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팀 성적은 아무 것도 기대할 게 남아 있지 않은 가운데, 현대 팬들에게, 적어도 제게 유일한 위안은 서튼 선수의 활약을 지켜보는 일입니다. 타율이 3할 밑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타점도 괴수두목 선수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홈런 부분에서 2위권은 심정수, 이범호 선수를 다섯 개의 비교적 여유 있는 차이로 앞서며 30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장타율 1위, 출루율 3위의 수준급 활약입니다.

물론, 작년의 브룸바 선수가 보여줬던 압도적인 포스엔 부족한 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해와 작년의 타선이 보여준 짜임새가 다르고,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다운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서튼 선수의 활약은 사뭇 친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 팬들 사이에서 브룸바 선수의 국내 복귀에 대한 논의들이 오가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내년에도 선수들이 남아 준다는 전제 하에, 이 두 용병으로 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도 한번, 장수 용병을 가져 보고 싶은 소망인지도 ^^; 일본에서 탐을 내지 않을 만큼만 잘해준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서튼 선수 시즌이 진행될수록 부진했던 게 사실입니다. 먼저 타율 변화를 그래프로 살펴 보시면 ;




초반은 AB 수가 워낙 적어서 편차가 심했다고 치자면, 그 이후로는 계속 하향세입니다. 비록 최근에 다소 살아나는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잔여 일정을 감안할 때 그리 큰 폭의 타율 상승이 기대되지는 않는 실정입니다. 그럼 월별로 끊어서 서튼 선수의 주요 타격 비율 기록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타율이 참 심각할 정도로 주춤했습니다. 7, 8월 타율이 2할대 밑을 헤매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월별 장타수를 확인해 보면 9-12-12-8-8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홈런 기록이 6-6-7-6-5로 기복이 거의 없는 모습이라는 점, 그리고 3루타는 파워보다 스피드의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3-6-4-2-2를 기록한 2루타 수가 서튼 선수의 부진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장타수와 타율관의 R²값을 구해보면 .746에 달합니다. 말하자면, 홈런에는 별 이상이 없었지만, 그밖의 어떤 작은 차이가 이렇게 큰 타율 변화를 이끌어 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볼이 인 플레이 됐을 때의 홈런 비율을 살펴 보면 ;



적응기간이 지난 후에는 확실히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2루타 수는 급격히 줄었습니다. 그건 무슨 뜻일까요? 홈런을 의식한 큰 스윙이 문제일까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홈런수는 꾸준한 데 비해 삼진수의 변화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BB/SO 비율 역시 홈런과 큰 상관 관계를 갖지는 않습니다. 2루타 수가 줄어든 건 기본적으로 라인 드라이브 타구가 줄어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타율이 가장 좋았던 5월에 15개의 라인 드라이브 타구가 나온 반면, 가장 나빴던 7월에는 3개에 그쳤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볼을 노려치는, 이른바 게스히팅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볼을 인 플레이 시키는 타이밍 자체에 어떤 문제점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번, 볼 카운트별 타격 현황을 한번 체크해 봤습니다. 먼저 그래프로 보시겠습니다. ;





초구에 타격을 실시한 경우가 10.51%에 이르긴 합니다만, 2스트라이크 이후에 타격을 시도한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그만큼 공을 많이 기다렸다는 뜻입니다. 그럼 이게 이로웠을까요?


볼 카운트 별 GPA를 한번 보시겠습니다.





3볼에서 GPA가 높고, 2스트라이크에서 GPA가 낮은 건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2스트라이크에서는 삼진의 위험이 있고, 3볼에서는 볼넷으로 출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주목해 보고 싶은 건 1스트라이크 2볼 상황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이 볼카운트에서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애를 쓸 겁니다. 1-3가 되기보다 2-2가 되는 게 투수한테는 훨씬 유리할 테니까 말입니다. 반대로 타자는 이 순간에 들어오는 공을 노려치는 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튼 선수 역시 총 23타수에서 2루타 세 개, 3루타 하나, 홈런 3개를 뽑아주는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볼 카운트별 장타율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순수 장타율도 한번 보시죠.




그래서 얻은 결론, 서튼 선수의 경우 1-1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보다 공을 하나 더 보는 편이 낫습니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큰 과정이니까요.

하지만 지금껏 제가 한 작업은 매우 잘못된 과정을 밟았습니다. 우선, 1) 볼 카운트는 타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닙니다. 스트라이크 존을 꾸준히 지켜낸다면 물론 볼을 얻는 경우도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경우 스트라이크 숫자 역시 마찬가지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2) 다른 타자들과의 비교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2-0에서 낮은 타율을 보이는 게, 비단 서튼 선수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입니다.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 볼카운트에서는 일반적으로 낮은 타율이 관찰될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따라서 다른 선수, 혹은 리그 전체 평균에 비해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혹은 평균보다 떨어지는지를 알아보아야 합니다만, 자료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1)을 어느 정도 계산해 보기 위해 볼 카운트에 사용된 투구의 수로 한번 분석 해봤습니다. 그러니까 초구는 0개, 1-0과 0-1은 모두 1개 이런 식으로 해서 2-3의 다섯개까지 말입니다. GPA를 기준으로 할 때 초구에서 공을 때리는 게 가장 좋고, 이어서 2-3까지 가는 게 2위 기록을 보입니다. 이어서 볼 1개를 봤을 때가 3위입니다.

어차피 공을 때려서 파울을 만들었든 지켜보며 기다렸든 공 하나는 던지게 만든 꼴입니다. 우선, 초구는 적극적인 공략을, 이어서 둘째공도 적극적인 공략을, 이후 스트라이크 존을 지켜내면서 2-3까지 끌고가야만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겠죠 ^^

2)의 경우 MLB의 사례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료는 있습니다만, 귀차니즘으로 생략하겠습니다. -_-

참고로 김재현 선수의 경우 초구에 .481, 2-0에서 .111의 타율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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