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한때 야구 관련 게시판마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프로야구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고는 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박동희 기자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선수들의 연봉이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자존심을 내세우는 선수들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책정된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지금 검색해 보니 파울볼에는 순수진지매너 유저 Lenore 님이 퍼올리셨네요.) 그래서 한번 과연 객관적인 데이터로는 선수들의 연봉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선수들이 팀 승리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발하자면 팀 승리를 선수 개개인에 분배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사실 세이버메트릭스 쪽에서는 이런 논의가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많은 결과물들이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그 가운데 제가 선택한 건 Bill James가 고안한 'Win Shares'입니다. 팀의 득/실점 데이터를 토대로 공격진과 수비진이 승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구한 뒤, 이를 각 선수들의 활약도에 따라 분배한 수치가 바로 Win Shares입니다. 자료는 월간야구의 이동현 기자님(파울볼 ID : Paduki)께서 만들어 놓으신 엑셀 파일을 사용했습니다.

먼저 지난 시즌 Win Shares 상위 10걸을 보시면 ;



오승환 선수가 1위를 차지한 건 많은 분들이 수긍하실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병규 선수가 2위라는 건 다소 의문이실 겁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LG는 투수진 및 수비진이 무너졌기 때문에 득점 3위를 차지한 타격이 많은 비율의 Win Shares를 분배받게 됩니다. 그런데 타선에서도 이병규, 클리어, 박용택 선수만이 주목받을 정도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이병규 선수가 돋보였습니다. 그래서 팀 승수는 적지만 Win Shares는 높은 것입니다.

자, 이렇게 계산된 Win Shares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를 연봉과 연관짓기 위해 '05 시즌 선수들의 연봉 데이터를 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또바기 님께서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계약금은 계산에 넣지 않았고, 외국인 선수의 경우 1$=1,000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Win Shares의 총합과 연봉의 총합을 더해, 1 Win Share가 약 1,512만원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3 Win Shares가 추가적인 1승입니다. 따라서 지난 시즌 팀은 1승을 더 거두기 위해 약 4,536만원을 쓴 셈입니다.

자 그럼 Win Shares 1위 오승환 선수의 경우 얼마의 연봉이 적정한 수준이었을까요? 그러니까 순수한 실력만으로 선수의 연봉이 책정된다면 ; 24.1 X 1,512 만원 = 3억 6,050 만원을 받는 게 '05년 시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금액입니다. 그런데 오승환 선수의 '05 시즌 연봉은 신인 하한선 2,000만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삼성 구단은 약 3억 4,050 만원의 이득을 본 셈입니다. 이렇듯 몸값에 비해 더 나은 활약을 펼친 상위 10명을 구하면 ;



혹시 왜 이재우 선수는 이름이 빠졌는가를 물어보실 두산 팬들을 위해 밝히자면, 11위가 바로 이재우 선수입니다. 약 1억 5,197만원의 이득을 구단에 안겨줬습니다.

거꾸로 팀에 손해를 끼친 상위 10명은 ;



11위 역시 양준혁 선수였습니다. 양신은 1억 7,838만원의 손해를 끼쳤습니다.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체로 팀의 고참급 선수가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기사에서처럼 '자존심'이 많이 반영된 셈일 겁니다. 팀의 간판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팀에 기여한 바가 있다는 것 등이 두루 연봉 계산에 반영된 결과물일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시즌을 마치지 못할 경우 연봉 지급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한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겠지만, 시즌을 처음부터 끝까지 뛴 바르가스의 경우에는 뭐 -_-;

물론 선수의 연봉에 '자존심'을 포함시켜 주는 게 좋은지 나쁜지는 구단 프런트에서 판단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연봉뿐 아니라 계약금 등 다른 요소 역시 구단이 선수에 투자하는 금액에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팬으로서 이 문제를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여, 무료한 일요일 저녁 한번 계산해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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