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프로야구 팬들은 인터넷을 통해 하루에 최대 4경기까지 시청할 수 있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프로야구 공식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TV 생중계가 편성된 모든 경기를 인터넷을 통해 중계하기로 합의했다"고 28일 밝혔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계권료는 약 10억 원 정도라는 게 중론이다.

케이블채널 Xports가 프로야구 시장에 뛰어든 만큼 프로야구 팬들은 사실상 모든 경기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야구팬들은 이번 결정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한 야구팬은 "이제 와이브로와 노트북만 있으면 휴대폰 문자 중계에 찍힌 '2루 땅볼'에 왜 현장 관중들 한숨 소리가 들려왔는지 궁금해 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네이버의 야구 사랑은 알아줘야 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또 다른 야구팬 역시 "최근 티브로드에서 스포츠 채널을 전부 유료로 바꿔 야구 볼 걱정을 했는데 천만다행"이라면서 "무한도전 재방송만 아니면 케이블 채널을 끊어도 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심스레 네이버 중계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팬도 있었다. "네이버 중계는 창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해 불편하다"는 이 팬은 "버퍼링 문제는 박한이 하나로 충분하다"며 네이버 서버 문제를 걱정하기도 했다.

한편 "이런 일은 진작 KBO가 나서야 했을 문제"라며 "MLB.TV처럼 훌륭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KBO가 날려버렸다"는 따끔한 지적도 들려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진짜 중요한 문제는 네이버 쪽으로만 야구 정보가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정보 편향'은 야구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영화 기사에 있어 국내 최고 수준인 이동진 기자는 최근 조선일보를 떠나 네이버를 새 둥지로 택했다. 서울대 의대는 네이버에 독점적으로 고급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대한체육회 자료 역시 문화체육부가 아닌 네이버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야구가 특히 문제인 이유는 네이버 이외의 곳에서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재 온라인 미디어를 통틀어 자기 이름을 건 야구 콘텐츠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네이버 소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MLB 카툰을 그리는 최훈 씨, MLB+의 김형준 기자는 모두 '비공식적으로' 네이버 소속이다. 민훈기 기자 역시 민기자닷컴보다 MLB 전문가 스페셜로 더 유명하다.

OSEN이나 SPN 등 인터넷 매체들 역시 네이버가 아니면 당장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운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니까 네이버 프로야구 인터넷 중계는 MLB.com과 비교하면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메이저리그에 비유하자면 ESPN.com, CNNSI.com, FoxSports.com 등 주요 콘텐츠 생산 창구가 모두 네이버에 종속된 꼴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정말 네이버가 '편집'한 정보 이외에는 사람들이 그 어떤 것도 믿지 않으려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넘쳐나는 지식in을 상식 검증의 도구 쯤으로 활용하는 세태라면 더더욱 우려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네이버가 야구 판의 타이렐社(The Tyrell Corporation)로 진화하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