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KBO

'06 키워드


제가 올린 글을 보고(-_-), 저도 비슷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파울볼에서 저와 함께 유이하신 순수진지매너유저 Lenore 님께서 먼저 유사한 글을 올리셨습니다. 내용도 겹치는 게 많아서 좀 그렇긴 하지만, 여러분의 고견을 여쭙고자 한번 올립니다.

8. 기아 타이거즈 ; 그린 몬스터

지난해 광주 구장은 동일한 조건에서 다른 구장에 비해 53개의 홈런이 더 나온 홈런 공장이었다. 이는 타자들이 쳐낸 결과물이 아니라 투수진이 더 많이 허용한 결과였다.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으로 입단한 한기주와 제2의 오승환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곽정철, 그리고 LG에서 건너온 장문석 등이 새로 투수진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요소가 많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외야 펜스 길이의 변화는 이 팀에 긍정적인 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기대치가 높은 외국인 선수, 서브낵 역시 현재까지 홈런 타자라기보다 중거리형 타자로 알려지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이용규, 이종범 등 발빠른 외야 수비진의 존재 또한 넓은 외야에 유리한 조건. 만약 한기주가 고졸 신인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장문석이 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면 드넓은 외야는 이들에게 축복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병두 역시 WBC를 통해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창단 첫 꼴찌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한다는 점 역시 강한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이 팀의 '06 시즌이 기대된다.


7. 현대 유니콘스 ; 대수비

지난 시즌 현대의 최대 약점 가운데 하나는 내야 대수비 요원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즉, 김재박 감독님께서 대타 작전을 구사하고 싶으셔도 그 뒤를 받칠 대수비 요원의 부재로 선택을 망설이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 그런 의미에서 홍원기의 합류는 고무적이다. 게다가 유격수 자리에 강정호가 자리를 잡을 수만 있다면 지석훈, 서한규를 전천후 내야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둘 중 누군가 유격수 자리를 맡아야만 한대도 한 선수는 대수비 요원으로 출장 시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두가 홍원기 영입으로 얻어진 결과물이다.

아울러 이택근의 포지션 정착 여부도 관심이다. 어느 포지션이든, 설사 포수라 하더라도, 자리잡을 수만 있다면 현대의 짜임새는 전체적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얇지만 짜임새 있는 선수층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코칭 스탭의 존재도 희망적이다. 하지만 거꾸로, 홍원기의 노쇠화가 진행되고 이택근이 여전히 방황한다면 이 팀의 올해 성적도 지난해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투수진은 단점과 강점이 너무도 분명히 노출된 상태니까 말이다.


6. LG 트윈스 ; 두산

지난 한 시즌 내내 두산의 좋은 이웃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팀간 성적은 물론이거니와 시즌 최종일에 두산이 2위 탈환을 하는 데 있어서도 LG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 결과 팬들의 원성이 드높을 수밖에 없었다. 무료입장 이벤트까지 실시해 봤지만, 이런 원성을 무마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팀의 두 간판타자, 이병규 · 박용택은 두산을 상대로 무시무시한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시즌 역시 개막 시리즈부터 두산과 맞붙는다. 이 시리즈에서 외국인 투수 텔레마코와 아이바가 국내 무대에 첫선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많아야 한 두 번의 등판이겠지만 지난해 처참한 투수진의 성적을 경험했던 LG 팬들에게 있어선 이들의 첫 등장에 귀추가 주목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분위기를 잘 타는 이 팀의 특성상 두산과의 개막 시리즈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4월의 팀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개막 바로 다음 시리즈가 한층 전력이 업그레이드 된 한화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월드컵이 열리는 시즌이라는 것도 이 팀의 빼놓을 수 없는 기회다.


5. 롯데 자이언츠 ; 호세

롯데(팬)월드는 호세를 중심으로 돈다. 그만큼 부산 팬들은 호세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실제로 그가 라이온보다 떨어지는 생산력을 기록할 가능성은 일본이 한국을 30년 동안 연파할 가능성보다 적다. 하지만 펠로우를 월등히 뛰어넘으리라고 단언하기에는 그의 나이가 조금쯤은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마이로우는 아직 로또 상태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의 조합이 지난 해 용병 듀오의 생산력보다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롯데 팬들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호세가 더 이상 본즈 놀이를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대호가 부담을 덜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좀더 확실해 보인다. 같은 용병 - 이대호 - 용병의 클린업 트리오라 해도 이대호에게 걸리는 부하가 줄어들 것이라는 소리다. 이런 우산 효과가 공격력의 향상으로 이어지리라는 건 자명한 일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염 前주장이 3승에 만족하지는 않아도 되리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노랗게 물든 사직의 그라운드 위에서 가을에도 야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올해도 전국의 모든 야구장에서 부산 갈매기가 힘차게 울려 퍼지길 희망해 본다.


4. 한화 이글스 ; '2'

대전 구장을 고려했을 때, '05시즌 한화의 2번 타순이 기록한 .231의 GPA는 아쉬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2루수 문제 역시 시즌 내내 김인식 감독이 골머리를 썩게 만들었다. 숫자 '2'가 이 팀의 고민 거리였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팀은 '2'명의 야수를 새로 보강했다. 바로 김민재와 클리어가 그 주인공이다. 김민재는 '2'번째 FA 자격을 얻어 새 둥지를 틀게 됐고, 클리어 역시 국내 무대에서 '2'번째 팀에서 뛰게 됐다.

비록 전성기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김민재의 수비가 지난 시즌 브리또보다 쳐질 가능성은 대전 구장이 신축될 가능성보다 낮다. 하지만 그에게 2번 타순을 맡기기는 무리다. 그의 지난 시즌 GPA 또한 .239로 팀에 큰 보탬이 될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해 보건대, 클리어를 '2'번 타자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05 시즌 그의 출루율은 .371이나 된다. 게다가 8~9월 두 달 동안은 .414에 달하는 높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2루수로서의 수비를 기대하기엔 다소 우려가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한상훈, 백재호 등 지난해 멤버가 뒤를 받쳐준다면 걱정이 줄 것이고, 선구안이 나쁜 고동진을 대신해 우익수를 맡기는 방안 역시 고려해 볼 만하다.

이 두 선수 이외에도 이 팀은 일본과 미국, '2' 나라를 거친 구대성 선수가 복귀할 예정이다. 그 결과 삼성과 더불어 가장 무서운 '2'팀이 된 듯한 느낌이다. 과연 이 팀이 '2'번째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해 보자. (생각해 보니, 홈구장도 청주, 대전 '2'곳이다.)


3. SK 와이번스 ; Old & New

지난해 신승현은 확실히 브레이크 아웃(Break Out) 시즌을 보냈다. 임창용이 처참히 무너졌던 한 해, 그는 확실히 리그 최고의 사이드암 투수였다. 김원형 또한 '어른 왕자'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으며 두자릿수 승수에 복귀했다. 불펜에서도 조웅천, 위재영 등 노장급과 정우람, 이영욱 등 신인급이 잘 어우려져 멋진 한 시즌을 보냈다. 타선 또한 이호준, 이진영 등 기존 선수들과 LG에서 건너온 새얼굴 김재현, 그리고 번트 아티스트 조동화를 발굴하며 신구의 조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이 팀은 다시 한번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주포 이호준이 군문제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내야 수비의 핵이던 김민재는 FA 자격을 얻어 팀을 옮겼다. 그 자리를 용병 피커링과 이대수가 채워야 한다. 피커링은 국내 무대 적응에만 성공한다면 호세, 서튼 등과 함께 최고 용병 타자 자리를 다툴 가능성이 높다. 이대수가 불안할 경우 김태균이라는 검증된 수비수가 기다리고 이는 것도 장점이다. 시오나티의 상태가 의문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김성근 前감독의 눈은 그리 틀린 적이 없다.

박경완이라는 국내 최고의 포수가 홈 플레이트 뒤를 지킨다는 점, 그리고 영건 자원이 어느 팀보다도 풍부하다는 건 이 팀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투수들의 성장에 있어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엔 트레이드 자원으로도 얼마든 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즉, 새로운 Old & New 조합을 꿈꿀 수 있다는 뜻이다. 언젠가부터 100이라는 숫자보다 101이라는 숫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천 야구 101 주년을 맞아, 그들의 승천을 꿈꿔보자.


2. 두산 베어스 ; 모른다.

이 팀의 키워드를 모르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 팀의 키워드가 '모른다.'이다. 몇 년 째 이 팀의 성적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지난 해 이재우가 그렇게 잘할지 몰랐고, 정재훈이 세이브 왕에 등극할지 몰랐다. 임재철의 이름이 그렇게 높은 타격 순위에 위치하리라고 예상했던 이들이 얼마나 될까? 리오스가 두산에 와서 그렇게 다른 투수가 되리라고는 짐작이나 하셨는지? 이 팀은 정말 알 수 없는 요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하지만 정말 모르겠는 건, 이 팀 투타의 핵 박명환, 김동주의 건강 여부다. 이들이 건강할까? 모른다. 건강을 유지하면 'FA빨'을 톡톡히 발휘할까? 모른다 둘 가운데 누가, 혹은 둘 모두 팀에 남을까? 모른다. 그리고 정말 궁금한 질문, 올해는 누가 미칠까? 모른다. 하지만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이게 아닐까? 4위 - 3위 - 2위 - ?? 이건 어떨까? 이건 정말 모른다.



1. 삼성 라이온즈 ; 양준혁

지난 시즌 삼성 선수들의 성적을 매겨보면 이렇다. 조동찬은 팬들의 생각만큼 잘하지는 않았다. 심정수는 팬들의 생각만큼 못하지는 않았다. 오승환은 팬들의 생각만큼 잘했다. 그리고 양준혁은 팬들의 생각만큼 못했다. 다른 선수들이 삼성 팬 들이 보기에 뉴 페이스였던 데 비해, 양준혁은 파란 피가 흐른다는 점에서 그의 부진을 팬들은 더 가슴 아프게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 또한 누구보다 마음 졸였음이 틀림없다. 한국 시리즈에서 홈런을 날린 후 그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확실히 그렇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가 3할을 때려내지 못하자, 팀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참 지독한 징크스가 아닐 수 없다. 올해는 그 징크스를 깨버릴 차례다. 조동찬은 팬들은 기대만큼 잘하면 되고, 심정수는 조금만 더 잘해도 된다. 오승환은 딱 이 정도를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정도로 무시무시해졌다. 지난해 그 정도 선발진을 가지고도 상대를 괴롭혔던 삼성이다. 삼성이라는 팀이 바르가스보다 쳐지는 외국인 투수를 구하기란 두산의 시즌 전망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한화가 아무리 강해졌대도 이 팀은 여전히 최강팀이라 불릴 만한 전력이다.

결국 문제는 양준혁이다. 양신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수비 포지션 그리고 타순 등 많은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팬들의 바람과는 가장 반대 방향이겠지만, 세대교체 문제 또한 그의 활약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엔 이병규가 FA로 풀린다. 스타일이 다르다고?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팀은 바로 그 삼성이다. 그래서 팬들은 그가 3할을 때리고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 팀은 바로 양신의 삼성이기 때문이다.

저는 여러분의 지적을 항상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겸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귀찮다는 이유로, 머뭇거리지 마시고 날카로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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