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차피 공부도 제대로 안 되는 거, 서튼 선수의 골든 글러브 수상에 감격해 하며, 두산 편도 쓸까 합니다. 그밖에도 안쌤이랑 손시헌 선수가 수상해서 정말 기쁘네요. ^^ 그럼 두산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말이 짧습니다.
- 이렇게 쓰기 시작한 게 꽤 됐는데, 중간에 시험도 하나 치르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 보니 시각이 꽤 늦었네요. 여전히 눈은 퉁퉁 부었고, 충혈이 되었고, 따갑습니다. 흠, 그래도 글은 마무리 지었으니 올리겠습니다. 그럼 두산입니다.
내년부터 정말 자주 보게 될 것 같은 두산이지만, 올해는 솔직히 리오스 선발 경기,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만 열심히 봤습니다. 주제 넘은 얘기도 몇 마디 쓴 것 같은데, 역시나 저와 함께 할 '두산 팬' 여러분의 많은 지적 바랍니다. 삼성을 보니, 오타가 엄청 나더군요. ^^ 그것부터 지적좀 ^^;
그리고 아무리, 아무리 두산을 좋아하게 된대도 현대보다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이렇게 쓰기 시작한 게 꽤 됐는데, 중간에 시험도 하나 치르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 보니 시각이 꽤 늦었네요. 여전히 눈은 퉁퉁 부었고, 충혈이 되었고, 따갑습니다. 흠, 그래도 글은 마무리 지었으니 올리겠습니다. 그럼 두산입니다.
# 0. 미라클 허슬 두
미라클(Miracle), 허슬(Hustle) 이 두 낱말보다 이번 시즌 두산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낱말은 없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해도 좋을 만큼 두산의 선전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시즌 개막전, 그 어느 전문가도 두산이 한국 시리즈에 오를 것이라 전망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즌 초부터 삼성과 함께 2강 체제를 구축했고, 한때 SK에 2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며 시즌 최종일 시즌을 2위로 확정지었다. 정말 기적, 감동 그 자체였다.
두산의 이번 시즌 승패는 와 같다. 중반의 침체기와 막판 기적을 일궈낸 순간이 대비된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기적을 이러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두산의 대략적인 팀 기록이다.
# 1. 팀 기록 일반
역시 가장 주목할 만한 건 실점이다. 465실점은 리그 최소 기록이다. 사실 득점력도 리그 4위권으로 딱히 떨어진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비진과 비교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두산 타선은 리그 평균에 비해 겨우 12점 정도를 더 뽑아냈을 뿐이다. 추가적인 1승에 필요한 점수가 대략 10점이라고 봤을 때, 한 경기 정도 공격력에서 더 승리를 챙길 수 있을 정도의 점수였다. 반면, 수비진은 평균에 비해 102점이나 더 줄였다. 10패 정도를 줄였다는 뜻이다.
박빙 경기에서 생각보다 승률이 높지 않기는 하지만, 이는 불펜진이 무너졌다기보다, 타선에서 추가적인 점수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임을 지난 번 拙稿에서 밝힌 바 있다. 기본적으로 박빙 경기가 너무 많다. 그래도, 많은 양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효율적인 득점과 탄탄한 투수력, 그리고 안정적인 수비. 두산은 잠실이라는 홈구장을 제대로 활용하며 당당히 리그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한번, 두산의 공격과 수비를 좀더 차근히 뜯어보자.
# 2. 공격과 수비
-1 ; 소총부대
사실 두산은 한화와 함께 팀 타율 공동 1위 팀(.270)이다. 하지만 내막을 뜯어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기다린다. 출루율(.351)은 리그 3위로 무난한 편이지만, 장타율(.365)는 단연 리그 꼴찌다. 비록 홈구장이 잠실이라고는 하지만, 홈구장을 함께 쓰는 LG의 (.389) 기록보다도 떨어진다. 더구나 1할에도 못 미치는 팀 ISO(.095)는 이 팀이 얼마나 장타력 부재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팀의 홈런 1위는 11개를 날린 홍성흔 선수이며, 공동 2위는 똑같이 10개를 기록한 김동주와 문희성.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이 세 명이 전부다.
하지만 '뻥야구'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 팀 공격의 핵심은 집중력과 응집력이다. 884개의 단타는 2위 삼성(839)보다 45개나 많은 수치다. 그리고 미세한 차이기는 하지만 %포인트로는 약 1% 포인트 정도, 개수로는 38개 차이로 타구를 우측으로 가장 많이 날려 보낸 구단이 바로 두산이다. 특히 스위치 히터를 제외한 우타자의 경우에도 36%의 타구를 우측으로 날려 보내며, %포인트로는 1%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타구수로는 무려 284개의 차이를 보였다. 그만큼 선수들이 팀 배팅에 치중했다는 뜻이다. ‘똑딱이 야구’를 제대로 구사한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응집력 또한 뛰어나다. 그 중심엔 '안쌤' 안경현 선수와 허슬 두 이미지의 표상 '홍성흔' 선수가 있었다. 스포츠 서울에서 제공하는 득점권 타율에 의하면, 안경현 선수(62타점)의 득점권 타율은 .346, 이는 시즌 평균 .293에 비해 53 포인트나 높다. 홍성흔 선수(74타점) 역시 .290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 시즌 타율 .272에 비해 18 포인트 높은 기록을 보였다. 성공 가능 확률만 보면, 이는 타점 2위 김태균 선수를 앞서는 수치다. '문근영 오빠'로 불리기도 한 손시헌 선수 역시 시즌 타율보다 23 포인트 높은 .299를 득점권에서 기록하며 선배들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득실점차에 의한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적은 승수를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拙稿에서 밝혔듯, 이는 타선이 많은 점수를 뽑아내는 데 실패한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시즌 두산의 성공은 상당 부분 투수 및 수비진의 몫이다. 리그 최고 실점 팀의 저력을 한번 알아보자.
- 2; 안 주고 안 받기
위에서도 밝혔지만, 두산은 리그 평균에 비해 실점을 102점이나 줄였다. 세자릿수 이상 실점을 줄인 팀은 두산이 유일하다. 가장 큰 원인은 장타 허용을 억제한 데 있다. 이번 시즌 두산 투수진의 장타 허용률(.354) 및 순수 장타 허용률(.104)은 리그 최저 기록이다. 그만큼 홈구장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는 뜻이다.
두산 투수진의 땅볼/뜬공 아웃 비율은 0.91. 리그 최저 기록이다. 즉, 플라이볼 유도에 있어 리그 최상급이었다는 얘기다. 잠실에서 플라이 타구가 담장을 넘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플라이 타구 가운데 9.3%만이 홈런으로 기록됐다. 이런 구장에서 플라이 볼을 유도한다는 건 칭찬받을 일이다. 같은 구장을 쓰는 LG가 뜬공을 100개 가까이 적게 유도한 것이나, 뜬공 대비 3% 포인트 이상 홈런을 더 많이 허용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두산의 투수진의 WHIP(1.31)은 리그 3위 기록으로 결코 출루를 억제한 편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잔루 처리율 .733, 달리 말해 출루시킨 주자의 73.3%를 루상에 남긴 채 이닝을 끝냄으로써 최소 실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게다가 투수진의 기분을 나쁘게 할 만한 '적실'수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차이로 최소 1위를 기록했다. 겨우 39개밖에 기록되지 않은 수비진의 적실은 2위보다 12개나 적은 수치다. 이와 함께 .707에 달하는 DER 또한 두산의 자랑 거리, 수비의 핵 손시헌이 빛나는 부분이다.
# 2 . 아픈 타자와 아픈 투수
-1. 타자편 ;
이어서 몇몇 주목할 만한 선수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역시나 이 팀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타자, 김동주 선수부터 알아보자.
이런저런 잔부상을 달고 다니며, 김동주 선수는 규정 타석조차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적 수치 역시 팀내 상위권이다. 그만큼 실력이 출중한 탓도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타선에 '거포'가 부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위 '변비 야구'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는 '건강한' 김동주다. FA 대박이 걸려 있는 만큼, 내년 시즌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이건 오히려 두산 팬에게 안 좋은 소리일지도 -_-)
김동주 선수 역시 3할을 넘기긴 했지만, 규정 타석 미달이다. 김 선수를 제외하자면 두산 타자 가운데 달랑 한 타자만 3할을 넘겼다. 그럼에도 팀 타율 1위팀이 바로 두산이다. 참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임재철 선수, 팀의 중견수 자리를 꿰차며 멋진 활약을 펼쳐 보였다. 지난해 성적과 비교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좀더 부지런히 성장을 거듭, 1번 타자를 맡아주길 기원해 본다.
그리고 올해 이 선수 혼자 두산의 수비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손시헌 선수. 시즌 전체 도루가 2개밖에 안 될 정도로 주루 능력은 사실 떨어지는 선수다. 전혀 안 그렇게 생긴 선수가 사실 제법 느리다. 그런데도 수비할 때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포구 위치에 정확히 자리잡고 있는 '날쌘'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미스테리 선수다. 어느덧 박진만을 위협할 만한 수비와 타격을 갖추게 됐다. 군대도 안 가는 모양인데, 내년에도 철벽 내야를 이끌어 주길.
또 한명의 미들 인필더 '안쌤' 안경현 선수.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시즌 그의 타점은 놀라운 수준이다. 그러니까 양이라기보다 질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는 소리다. 2루수 가운데 가장 많은 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SK의 정경배 선수(63)다. 하지만 그보다 11경기나 적게 출장한 안경현의 타점은 겨우 하나 적은 62. 타석수가 82개나 차이난다는 걸 고려할 때 굉장한 수치다.
마지막으로 역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홍성흔 선수. 기록에서 보듯이 사실 이번 시즌 홍성흔 선수는 같은 양의 아웃 카운트를 소비한 타자들에 비해 평균적인 득점 창출력이 떨어진다. 지난 시즌에 비하면 현저한 하락이다. 물론, 지난 시즌엔 지명타자로 많은 경기에 나서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타점을 보자면 얘기는 달라진다. 역시나 찬스를 살리는데 있어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이럴 때가 사실 기록을 믿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2. 투수편 ;
계속해서 투수진. 먼저, 기아에서 이적해 온 이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리오스부터 시작하겠다.
세이버쟁이들은 FIP라는 메트릭을 가지고, 투수의 성적 변화를 예측하고는 한다. 그러니까 방어율보다 FIP가 높으면 성적 하락을, 거꾸로 방어율이 더 높으면 향상을 점치고는 한다는 얘기다. 구장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을 때, 기아에서 리오스의 FIP는 4.77로 방어율인 5.23보다 낮았고, 두산에서의 리오스는 2.70의 FIP를 기록 방어율(1.37)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 FIP는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의 약자다. 리오스처럼 다혈질인 선수에게 수비는 큰 영향을 끼쳤던 모양이다. 믿고 기다려주지 못하는 정 단장도 함께 말이다. 덕분에, 삼성만 웃었다.
언젠가도 한번 썼지만, 오승환 선수가 삼성에 끼친 영향과 두산이 잘나가는 데 이재우 선수가 끼친 영향력은 거의 같다고 믿는다. 제 아무리 홈구장이 잠실이라고 해도, 거의 100이닝을 1점대 후반의 방어율로 막아주는 '마당쇠' 투수를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두산처럼 많은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타선으로 짜여진 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군문제와 관련해 묘한 의문에 휩싸여 있는데, 정말 몸에 문제가 심각한 게 아니라면, 좋은 쪽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이재우 선수 말고도 또 한명의 선수가 두산의 뒷문을 확실히 지켜냈다. 물론 김성배 선수의 역할도 쏠쏠했다. 하지만 역시 이재우와 정재훈이다. 사실 정재훈은 작년에도 저평가 되었을 뿐, 영 쓸모없는 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작년보다 겨우 3점을 더 막아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3점의 가치가 남다르다. 9회는 정말이지 너무 많은 이들이 일어날 수 있는 이닝이니까 말이다. 정말, 그 누가, 2005년 세이브왕으로 이 이름을 생각하고 있었겠는가? 아마, 두산 코칭 스태프도 아니었을 것이다.
또 하나 빼먹을 수 없는 이름, 박명환. 그는 전반기만해도 배영수, 손민한 선수 등과 함께 이른바 빅3 체제를 구축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후반기에 그는 '인저리 프론'의 모습을 다시금 드러내고야 말았다. 7월 19일 이후 그는 겨우 20이닝을 던졌을 뿐이며, 기록된 디시젼(Decision) 역시 1승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이다. 이 기간 동안 방어율 4.50에 WHIP은 1.50에 달했다. 전반기 92 1/3이닝 동안 1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던 홈런도 세 개나 얻어맞았다. 그리고 그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도 스스로 무너지며 피안타 하나도 없이 패전 투수로 기록되고야 말았다. 1주일 등판 간격, 되도록 잠실 등판, 이런 모든 걸 지켜주면서까지 기용해야 하기에, 그는 너무도, 자주, 아프기만 한다.
# 3. 나가면서
두산은 올해도 팀 내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이재우)가 팀을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게 됐다. 그리고 어쩌면 내년에 FA로 풀리는 김동주, 박명환 선수 가운데 한명을 혹은 어쩌며 둘 다를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 그 자리를 놀랍도록 잘 채워왔다. 연습생 신분에 불과하던 손시헌은 이제 당당히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성장 중이고, 정재훈이라는 이름이 세이브 왕에 오를 거라고 예상했던 이들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팀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한국 시리즈의 승부를 가른 건 김대익 선수의 동점 홈런이었다고 본다. 이미 상당수의 선발이 라이업에서 제외된 이후, 그 타선으로 삼성의 불펜진을 공략하기는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건 다른 아닌 선수층의 두께 문제였다. 이렇게 있는 선수들도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 '창호지' 선수층으로 얼마나 더 잘 꾸려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이상하게, 두산은 쉽사리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기분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선수들이 멋지게 찾아들어와 괜찮은 성적을 올릴 것만 같다. 하지만 정작 정말 두터운 선수층을 만나서 무너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FA 3인방의 추운 겨울이 안타깝다. 그들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사실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팀웍‘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 것도 같다. 어차피 나 이팀을 떠날 텐데, 하는 마음가짐과 이 팀이 내 운명이라는 마음가짐은 분명 다르지 않을까? 그러니까 앞으로 자라날 선수들에게 말이다.
미라클(Miracle), 허슬(Hustle) 이 두 낱말보다 이번 시즌 두산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낱말은 없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해도 좋을 만큼 두산의 선전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시즌 개막전, 그 어느 전문가도 두산이 한국 시리즈에 오를 것이라 전망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즌 초부터 삼성과 함께 2강 체제를 구축했고, 한때 SK에 2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며 시즌 최종일 시즌을 2위로 확정지었다. 정말 기적, 감동 그 자체였다.
두산의 이번 시즌 승패는 와 같다. 중반의 침체기와 막판 기적을 일궈낸 순간이 대비된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기적을 이러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두산의 대략적인 팀 기록이다.
# 1. 팀 기록 일반
역시 가장 주목할 만한 건 실점이다. 465실점은 리그 최소 기록이다. 사실 득점력도 리그 4위권으로 딱히 떨어진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비진과 비교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두산 타선은 리그 평균에 비해 겨우 12점 정도를 더 뽑아냈을 뿐이다. 추가적인 1승에 필요한 점수가 대략 10점이라고 봤을 때, 한 경기 정도 공격력에서 더 승리를 챙길 수 있을 정도의 점수였다. 반면, 수비진은 평균에 비해 102점이나 더 줄였다. 10패 정도를 줄였다는 뜻이다.
박빙 경기에서 생각보다 승률이 높지 않기는 하지만, 이는 불펜진이 무너졌다기보다, 타선에서 추가적인 점수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임을 지난 번 拙稿에서 밝힌 바 있다. 기본적으로 박빙 경기가 너무 많다. 그래도, 많은 양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효율적인 득점과 탄탄한 투수력, 그리고 안정적인 수비. 두산은 잠실이라는 홈구장을 제대로 활용하며 당당히 리그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한번, 두산의 공격과 수비를 좀더 차근히 뜯어보자.
# 2. 공격과 수비
-1 ; 소총부대
사실 두산은 한화와 함께 팀 타율 공동 1위 팀(.270)이다. 하지만 내막을 뜯어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기다린다. 출루율(.351)은 리그 3위로 무난한 편이지만, 장타율(.365)는 단연 리그 꼴찌다. 비록 홈구장이 잠실이라고는 하지만, 홈구장을 함께 쓰는 LG의 (.389) 기록보다도 떨어진다. 더구나 1할에도 못 미치는 팀 ISO(.095)는 이 팀이 얼마나 장타력 부재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팀의 홈런 1위는 11개를 날린 홍성흔 선수이며, 공동 2위는 똑같이 10개를 기록한 김동주와 문희성.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이 세 명이 전부다.
하지만 '뻥야구'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 팀 공격의 핵심은 집중력과 응집력이다. 884개의 단타는 2위 삼성(839)보다 45개나 많은 수치다. 그리고 미세한 차이기는 하지만 %포인트로는 약 1% 포인트 정도, 개수로는 38개 차이로 타구를 우측으로 가장 많이 날려 보낸 구단이 바로 두산이다. 특히 스위치 히터를 제외한 우타자의 경우에도 36%의 타구를 우측으로 날려 보내며, %포인트로는 1%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타구수로는 무려 284개의 차이를 보였다. 그만큼 선수들이 팀 배팅에 치중했다는 뜻이다. ‘똑딱이 야구’를 제대로 구사한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응집력 또한 뛰어나다. 그 중심엔 '안쌤' 안경현 선수와 허슬 두 이미지의 표상 '홍성흔' 선수가 있었다. 스포츠 서울에서 제공하는 득점권 타율에 의하면, 안경현 선수(62타점)의 득점권 타율은 .346, 이는 시즌 평균 .293에 비해 53 포인트나 높다. 홍성흔 선수(74타점) 역시 .290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 시즌 타율 .272에 비해 18 포인트 높은 기록을 보였다. 성공 가능 확률만 보면, 이는 타점 2위 김태균 선수를 앞서는 수치다. '문근영 오빠'로 불리기도 한 손시헌 선수 역시 시즌 타율보다 23 포인트 높은 .299를 득점권에서 기록하며 선배들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득실점차에 의한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적은 승수를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拙稿에서 밝혔듯, 이는 타선이 많은 점수를 뽑아내는 데 실패한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시즌 두산의 성공은 상당 부분 투수 및 수비진의 몫이다. 리그 최고 실점 팀의 저력을 한번 알아보자.
- 2; 안 주고 안 받기
위에서도 밝혔지만, 두산은 리그 평균에 비해 실점을 102점이나 줄였다. 세자릿수 이상 실점을 줄인 팀은 두산이 유일하다. 가장 큰 원인은 장타 허용을 억제한 데 있다. 이번 시즌 두산 투수진의 장타 허용률(.354) 및 순수 장타 허용률(.104)은 리그 최저 기록이다. 그만큼 홈구장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는 뜻이다.
두산 투수진의 땅볼/뜬공 아웃 비율은 0.91. 리그 최저 기록이다. 즉, 플라이볼 유도에 있어 리그 최상급이었다는 얘기다. 잠실에서 플라이 타구가 담장을 넘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플라이 타구 가운데 9.3%만이 홈런으로 기록됐다. 이런 구장에서 플라이 볼을 유도한다는 건 칭찬받을 일이다. 같은 구장을 쓰는 LG가 뜬공을 100개 가까이 적게 유도한 것이나, 뜬공 대비 3% 포인트 이상 홈런을 더 많이 허용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두산의 투수진의 WHIP(1.31)은 리그 3위 기록으로 결코 출루를 억제한 편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잔루 처리율 .733, 달리 말해 출루시킨 주자의 73.3%를 루상에 남긴 채 이닝을 끝냄으로써 최소 실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게다가 투수진의 기분을 나쁘게 할 만한 '적실'수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차이로 최소 1위를 기록했다. 겨우 39개밖에 기록되지 않은 수비진의 적실은 2위보다 12개나 적은 수치다. 이와 함께 .707에 달하는 DER 또한 두산의 자랑 거리, 수비의 핵 손시헌이 빛나는 부분이다.
# 2 . 아픈 타자와 아픈 투수
-1. 타자편 ;
이어서 몇몇 주목할 만한 선수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역시나 이 팀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타자, 김동주 선수부터 알아보자.
이런저런 잔부상을 달고 다니며, 김동주 선수는 규정 타석조차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적 수치 역시 팀내 상위권이다. 그만큼 실력이 출중한 탓도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타선에 '거포'가 부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위 '변비 야구'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는 '건강한' 김동주다. FA 대박이 걸려 있는 만큼, 내년 시즌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이건 오히려 두산 팬에게 안 좋은 소리일지도 -_-)
김동주 선수 역시 3할을 넘기긴 했지만, 규정 타석 미달이다. 김 선수를 제외하자면 두산 타자 가운데 달랑 한 타자만 3할을 넘겼다. 그럼에도 팀 타율 1위팀이 바로 두산이다. 참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임재철 선수, 팀의 중견수 자리를 꿰차며 멋진 활약을 펼쳐 보였다. 지난해 성적과 비교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좀더 부지런히 성장을 거듭, 1번 타자를 맡아주길 기원해 본다.
그리고 올해 이 선수 혼자 두산의 수비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손시헌 선수. 시즌 전체 도루가 2개밖에 안 될 정도로 주루 능력은 사실 떨어지는 선수다. 전혀 안 그렇게 생긴 선수가 사실 제법 느리다. 그런데도 수비할 때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포구 위치에 정확히 자리잡고 있는 '날쌘'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미스테리 선수다. 어느덧 박진만을 위협할 만한 수비와 타격을 갖추게 됐다. 군대도 안 가는 모양인데, 내년에도 철벽 내야를 이끌어 주길.
또 한명의 미들 인필더 '안쌤' 안경현 선수.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시즌 그의 타점은 놀라운 수준이다. 그러니까 양이라기보다 질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는 소리다. 2루수 가운데 가장 많은 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SK의 정경배 선수(63)다. 하지만 그보다 11경기나 적게 출장한 안경현의 타점은 겨우 하나 적은 62. 타석수가 82개나 차이난다는 걸 고려할 때 굉장한 수치다.
마지막으로 역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홍성흔 선수. 기록에서 보듯이 사실 이번 시즌 홍성흔 선수는 같은 양의 아웃 카운트를 소비한 타자들에 비해 평균적인 득점 창출력이 떨어진다. 지난 시즌에 비하면 현저한 하락이다. 물론, 지난 시즌엔 지명타자로 많은 경기에 나서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타점을 보자면 얘기는 달라진다. 역시나 찬스를 살리는데 있어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이럴 때가 사실 기록을 믿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2. 투수편 ;
계속해서 투수진. 먼저, 기아에서 이적해 온 이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리오스부터 시작하겠다.
세이버쟁이들은 FIP라는 메트릭을 가지고, 투수의 성적 변화를 예측하고는 한다. 그러니까 방어율보다 FIP가 높으면 성적 하락을, 거꾸로 방어율이 더 높으면 향상을 점치고는 한다는 얘기다. 구장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을 때, 기아에서 리오스의 FIP는 4.77로 방어율인 5.23보다 낮았고, 두산에서의 리오스는 2.70의 FIP를 기록 방어율(1.37)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 FIP는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의 약자다. 리오스처럼 다혈질인 선수에게 수비는 큰 영향을 끼쳤던 모양이다. 믿고 기다려주지 못하는 정 단장도 함께 말이다. 덕분에, 삼성만 웃었다.
언젠가도 한번 썼지만, 오승환 선수가 삼성에 끼친 영향과 두산이 잘나가는 데 이재우 선수가 끼친 영향력은 거의 같다고 믿는다. 제 아무리 홈구장이 잠실이라고 해도, 거의 100이닝을 1점대 후반의 방어율로 막아주는 '마당쇠' 투수를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두산처럼 많은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타선으로 짜여진 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군문제와 관련해 묘한 의문에 휩싸여 있는데, 정말 몸에 문제가 심각한 게 아니라면, 좋은 쪽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이재우 선수 말고도 또 한명의 선수가 두산의 뒷문을 확실히 지켜냈다. 물론 김성배 선수의 역할도 쏠쏠했다. 하지만 역시 이재우와 정재훈이다. 사실 정재훈은 작년에도 저평가 되었을 뿐, 영 쓸모없는 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작년보다 겨우 3점을 더 막아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3점의 가치가 남다르다. 9회는 정말이지 너무 많은 이들이 일어날 수 있는 이닝이니까 말이다. 정말, 그 누가, 2005년 세이브왕으로 이 이름을 생각하고 있었겠는가? 아마, 두산 코칭 스태프도 아니었을 것이다.
또 하나 빼먹을 수 없는 이름, 박명환. 그는 전반기만해도 배영수, 손민한 선수 등과 함께 이른바 빅3 체제를 구축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후반기에 그는 '인저리 프론'의 모습을 다시금 드러내고야 말았다. 7월 19일 이후 그는 겨우 20이닝을 던졌을 뿐이며, 기록된 디시젼(Decision) 역시 1승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이다. 이 기간 동안 방어율 4.50에 WHIP은 1.50에 달했다. 전반기 92 1/3이닝 동안 1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던 홈런도 세 개나 얻어맞았다. 그리고 그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도 스스로 무너지며 피안타 하나도 없이 패전 투수로 기록되고야 말았다. 1주일 등판 간격, 되도록 잠실 등판, 이런 모든 걸 지켜주면서까지 기용해야 하기에, 그는 너무도, 자주, 아프기만 한다.
# 3. 나가면서
두산은 올해도 팀 내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이재우)가 팀을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게 됐다. 그리고 어쩌면 내년에 FA로 풀리는 김동주, 박명환 선수 가운데 한명을 혹은 어쩌며 둘 다를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 그 자리를 놀랍도록 잘 채워왔다. 연습생 신분에 불과하던 손시헌은 이제 당당히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성장 중이고, 정재훈이라는 이름이 세이브 왕에 오를 거라고 예상했던 이들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팀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한국 시리즈의 승부를 가른 건 김대익 선수의 동점 홈런이었다고 본다. 이미 상당수의 선발이 라이업에서 제외된 이후, 그 타선으로 삼성의 불펜진을 공략하기는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건 다른 아닌 선수층의 두께 문제였다. 이렇게 있는 선수들도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 '창호지' 선수층으로 얼마나 더 잘 꾸려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이상하게, 두산은 쉽사리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기분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선수들이 멋지게 찾아들어와 괜찮은 성적을 올릴 것만 같다. 하지만 정작 정말 두터운 선수층을 만나서 무너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FA 3인방의 추운 겨울이 안타깝다. 그들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사실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팀웍‘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 것도 같다. 어차피 나 이팀을 떠날 텐데, 하는 마음가짐과 이 팀이 내 운명이라는 마음가짐은 분명 다르지 않을까? 그러니까 앞으로 자라날 선수들에게 말이다.
내년부터 정말 자주 보게 될 것 같은 두산이지만, 올해는 솔직히 리오스 선발 경기,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만 열심히 봤습니다. 주제 넘은 얘기도 몇 마디 쓴 것 같은데, 역시나 저와 함께 할 '두산 팬' 여러분의 많은 지적 바랍니다. 삼성을 보니, 오타가 엄청 나더군요. ^^ 그것부터 지적좀 ^^;
그리고 아무리, 아무리 두산을 좋아하게 된대도 현대보다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