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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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2007 KBO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발표됐다.

어차피 투표로 결정되는 수상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건 사실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이상 교육을 받았으니 '다수결의 원칙'이 무엇인지 알고 나 혼자 용 써봤자 결과가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중학교 이상 교육을 받은 탓에 '다수결의 원칙'이 언제나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외야수 부문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형은 아니다.

물론 이대형은 타율 3할(.308)을 넘긴 도루왕이다. 맞다. 이런 조건이라면 투표단이 너무도 한 표를 안기고 싶어 안달이 난 후보라는 뜻이다. (If you regularly read my blog, You'd know what I'm saying.)

하지만 이번 시즌 이대형은 .308/.367/.348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GPA로 환산했을 때 .252밖에 되지 않는다. 이 수치는 리그 평균보다 겨우 4포인트 높다. 물론 잠실구장은 지독하리만큼 투수친화적인 구장이다. 하지만 이런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포지션별 베스트를 가리는 자리를 차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뿐이다.

타격 성적 이외에 도루가 포함되는 RC를 기준으로 해도 마찬가지다. 심정수, 이종욱이 이대형보다 높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둘을 제외해도 이대형(65)보다 높은 RC를 기록한 외야수 후보가 박용택(73), 이택근(72), 발데스(70), 송지만(66) 등 4명이나 된다. 도루가 들어간다고 해도 이대형을 No.3 외야수로 보는 건 무리라는 뜻이다.

이대형이 수비까지 합치면 훨씬 뛰어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공수주 전체를 두루 살피는 Win Shares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택근(15), 박재홍(15), 박용택(15) 모두 이대형(11)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발데스(14)도 마찬가지고 송지만(13)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정수근(12)도 이대형보다 기록이 좋았다.

달리 말해 이대형이 주목 받은 단 하나의 이유는 오직 53개의 도루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20개의 도루자로 72%의 도루 성공률에 그쳤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모양이다. 혹시 낯선 이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도루 성공률 75%가 일반적인 손익분기점이다.

물론 이대형은 작년에 비해 올해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MIP가 주어져야지 골드 글러브 한 자리를 낭비할 아무런 이유는 없다. 올해 LG가 톱 타자 부재를 해소한 것 역시 사실이지만, 그 역시 팀내 MVP 등을 통해 해결할 문제다.

외야수 후보 가운데 이대형이 아닌 다른 그 누가 됐더라도 이만큼 투표단이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다른 포지션에서는 투표단이 훌륭한 선택을 내렸을지 몰라도 외야수 부문에 있어서는 현재 '대선판'만큼이나 엉터리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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