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마이너리그 코치의 죽음
23일(한국 시간) 한 마이너리그 코치의 죽음으로 미국 야구계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비운의 주인공은 국내 프로야구 두산에서도 활약한 마이크 쿨바. 1루 코치로 나가 있던 그에게 강력한 파울 타구가 날아왔다. 쿨바는 피하지 못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마이너리그 모든 구장에 조기가 걸렸다. 소속팀 툴사가 경기를 연기한 건 당연한 일. 버드 셀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추모 성명을 발표했고, AA팀 툴사의 메이저리그 팀 콜로라도 로키스는 경기에 앞서 묵념의 시간을 보냈다.
추모와 애도는 비단 마이너리그와 공식 관계자들한테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유족에게 "팀 일원을 잃어 슬프다"고 위로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쿨바가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나선 게임은 5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그를 드래프트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의를 표했다.
이처럼 그가 야구 인생에서 스쳐간 이들이 두 아들과 임신 중인 아내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가운데,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만 35세라는 너무도 젊은 나이에 너무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마이크 쿨바. 그러나 그의 인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죽음 역시 헛되지 않게 만들겠다는 것을 미국 야구인들 스스로 멋지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2 어느 프로야구 감독의 죽음
2001년 7월 24일, 우리 야구계에 비보(悲報)가 전해진다.
경남 남해에서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던 故 김명성 감독이 심근경색 증상을 일으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현역 감독이 시즌 중 숨진 것은 처음이었기에 소속팀 롯데뿐 아니라 야구계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롯데 선수단은 발인일(發靷日)이던 7월 26일 경기를 연기해줄 것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측에 요청했다. 상대팀 KIA 타이거즈의 당시 김성한 감독 역시 일정 조정에 동의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경기를 치르기 "민망한" 날이 아닌가.
KBO 측 반응은 뜻밖이었다. 경기 일정은 "팬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선수들은 지도자를 잃은 슬픔을 표현할 단 하루의 말미조차 얻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서야 했다.
이제 세월이 흘러 김 감독이 세상을 떠난 지 6년이 지났다. 여전히 7월 24일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직도 그를 기억하는 롯데 팬 몇몇이 '올해도 선수들이 술잔 올리는 것은 못 보는구나'하고 쓴 입맛을 다질 뿐이다.
#3 어느 야구 행정의 죽음
우리 야구팬들이 바라는 최고 지상 과제는 구장 신축이다. 그러나 야구장을 새로 지으려면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해야 한다. 선뜻 새 구장이 생기길 바라기란 쉬운 일이 못된다. 그게 우리 야구 '하드웨어'의 현실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문제 역시 만만찮다. 올스타전 전야제에는 '야구'와 '주인공‘이 빠진 채 '가수'만 즐비했고, 후반기 개막을 앞두고는 심판들이 '허운의 난'을 일으켰다. 그래도 300만 관중 달성이 코앞이니 모든 게 괜찮다는 식이다.
그래서 이미 세상을 떠난 지 6년이나 지난 하위 팀 감독을 추모해 달라는 부탁이 너무도 덧없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1963년 청룡기 최우수선수(MVP), 1968년 실업 리그 MVP를 차지한 어느 감독의 죽음이 이렇게 초라하게 기억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야구든 그 무엇이든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제자들이 스승의 제사상에 술 한 잔 올리는 게 그렇게 해서는 안 될 일일까? 게다가 올해는 상대 팀마저 KIA였다. 다소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사직에서 경기를 치르게 해주는 게 그렇게 곤란한 것일까?
그렇게 우리는 우리 야구 행정의 죽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며 7월의 마지막 주를 한 번 더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