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지난 시즌 김동수(40)는 3억을 받았다. 전준호(39)는 2억 5000만 원.

맞다.

이들의 나이를 감안할 때 다소 부담이 되는 금액인 건 사실이다. 공개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겠노라고 표방한 구단 사정을 고려하자면 확실히 그렇다.

때문에 아마 이들도 대의적인 차원에서 어느 정도 연봉 삭감을 예상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둘에게 얼마를 준다고?

센테니얼이 김동수에 제시한 올해 연봉은 6000만 원, 전준호는 7000만 원이다. 삭감폭이 얼마인지 차마 퍼센티지를 계산하기 쪽팔릴 정도다.

하지만 박노준 본인도 알고 있다.

(김)동수와 (전)준호는 인상 대상이지만 구단 운영 규모에 맞추기 위해서는 연봉 삭감이 불가피하다
최소한 본인도 이들이 인상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이건 정말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지난 시즌 송집사(35)가 6억이나 잡순 건 나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번에 4억이나 깎은 건 은퇴하라는 뜻인가?

이런 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면 굳이 정민태(38)에 8000만 원이나 제시할 이유는 무엇인가?


맞다.

지난 시즌까지 10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던 선수라고 해도 실력이 떨어지면 최저 연봉에 계약할 수 있는 게 메이저리그식이다. 오직 실력으로 쇼부(勝負) 보는 연봉협상, 그게 메이저리그식이다.

거꾸로 메이저리그식이라면 연봉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는 그만큼 철저히 챙겨줘야 한다. 이제 열 손가락으로 다 셀 수도 없는 수많은 '먹튀'들이 이 사실을 반증한다.

이미 FA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 선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들은 소속 구단과 동등한 자격으로 사업자 대 사업자로 1:1 계약을 맺은 사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구조조정이 하고 싶으면 이들과는 계약을 청산하는 편이 오히려 메이저리그식이다.

당장 몸집을 줄이는 게 단기적 효율성 담보라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는 점에는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이란 긴 호흡을 염두에 두고 벌이는 게 정석이다. 신뢰와 믿음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결코 성공하기 어려운 게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센테니얼은 창단 과정에서부터 줄곧 프런트와 선수들 사이의 신뢰 관계 구축에도 실패하고 있다. 한쪽에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가하는 이 상황을 과연 선수단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렇게 사기가 꺾인 상태에서 3년 안에 정상을 노린다는 말은 공염불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연봉 인상의 희망이 없는데 선수들에게 어떤 당근으로 분발을 촉구할 것인가.

또 이런 방식으로 단기간에 흑자를 낸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야구 문화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메이저리그식을 표방하면서 연봉조정논텐더라는 제도의 존재 자체는 왜 언급조차 되지 않는가.

우리 프로구단이 만성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 선수들의 몸값 거품이 한 원인이라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영 마인드' 부족이 더 큰 원인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여기서의 '경영'이란 이렇게 일방적인 '고통전가형 구조조정'을 뜻하지 않으리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상생의 길을 찾지 못해 우리 프로야구가 이 지경에 이른 게 아니던가.

이 씁쓸한 뉴스를 접하고 박노준 단장의 연봉이 궁금해진 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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