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현대 팬들 사이에서는 감독님에 대한 비난을 안 하는 게 불문율이지만, 오늘 경기는 정말 감독님의 선수 기용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연장 패배에서 가장 뼈아픈 순간을 고르라면 단연 서한규 선수의 실책일 겁니다. 거의 완벽한 '병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송구가 어이없이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정말 해서는 안 될 실책이었죠.

하지만 실책보다 더 황당했던 건, 9회 2사에 대타로 서한규 선수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경험이라는 측면을 감독님이 선호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차화준은 좌타자니까 우타자로 바꾸는 게 낫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타율 1할7푼2리를 기록한 서한규를 내시면서 정말 류현진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칠 수 있다고 믿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막연한 플래툰 효과를 제외하면 정말 무의미하게 카드 한 장을 날려버린 꼴입니다. 어차피 확률이 낮다면 카드를 한 장 쥐고 가는 편이 나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그게 내야수 카드였다면 더더욱.

덕분에 한 경기에 2루수를 세 명이나 쓰고도 결국 2루 실책이 패배의 빌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2루수도 2루수지만, 결국 2번 타순이 문제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우리 감독님 도대체 왜 자꾸 팀에서 가장 약한 타자를 2번에 쓰실까요?

현대는 팀 GPA .255로 이 부분 1위 SK(.256)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SK는 경기당 평균 5.0점을 내는데 현대는 4.3점밖에 못 냅니다. 그럼 왜 뛰어난 타선을 가지고도 점수를 못 낼까요?

기본적으로 현대 2번 타자들은 .253/.309/.306밖에 때리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삼성 2번 타자들이 버텨줘서 망정이지 리그에서 7등입니다. 그래서 감독님은 이 문제를 이렇게 푸시죠. 2번 타순에 대타를 내는 방식으로.

물론 타순을 짜는 데는 훨씬 더 복잡한 양상과 요인들이 결합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타순을 바꾼다고 득점이 왕창 늘지 않는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왜 타격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하위 타순에 놓을까요? 그건 그 선수에게 되도록 타석에 적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런데 왜 도대체 제일 못 치는 타자를 두 번째로 타석이 자주 돌아오는 2번에 놓으시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덕분에 좋은 타선을 가지고도 늘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최근 안타 많이 치고도 점수 못 냈잖아요? 기본적으로는 장타력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겠습니다만, 황재균 잘 맞는데 타순 변경 한 번 해보셨으면 어땠을지.

서한규, 김일경 등의 선수가 2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김일경 반짝'을 제외하고는 시즌 내내 실패했는데 참 아쉽습니다. 처음엔 긍정적인 시도라고 평해 드리고 싶었지만, 이제는 완벽한 실패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감독님 유한준이 좌투수를 상대로 잘 때려줄 거라고 여태 믿고 계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올해 유한준의 좌투수 상대 기록은 .227/.333/.364, 전준호는 .222/.417/.333입니다. 굳이 플래툰을 가져갈 이유가 있는 성적이라고 보십니까? 단지 전준호는 좌타자니까?

감독님,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된 게 아닐까요? 유한준은 분명 좌투수 속구에 강점을 가진 타자였습니다. 하지만 변화구에 대한 약점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유한준은 좌타수의 변화구를 때리지 못하는 타자입니다. 앞으로 발전하기를 바라지만, 현재는 분명 그렇습니다.

물론 올해는 감독님이 팀을 맡으신 첫 해라 시행착오를 예상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실수가 계속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는 건, 그리고 그것 때문에 늘 패하는데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감독님이 바뀌어도, 홀수해 징크스는 여전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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