동찬, 오승환이라는 좀더 화려한 미래까지 이미 보장받은 상태다. 내년에도 올해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래서 공공의 적으로 남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
2005시즌, 삼성은 시즌 내내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팀이었다. 결국 두산을 2.5 게임 차이로 제치고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시리즈에 직행했다. 한국 시리즈에서도 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꺾고 올라온 두산을 4:0으로 스윕하며 팀 역사상 세 번째, 한국 시리즈를 거쳐서는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최강팀, 삼성의 성공 요인을 한번 알아보자.
이번 시즌 1위 팀답게 안정적인 기록이다. 614득점은 한화에 이은 리그 2위 기록이며, 실점 역시 리그 최소 3위다. 통념처럼 대구 구장이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면, 이는 타자들보다 투수들을 칭찬해야 마땅한 일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그만큼 투수진, 특히 불펜진의 활약이 대단했다.
이는 피타고리안 승률과의 차이를 통해 드러난다. 피타고리안 승률로 계산된 승수보다 승은 2개 늘어난 데 비해 패는 6개나 감소했다. 무승부를 고려할 때, 이겨야 할 경기를 비긴 것보다 질 경기를 비긴 경우가 많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점차 이내의 박빙 상황에서 31승 16패, 승률 .660의 무시무시한 승률을 올렸다는 점 역시 불펜진의 공이다.
#1. 공격과 수비
그럼 정말 그러한지 공격과 수비 부분을 나누어 알아보도록 하자. 다음은 이번 시즌 삼성의 공격과 수비 부문 기록이다.
수비에서 2루타를 약 12% 정도 더 많이 허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수비 측의 승리다. OPS로 비교할 때 약 53포인트 정도의 차이다. 구장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구할 때, 공격진은 리그 평균에 비해 약 23점을 더 생산해 낸 반면, 수비에서는 실점을 41점 가량 줄였다.
-1; 수비력의 승리
이렇듯 수비가 줄어든 제 1 원동력은 투수진의 삼진이다. 투수진이 엮어낸 875개는 리그 1위 기록이다. K/9에 있어서도 두산의 6.98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6.97로 2위다. 반면 볼넷은 387개밖에 허용하지 않으며 K/BB 2.26이라는 굉장히 훌륭한 기록을 찍었다. 물론 이는 리그 1위 기록이다. (2위는 롯데 투수진의 2.00이다.) 볼이 인플레이되는 상황을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상대 타자를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공이 인플레 됐다고 해도, 타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삼성의 그물망 수비진이었다. 비고에 표시된 건 공격의 경우 BABIP, 수비는 DER이다. 삼성 수비진의 이번 시즌 DER은 .716, 이는 SK의 .722에 이은 2위 기록이다. 말하자면, 타구가 인플레이 된 경우 28.4%의 타구만이 안타로 연결됐다는 뜻이다. 그 결과 사사구가 포함된 삼성 투수진의 WHIP은 1.32, 물론 리그 최소 기록이다.
장타 허용률 .378은 리그 평균 수준밖에 안 되지만, 홈구장이 대구라는 걸 감안했을 때 사실 준수한 수치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볼의 인플레이를 최대한 막아 버리고, 인플레이 된 타구를 효율적으로 잡아 처리하고, 설사 안타를 얻어맞는다 해도 장타를 그리 많이 허용하지 않는다. 이보다 실점을 줄일 수 있는 조건은 없다. 이건 홈구장이 대구가 아니라 그 어느 곳이라도 그렇다.
-2; 무시못할 타선
그렇다고 득점 2위를 차지한 공격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2005시즌 삼성 타선의 타격 라인은 .268/ .357/ .391이었다. GPA로는 .258, 리그 3위 기록이다. 이는 장타력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다. 실제로 .357의 출루율은 리그 1위 기록이다. 하지만 .123에 그친 ISO(장타율-타율)는 리그 5위. 삼성보다 아래 있는 팀이 기아, 롯데, 두산이라는 걸 감안하면 삼성 팬들이 시즌 내내 '뻥야구'를 그리워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실제로 .123의 ISO는 삼성 팬들이 암흑기라 지칭하는 '96시즌의 .121이래 최저 기록이다. 111개의 팀 홈런 기록 역시 리그 4위, 평균 수준밖에 못 된다.
하지만 .357이라는 높은 출루율은 그만큼 많은 득점 기회를 제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리 많은 득점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1경기당 13.7 명이 출루하며 1위를 차지했다. 사실 득점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기록은 ISO이다. 그런 의미에서 낮은 ISO를 상쇄할 만한 많은 출루를 기록한 삼성 타자들의 선구안을 칭찬해야겠다. 팀타율 .268은 사실 리그 1위에 비해 2포인트 뒤졌을 뿐이며, 고의 사구를 포함한 500개의 볼넷은 리그 1위다. 하지만 분명 '뻥야구'의 실종이 오히려 득점을 줄였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건 실제로 삼성팬들의 '염장'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2. Rise and Fall
-1 ; 타자 부분
그럼 이제 몇몇 주목할 만한 선수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지난 시즌 FA로 영입한 심정수와 박진만 선수다.
심정수가 올해 부진했다고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기대치 때문이라고 본다. 그는 똑같은 아웃 카운트를 소비한 선수에 비해 27점이나 더 창출해 냈다. 이는 리그 5위 기록으로 최상급이다. 그밖에 홈런 28(2), 타점 87(3) 등의 주요 기록에서도 리그 최상위권이다. 물론 이 기록은 팀내 1위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이름이 심정수이기에, 팬들의 기대치가 남다르기에 그의 올 시즌 기록이 다소 부진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의 그 어느 타자도 이만한 생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박진만 선수의 경우,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 결과 타격 기록 역시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작년과 비교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작년은 특수한 해였다. 그리고 공격에서의 생산력뿐 아니라 수비에서 그가 가져온 안정세를 감안한다면, 이런 기록 이상의 효과를 삼성 구단에 안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작년 삼성의 주전 유격수였던 조동찬의 RCAA는 -14였다. 박진만 선수가 부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삼성은 유격수 자리에서 13점이나 손해를 덜 본 셈이다.
하지만 올해 조동찬은 작년의 조동찬과 완전히 다르다. 이제 그는 당당히 골든 글러버 레벨의 선수로 성장했다. 조거포, 조드리게스 등의 별명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별명이 보여주듯, 이제 언젠가 30홈런 이상을 기대해도 좋을 만한 타자로 확실히 성장했다. 또한 1번 타순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보이며, 삼성 타순 운영에 숨통을 트여주기도 했고, 다양한 포지션으로도 출장하며 전체적인 로스터를 짜는데 있어 선택의 폭을 넓여주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적어도 확실히 삼성에서, 최고의 기량발전상은 단연 그의 몫이다.
하지만 뜨는 별이 있으면, 지는 별도 있는 법. 양준혁의 몰락은 많은 삼성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몇몇 통산 최다 기록을 갈아 치우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올해 그의 행보는 확실히 씁쓸하게 느껴졌다. 우스갯소리로 그가 3할을 못 쳐야 팀이 우승한다고는 하지만, 그의 타율은 눈을 씻고 다시 보게 만들었고, 이제 9명의 양준혁으로 한 팀을 만든다고 해봐야 겨우 5할을 겨우 넘길 수준의 타자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작년엔 무려 .768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언제든 보란 듯 일어선 그이기에, 아직 그의 노쇠화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2 ; 투수부분
이어서 투수다.
투수진에 있어선 여전히 배영수의 존재가 돋보였다. 비록, 작년에 비해 부진한 모습이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는 방어율 2위를 비롯, 각종 타이틀 순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비록 부상의 여파가 있었다고는 해도, 후반기에 단 2승 추가에 그친 건 분명 안타까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전반기에 그는 다른 투수들에 비해 25점을 더 지켜낸 투수였지만, 후반기엔 단 4점밖에 더 막아내지 못했다. (전/후반기 투수들이 실점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시즌 전체 28과는 다소 차이가 생깁니다.) 수비진의 능력과 무관한 투수의 능력치를 알아보는 FIP에 따르면 전반기엔 2.79, 후반기엔 3.60이었다.
또한 임창용의 몰락 역시 관과할 수 없는 요소다. 물론 지난 겨울에 벌어졌던 많은 사건의 여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임창용의 모습이 아니다. 무어라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망가졌다. 그것이 지난 시절의 혹사 때문이든 그 어떤 이유였든 확실히 올해 임창용은 별 볼일 없는, 아니 확실히 기용 가치가 없는 투수였다.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일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확실히 올해 임창용의 연봉은 실력에 비해 턱없이 높았다.
임창용뿐 아니라, 경우는 다르지만, 삼성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던 또 한명의 투수는 권오준이었다. 5월까지만 해도 시즌이 끝나면 세이브왕을 차지할 것만 같던 그가 흔들거렸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시 한번 혈행장애의 공포가 업습하는 듯한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6월 26일까지 두산 정재훈(19S)에 이어 세이브 부분 2위를 달리던 그였지만, 이후 단 하나의 세이브도 추가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한국 시리즈에서 그의 모습은 이런 걱정이 어느 정도 기우(杞憂)였음을 확인시켜줬다. 게다가 권오준이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옴으로써 삼성은 또 하나의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그 보물은 다름 아닌 '철가면' 오승환이다. 대졸 신인 오승환 선수는 이번 시즌 강력한 MVP 후보로까지 언급될 정도로, 결코 신인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트리플더블'이라는 기자들의 조악한 차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그의 활약은 너무도 눈이 부셨다. 만약 그가 없었더라면, 삼성의 1위 수성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그가 기록한 RSAA +38은 손민한 선수의 +33을 뛰어 넘는 리그 최고 기록이다. 삼성을 제외한 많은 팬들은 분명 오승환 선수에게 지독한 2년차 징크스가 찾아오길 바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이미 그런 것쯤 아무 상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3. 나가면서 ;
삼성의 이번 시즌 승/패 기록을 확인해 보면 와 같다. 위쪽이 승리 아래쪽이 패배다. 연패에 빠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초반에 벌어 놓은 게 많았다. 삼성 팬들은 끊임없이 불안감을 드러냈지만, 정규 시즌 1위를 지켜내고 또 한국 시리즈까지 거머쥔 팀이 바로 삼성이다. 그만큼 필요할 때, 이겨야 할 때는 확실히 이겼다는 뜻일 수도 있다. 전통적인 강팀이었으면서도 정작 한국 시리즈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삼성 라이온즈. 이제 그 빛나지만 씁쓸했던 과거는 찬란한 현재로 충분히 보상받은 셈이 됐다. 게다가 조동찬, 오승환이라는 좀더 화려한 미래까지 이미 보장받은 상태다. 내년에도 올해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래서 공공의 적으로 남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
역시 이번 시즌 삼성은 오승환의 팀이었죠. 파울볼에 가입한 이후 부지런히 다른 팀 경기도 챙겨본다고 챙겨봤는데,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많은 분들의, 특히 삼성 팬 여러분의 지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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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 하면 떠오르는 노래들 있잖습니까? 대표적으로 롯데의 <부산 갈매기> 같은 노래 말입니다. 삼성이 <환희> 맞죠? 여러분의 응원팀은 어떤 노래인지도 좀 일러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