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칭 스탭
11년간 함께하던 감독을 떠나보내고 초보 감독님께서 사령탑에 오르셨습니다. 전임 김재박 감독님처럼 취임 첫 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분도 계시지만, 사실 그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죠. 게다가 경기 외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아직 김시진 감독님의 역량이 100% 드러났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투수 코치 감독님의 빈자리를 정명원 투수 코치께서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는 건 아닌지 다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갑작스레 무너진 투수진은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저는 늘 정진호 씨가 유니콘스호의 '브레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광근 코치님의 역할이 그런 점에서 확실히 아쉽습니다. 공격에서는 작전이 그런 대로 먹힌다고 보지만 수비에서는 아쉬운 대목이 꽤 자주 나왔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코칭 스탭에서 '데이터'를 조금 더 챙겨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조용훈은 이번 시즌 좌타자에게 3할 중반대가 훌쩍 넘어가는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좌타 대타 카드를 뽑았는데 조용훈을 고집하다 얻어맞은 경기들이 너무 뼈아프게 기억에 남습니다.
아직 아무도 현 코칭 스탭 체제에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믿음과 배려를 통해 발전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시길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분명 결과를 요구할 때가 올 테니까요.
2. 로테이션
내년 시즌 캘러웨이로 계속 갈지 아니면 교체가 이뤄질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른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매각 문제가 매듭되지 못한다면 캘러웨이를 안고 갈 확률이 높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사실 건강하기만 하다면 준수한 외국인 투수이니 미키에게 큰 불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장원삼이나 김수경 모두 에이스가 되기엔 2% 모자란 게 사실입니다. 전준호, 황두성 역시 마찬가지. 따라서 캘러웨이가 마땅히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발진 구성입니다. 그러나 캘러웨이에게 리오스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고만고만한 투수들로 로테이션을 꾸려가야 한다는 게 이번 시즌에도 문제였고, 다음 시즌에도 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정민태 선수가 살아날 가능성이야 이제 완전 포기 모드인데다, 2군에서 갑자기 누군가 에이스 모드로 1군에 진입할 가능성 역시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겠죠?
따라서 선발진의 두께로 밀어붙이는 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군 문제가 걸려 있기는 하지만 손승락이 어떤 모양새로 1군 무대에 복귀할 수 있느냐, 김영민이 지난 LG戰에서 보여준 호투를 1군 무대에서도 재현할 수 있느냐 하는 점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태가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었는데 현재는 조금 아쉽네요.
어차피 팀이 매각되지 않는 이상 외부 영입이라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이미 4강이 버거워 보이는 것도 사실. '05년 부진이 박준수, 노환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됐던 것처럼 이번 시즌에는 선발 투수 발굴에 좀더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 불펜
우선 지난 2년간 조용준이 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박준수, 송신영 카드를 활용해 뒷문 단속에 어느 정도 성공했고, 신철인의 빈자리는 조용훈이 멋지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초반 이현승이 부진했던 LOOGY 자리는 노환수가 자리잡은 이후 안정돼 가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일단 이상열이 돌아왔습니다.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좌완 투수. 예전 같은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확실히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오히려 불펜이 어느 정도 안정된다면 선발 전환을 시도해 볼 만한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선발이 급하다는 뜻이죠.
그리고 소문대로 된다면 내년 시즌에 신철인 선수도 합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마일영이라는 좌완도 돌아옵니다. 이보근 역시 잘만 가다듬으면 불펜에서는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는 자원입니다. 전체적인 사정이 선발진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선발이 버텨주지 못하면 뛰어난 불펜진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번 시즌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느낄 때 못 치고 올라간 것 역시 불펜의 부하가 자꾸 반복된 게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었죠. 그래서 사실 '투수 왕국'의 명성에는 걸맞지 않지만 당분간 마운드 사정이 그리 원활할 것 같지는 못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위에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이정호도 그렇고, 우여곡절 끝에 입단한 김기식. 떠오르는 이름은 참 많지만 마땅히 선발 자원으로 떠오르는 선수도 없고, 현재 이들이 보여준 모습 또한 기대치에 미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명투수코치 출신 감독님께서 어떻게 풀어가실지?
4. 내야진
이숭용 - 김일경 - 정성훈 - 지석훈. 이 라인이 올해 현대 내야의 주축입니다. 코너는 공수 양면에서 안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미들 인필더는 부족해 보이는 인상입니다. 그리고 몇 년째 반복해 오고 있는 대로 역시나 별다른 대안도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황재균이 1군 무대에 올라온 건 황재균 본인의 성장도 성장이지만 지석훈의 부진이 컸습니다. 공격에서 실마리를 못 찾다 보니 안정돼 있던 수비마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주위에서 타격은 안 해도 되니까 수비만 잘 하라고 해도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차화준의 경우 지석훈이라는 벽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비교적 수비 범위는 넓은 편이지만, 이따금 어이없는 포구 실책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고 송구 자체가 안정돼 있지 못합니다. 스윙 자체도 1군에 있을 정도의 날카로움은 없는 상태입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까요?
다른 선수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강정호는 타석에서 파워는 있지만 그게 전부고, 수비 역시 여전히 미덥지 못합니다. 서한규는 이미 실패한 카드. 홍원기 역시 내년 전력 구상에서는 제외해야 되는 선수가 맞다고 봅니다. 결국 내년에도 똑같은 실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팀이 매각되지 않는다면 FA로 풀리는 정성훈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고, 이숭용은 나이 들어갑니다. 1루야 어떤 식으로든 채울 수 있다고 보지만, 태평양 시절부터 전통적인 '구멍'이었던 3루 문제를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정말 답이 안 나오는 내야입니다.
5. 외야진
그렇다고 외야 자원에 여유가 있느냐? 그것 역시 아닙니다. 물론 현재 외야는 포화 상태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택근, 유한준의 입대를 감안하면 외야에도 구멍이 생긴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브룸바 및 외국인 선수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과연 나머지 두 자리는?
전준호 선수는 길어야 1~2년. 현재도 수비에 부담을 느껴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결국 좌익수 수비가 문제가 아니라 리드오프를 새로 구해야 된다는 뜻이죠. 정수성이라는 참혹한 실패만 떠오를 뿐 '똑딱이 쌕쌕이'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물론 코너 외야 한자리를 맡아줄 선수들은 어느 정도 있습니다. 전근표에게는 당연히 저절로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무려 8년차가 된 오윤도 있습니다. 조평호도 내심 한 자리를 노리고 있을 것이고, 조재호도 돌아옵니다. 그렇게 좌익수를 해결했다고 칩시다.
중견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또 고민입니다. 결국 여러모로 정수성이 2005년 이후 다시 예전 모드로 돌아간 것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똑딱이 쌕쌕이' 선수들의 경우 '살아나가는 데' 재미를 들리면 타격이 나빠지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 양반은 2군에서는 홈런을 잘도 때리면서 1군에만 오면 선풍기 스윙으로 일관하니 참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컨대, 외야 포지션에서 기대되는 타석에서의 '생산성'은 사실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코너 한 자리를 벌써 걱정해야 될 만큼 송지만 선수가 노쇠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리드오프와 중견수 문제는 이택근이 빠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6. 포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제 정말 시급한 포수 문제가 나왔습니다. 김동수 선수는 '68년생. 포수 나이가 아니라 야구 선수 나이로도 이미 환갑을 지나 칠순을 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확실히 노쇠화 기미를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시즌 초반 허준은 그런 대로 괜찮았습니다. 점수를 후하게 주자면, 중간급 백업 포수 정도는 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역시나 타격에 붙은 물음표를 떼어 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1군에서나 2군에서나 타격 성적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 결국 당장 주전을 노리기엔 버거워 보입니다.
강귀태의 방망이는 괜찮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군입대를 앞둔 포수일 뿐입니다. 그럼 남은 포수 자원은 유선정과 임태준뿐입니다. 도대체 누구를 앉혀야 할까요? 물론 이 두 선수가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면야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원래 현대라는 팀은 포수를 키우는데 그리 재주 있는 팀이 못 됩니다.
포수 자리는 어쩌면 팀 내부에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숙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팀에서 누군가를 트레이드 해올 수 있는 여력도 없습니다. 자원도 없고, 자금도 없는 상황입니다. 진정한 충격과 공포는 김동수 이후 현대의 포수 포지션을 가리키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현대는 여태 김동기 - (장광호) - 박경완 - 김동수로 이어지는 호화 포수 계보를 구축해 왔습니다. 팬들이 눈높이가 그만큼 높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문제를 풀기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사실 이 문제가 제일 궁긍합니다.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아니 해결할 수는 있을지 말입니다.
7. 총평
다소 비관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확실히 최근 몇 년간 1차 지명을 하지 못하면서 선수층이 얇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전임 감독님께서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을 다소 못 미더워하신 후유증 역시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완전한 구멍이 생기기 전까지는 대비를 안 하신 셈이니까요.
하지만 '현대렐라'라는 낱말이 괜히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실 올해 김일경이 2루수 자리를 채워줄 것이라고 그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지석훈의 활약도 현대 팬들에게는 어느 정도 '센세이션'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현재 현대 라인업은 노장 아니면 신예로 짜여져 있습니다. 이택근이 군입대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전성기에 있는 선수는 정성훈 하나고, 그 역시 언제 팀을 떠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현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구성이지만, '동기 부여'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바람직한 측면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좋게 생각해 보자는 말씀입니다.
원래 올해는 '홀수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팀 외적으로도 어수선하고, 코칭 스탭 역시 초보 운전 딱지를 떼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고비를 넘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준 것 역시 사실입니다. 여전히 위기에는 '김재박 스타일' 야구가 나오는 것도 그리 좋은 징조는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한 3 시즌 정도 여유 있게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3 시즌이 그 이후 10년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요? 감독님이 계속 계시다면 '김시진式' 야구가 무엇인지 그때가 되면 확실히 자리잡을 것이고, 또 선수진의 구성도 지금보다는 더욱 '예측가능'한 형태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우리 아직 우승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경기 내외적인 측면으로 지금이 가장 힘든 때일 확률이 높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좋아질 일만 생길 겁니다. 그러니 모습 좀 나타내 보시라구요, 현대 팬 여러분 -_-)/
11년간 함께하던 감독을 떠나보내고 초보 감독님께서 사령탑에 오르셨습니다. 전임 김재박 감독님처럼 취임 첫 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분도 계시지만, 사실 그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죠. 게다가 경기 외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아직 김시진 감독님의 역량이 100% 드러났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투수 코치 감독님의 빈자리를 정명원 투수 코치께서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는 건 아닌지 다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갑작스레 무너진 투수진은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저는 늘 정진호 씨가 유니콘스호의 '브레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광근 코치님의 역할이 그런 점에서 확실히 아쉽습니다. 공격에서는 작전이 그런 대로 먹힌다고 보지만 수비에서는 아쉬운 대목이 꽤 자주 나왔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코칭 스탭에서 '데이터'를 조금 더 챙겨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조용훈은 이번 시즌 좌타자에게 3할 중반대가 훌쩍 넘어가는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좌타 대타 카드를 뽑았는데 조용훈을 고집하다 얻어맞은 경기들이 너무 뼈아프게 기억에 남습니다.
아직 아무도 현 코칭 스탭 체제에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믿음과 배려를 통해 발전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시길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분명 결과를 요구할 때가 올 테니까요.
2. 로테이션
내년 시즌 캘러웨이로 계속 갈지 아니면 교체가 이뤄질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른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매각 문제가 매듭되지 못한다면 캘러웨이를 안고 갈 확률이 높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사실 건강하기만 하다면 준수한 외국인 투수이니 미키에게 큰 불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장원삼이나 김수경 모두 에이스가 되기엔 2% 모자란 게 사실입니다. 전준호, 황두성 역시 마찬가지. 따라서 캘러웨이가 마땅히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발진 구성입니다. 그러나 캘러웨이에게 리오스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고만고만한 투수들로 로테이션을 꾸려가야 한다는 게 이번 시즌에도 문제였고, 다음 시즌에도 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정민태 선수가 살아날 가능성이야 이제 완전 포기 모드인데다, 2군에서 갑자기 누군가 에이스 모드로 1군에 진입할 가능성 역시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겠죠?
따라서 선발진의 두께로 밀어붙이는 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군 문제가 걸려 있기는 하지만 손승락이 어떤 모양새로 1군 무대에 복귀할 수 있느냐, 김영민이 지난 LG戰에서 보여준 호투를 1군 무대에서도 재현할 수 있느냐 하는 점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태가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었는데 현재는 조금 아쉽네요.
어차피 팀이 매각되지 않는 이상 외부 영입이라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이미 4강이 버거워 보이는 것도 사실. '05년 부진이 박준수, 노환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됐던 것처럼 이번 시즌에는 선발 투수 발굴에 좀더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 불펜
우선 지난 2년간 조용준이 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박준수, 송신영 카드를 활용해 뒷문 단속에 어느 정도 성공했고, 신철인의 빈자리는 조용훈이 멋지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초반 이현승이 부진했던 LOOGY 자리는 노환수가 자리잡은 이후 안정돼 가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일단 이상열이 돌아왔습니다.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좌완 투수. 예전 같은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확실히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오히려 불펜이 어느 정도 안정된다면 선발 전환을 시도해 볼 만한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선발이 급하다는 뜻이죠.
그리고 소문대로 된다면 내년 시즌에 신철인 선수도 합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마일영이라는 좌완도 돌아옵니다. 이보근 역시 잘만 가다듬으면 불펜에서는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는 자원입니다. 전체적인 사정이 선발진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선발이 버텨주지 못하면 뛰어난 불펜진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번 시즌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느낄 때 못 치고 올라간 것 역시 불펜의 부하가 자꾸 반복된 게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었죠. 그래서 사실 '투수 왕국'의 명성에는 걸맞지 않지만 당분간 마운드 사정이 그리 원활할 것 같지는 못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위에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이정호도 그렇고, 우여곡절 끝에 입단한 김기식. 떠오르는 이름은 참 많지만 마땅히 선발 자원으로 떠오르는 선수도 없고, 현재 이들이 보여준 모습 또한 기대치에 미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명투수코치 출신 감독님께서 어떻게 풀어가실지?
4. 내야진
이숭용 - 김일경 - 정성훈 - 지석훈. 이 라인이 올해 현대 내야의 주축입니다. 코너는 공수 양면에서 안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미들 인필더는 부족해 보이는 인상입니다. 그리고 몇 년째 반복해 오고 있는 대로 역시나 별다른 대안도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황재균이 1군 무대에 올라온 건 황재균 본인의 성장도 성장이지만 지석훈의 부진이 컸습니다. 공격에서 실마리를 못 찾다 보니 안정돼 있던 수비마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주위에서 타격은 안 해도 되니까 수비만 잘 하라고 해도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차화준의 경우 지석훈이라는 벽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비교적 수비 범위는 넓은 편이지만, 이따금 어이없는 포구 실책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고 송구 자체가 안정돼 있지 못합니다. 스윙 자체도 1군에 있을 정도의 날카로움은 없는 상태입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까요?
다른 선수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강정호는 타석에서 파워는 있지만 그게 전부고, 수비 역시 여전히 미덥지 못합니다. 서한규는 이미 실패한 카드. 홍원기 역시 내년 전력 구상에서는 제외해야 되는 선수가 맞다고 봅니다. 결국 내년에도 똑같은 실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팀이 매각되지 않는다면 FA로 풀리는 정성훈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고, 이숭용은 나이 들어갑니다. 1루야 어떤 식으로든 채울 수 있다고 보지만, 태평양 시절부터 전통적인 '구멍'이었던 3루 문제를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정말 답이 안 나오는 내야입니다.
5. 외야진
그렇다고 외야 자원에 여유가 있느냐? 그것 역시 아닙니다. 물론 현재 외야는 포화 상태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택근, 유한준의 입대를 감안하면 외야에도 구멍이 생긴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브룸바 및 외국인 선수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과연 나머지 두 자리는?
전준호 선수는 길어야 1~2년. 현재도 수비에 부담을 느껴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결국 좌익수 수비가 문제가 아니라 리드오프를 새로 구해야 된다는 뜻이죠. 정수성이라는 참혹한 실패만 떠오를 뿐 '똑딱이 쌕쌕이'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물론 코너 외야 한자리를 맡아줄 선수들은 어느 정도 있습니다. 전근표에게는 당연히 저절로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무려 8년차가 된 오윤도 있습니다. 조평호도 내심 한 자리를 노리고 있을 것이고, 조재호도 돌아옵니다. 그렇게 좌익수를 해결했다고 칩시다.
중견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또 고민입니다. 결국 여러모로 정수성이 2005년 이후 다시 예전 모드로 돌아간 것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똑딱이 쌕쌕이' 선수들의 경우 '살아나가는 데' 재미를 들리면 타격이 나빠지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 양반은 2군에서는 홈런을 잘도 때리면서 1군에만 오면 선풍기 스윙으로 일관하니 참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컨대, 외야 포지션에서 기대되는 타석에서의 '생산성'은 사실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코너 한 자리를 벌써 걱정해야 될 만큼 송지만 선수가 노쇠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리드오프와 중견수 문제는 이택근이 빠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6. 포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제 정말 시급한 포수 문제가 나왔습니다. 김동수 선수는 '68년생. 포수 나이가 아니라 야구 선수 나이로도 이미 환갑을 지나 칠순을 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확실히 노쇠화 기미를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시즌 초반 허준은 그런 대로 괜찮았습니다. 점수를 후하게 주자면, 중간급 백업 포수 정도는 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역시나 타격에 붙은 물음표를 떼어 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1군에서나 2군에서나 타격 성적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 결국 당장 주전을 노리기엔 버거워 보입니다.
강귀태의 방망이는 괜찮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군입대를 앞둔 포수일 뿐입니다. 그럼 남은 포수 자원은 유선정과 임태준뿐입니다. 도대체 누구를 앉혀야 할까요? 물론 이 두 선수가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면야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원래 현대라는 팀은 포수를 키우는데 그리 재주 있는 팀이 못 됩니다.
포수 자리는 어쩌면 팀 내부에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숙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팀에서 누군가를 트레이드 해올 수 있는 여력도 없습니다. 자원도 없고, 자금도 없는 상황입니다. 진정한 충격과 공포는 김동수 이후 현대의 포수 포지션을 가리키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현대는 여태 김동기 - (장광호) - 박경완 - 김동수로 이어지는 호화 포수 계보를 구축해 왔습니다. 팬들이 눈높이가 그만큼 높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문제를 풀기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사실 이 문제가 제일 궁긍합니다.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아니 해결할 수는 있을지 말입니다.
7. 총평
다소 비관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확실히 최근 몇 년간 1차 지명을 하지 못하면서 선수층이 얇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전임 감독님께서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을 다소 못 미더워하신 후유증 역시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완전한 구멍이 생기기 전까지는 대비를 안 하신 셈이니까요.
하지만 '현대렐라'라는 낱말이 괜히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실 올해 김일경이 2루수 자리를 채워줄 것이라고 그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지석훈의 활약도 현대 팬들에게는 어느 정도 '센세이션'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현재 현대 라인업은 노장 아니면 신예로 짜여져 있습니다. 이택근이 군입대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전성기에 있는 선수는 정성훈 하나고, 그 역시 언제 팀을 떠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현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구성이지만, '동기 부여'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바람직한 측면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좋게 생각해 보자는 말씀입니다.
원래 올해는 '홀수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팀 외적으로도 어수선하고, 코칭 스탭 역시 초보 운전 딱지를 떼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고비를 넘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준 것 역시 사실입니다. 여전히 위기에는 '김재박 스타일' 야구가 나오는 것도 그리 좋은 징조는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한 3 시즌 정도 여유 있게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3 시즌이 그 이후 10년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요? 감독님이 계속 계시다면 '김시진式' 야구가 무엇인지 그때가 되면 확실히 자리잡을 것이고, 또 선수진의 구성도 지금보다는 더욱 '예측가능'한 형태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우리 아직 우승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경기 내외적인 측면으로 지금이 가장 힘든 때일 확률이 높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좋아질 일만 생길 겁니다. 그러니 모습 좀 나타내 보시라구요, 현대 팬 여러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