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최고 타자와 최고 선발 투수를 이미 스포홀릭 시절에 논한 바 있고 1980년대도 이미 훑고 지나왔다. 그 사이 시간은 다시 흘러 벌써 2008년이 되었고 2000년대에도 다시 7 시즌이 쌓였다.
(여담이지만 2000년대의 시작은 2000년이 아니라 2001년이다. 그러니까 21세기의 시작이 2001년이라는 뜻이다. 유니콘스의 18승 트리오는 그래서 20세기의 역사가 된다.)
사실 현재까지 2000년대 최고 투수를 고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10명 가운데 7명은 리오스에 그 자리가 주어져도 별 불만이 없으리라고 본다.
2000년대에 리오스는 90승이나 거뒀고 리그 평균에 비해(PRCAA) 147점이나 더 막아냈다. 'Last impression is lasting impression'이라는 말은 맞다. 그렇지만 리오스만큼 리그를 지배한다는 느낌을 준 투수를 최근에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누가 두 번째로 뛰어난 투수인가 하는 점이다.
먼저 박명환을 첫 번재 후보로 꼽을 수 있다. 가장 최근에 FA 계약을 체결한 거물급 투수니까 말이다. 그것도 라이벌 팀에서 곧바로 빼올 만큼 기대치가 큰 투수다.
박명환은 '건강하기만 하다면' 대단한 투수가 맞다. 그러나 모든 전제는 곧 제약이다. 2000년대 들어 박명환이 규정 이닝을 채운 건 세 번밖에 안 된다. 박명환(912⅔)은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배영수(934⅔)보다도 이닝수가 적다.
달리 말해 잠실에서 6이닝을 챙겨줘야 하는 투수에게 No.2를 주기란 무리라는 뜻이다.
다음 후보는 배영수다. 배영수는 2000년대 중반 투수 MVP의 신호탄을 쏜 선수다. 하지만 배영수 역시 건강이 문제다.
물론 2007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린 걸 제외하면 그는 평균 155⅔이닝을 먹어주는 투수였다. 거꾸로 이야기 하자면 그만큼 공백도 크다는 뜻이다. 리오스는 남들보다 2시즌을 덜 뛰고도 최다승과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팔꿈치 고장만 아니었다면 No.1을 다퉜을 선수지만 배영수를 탈락시키는 건 그런 까닭이다.
이렇게 두 선수를 제외하고 나면 후보는 롯데 손민한과 한화 송진우로 압축된다. 손민한은 2005 시즌 리그 MVP, 송진우는 2002년 최고령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게 2000년 대 두 선수 최고의 업적이다.
손민한은 2000년대 들어 연평균 151 이닝을 소화했다. 송진우는 145⅓이닝이다. 손민한이 이닝을 더 먹어준 건 사실이지만 5이닝 정도를 그리 큰 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평균 자책점 역시 손민한(3.40)이 송진우(3.51)에 앞선다. 하지만 손민한은 사직을 홈구장으로 쓰는 반면 송진우는 대전 구장에서 전체 경기의 절반을 치러야 한다.
게다가 송진우는 고향이라는 이유로 청주 구장 선발 역시 단골로 책임진다. 역시나 0.1점 정도의 차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다.
손민한이 앞선 3승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들어 롯데가 한화보다 약체였다고는 하지만 손민한은 그리 승운이 없는 선수는 아니었다.
송진우(6.26)가 유일하게 앞선 건 탈삼진 비율이다. 송진우는 손민한(5.36) 보다 9이닝당 탈삼진을 한 개 정도 더 잡았다. 구위 자체만 놓고 보자면 송진우가 손민한에 뒤질 게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이버메트릭스 기록 가운데 하나은 PRCAA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송진우는 이 기간 동안 리그평균보다 98점을 더 막아냈다. 손민한은 92점이었다.
이상학 씨가 정확히 지적한 것처럼 스포츠팬은 본질적으로 논쟁을 극히도 사랑하는 족속들이다. 가끔 이 사람들이 스포츠가 좋아서 논쟁을 시작하게 된 건지 논쟁이 좋아서 스포츠를 좋아하게 된 건지 헷갈릴 정도다. 한 자리를 정해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2000년대 No.2 투수는 누구일까? 우리가 흔히 비교에 사용하는 척도에서 앞선 손민한? 아니면 세이버메트릭스가 손을 들어준 송진우?
자, 논쟁을 시작할 때다. (이런데 댓글이 안 달린다면? ㅡㅡ;)
(여담이지만 2000년대의 시작은 2000년이 아니라 2001년이다. 그러니까 21세기의 시작이 2001년이라는 뜻이다. 유니콘스의 18승 트리오는 그래서 20세기의 역사가 된다.)
사실 현재까지 2000년대 최고 투수를 고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10명 가운데 7명은 리오스에 그 자리가 주어져도 별 불만이 없으리라고 본다.
2000년대에 리오스는 90승이나 거뒀고 리그 평균에 비해(PRCAA) 147점이나 더 막아냈다. 'Last impression is lasting impression'이라는 말은 맞다. 그렇지만 리오스만큼 리그를 지배한다는 느낌을 준 투수를 최근에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gone
먼저 박명환을 첫 번재 후보로 꼽을 수 있다. 가장 최근에 FA 계약을 체결한 거물급 투수니까 말이다. 그것도 라이벌 팀에서 곧바로 빼올 만큼 기대치가 큰 투수다.
박명환은 '건강하기만 하다면' 대단한 투수가 맞다. 그러나 모든 전제는 곧 제약이다. 2000년대 들어 박명환이 규정 이닝을 채운 건 세 번밖에 안 된다. 박명환(912⅔)은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배영수(934⅔)보다도 이닝수가 적다.
달리 말해 잠실에서 6이닝을 챙겨줘야 하는 투수에게 No.2를 주기란 무리라는 뜻이다.
다음 후보는 배영수다. 배영수는 2000년대 중반 투수 MVP의 신호탄을 쏜 선수다. 하지만 배영수 역시 건강이 문제다.
물론 2007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린 걸 제외하면 그는 평균 155⅔이닝을 먹어주는 투수였다. 거꾸로 이야기 하자면 그만큼 공백도 크다는 뜻이다. 리오스는 남들보다 2시즌을 덜 뛰고도 최다승과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팔꿈치 고장만 아니었다면 No.1을 다퉜을 선수지만 배영수를 탈락시키는 건 그런 까닭이다.
이렇게 두 선수를 제외하고 나면 후보는 롯데 손민한과 한화 송진우로 압축된다. 손민한은 2005 시즌 리그 MVP, 송진우는 2002년 최고령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게 2000년 대 두 선수 최고의 업적이다.
손민한은 2000년대 들어 연평균 151 이닝을 소화했다. 송진우는 145⅓이닝이다. 손민한이 이닝을 더 먹어준 건 사실이지만 5이닝 정도를 그리 큰 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평균 자책점 역시 손민한(3.40)이 송진우(3.51)에 앞선다. 하지만 손민한은 사직을 홈구장으로 쓰는 반면 송진우는 대전 구장에서 전체 경기의 절반을 치러야 한다.
게다가 송진우는 고향이라는 이유로 청주 구장 선발 역시 단골로 책임진다. 역시나 0.1점 정도의 차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다.
손민한이 앞선 3승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들어 롯데가 한화보다 약체였다고는 하지만 손민한은 그리 승운이 없는 선수는 아니었다.
송진우(6.26)가 유일하게 앞선 건 탈삼진 비율이다. 송진우는 손민한(5.36) 보다 9이닝당 탈삼진을 한 개 정도 더 잡았다. 구위 자체만 놓고 보자면 송진우가 손민한에 뒤질 게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이버메트릭스 기록 가운데 하나은 PRCAA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송진우는 이 기간 동안 리그평균보다 98점을 더 막아냈다. 손민한은 92점이었다.
이상학 씨가 정확히 지적한 것처럼 스포츠팬은 본질적으로 논쟁을 극히도 사랑하는 족속들이다. 가끔 이 사람들이 스포츠가 좋아서 논쟁을 시작하게 된 건지 논쟁이 좋아서 스포츠를 좋아하게 된 건지 헷갈릴 정도다. 한 자리를 정해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2000년대 No.2 투수는 누구일까? 우리가 흔히 비교에 사용하는 척도에서 앞선 손민한? 아니면 세이버메트릭스가 손을 들어준 송진우?
자, 논쟁을 시작할 때다. (이런데 댓글이 안 달린다면?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