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야구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응원팀 타자가 초구를 때려 죽는 것이다.


어느 정도 열혈 팬이라면 우리 팀에서 초구를 좋아하는 타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있으며, 그 선수가 초구를 때려 범타로 물러날 때마다 비난하기 바쁘다.


정말 초구를 때리는 게 그렇게 죄악일까?


실제 기록은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번 시즌 현재 초구를 때렸을 때 타자들은 평균적으로 타율 .317을 기록했다. 그리고 타율은 투구수가 늘어날수록 대체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OPS(출루율+장타율) 역시 초구를 때렸을 때 .816으로 가장 높다. 결국 초구를 때리는 것 자체는 사실 그리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실제 데이터조차 팬들의 비난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타격은 원래 10번 중에 3번만 성공해도 칭찬 받는 분야다. 반대로 이야기해 10번 가운데 7번'이나' 죽어도 성공이라 부를 만 하다는 뜻. 하지만 팬들은 이 7번을 참아내지 못한다.


이런 일은 비단 타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더라도 볼넷을 내주지 말라는 말은 야구계의 정설처럼 굳어졌다. 그래서 팬들 역시 볼넷으로 이닝을 시작하는 투수를 비난하기 바쁘다.


하지만 선두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했을 때 실점할 확률은 41.7%로 안타를 맞았을 때(49.5%)보다 떨어진다. 선두 타자를 출루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지 볼넷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


사실 초구 타격이나 볼넷 허용 모두 '합리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팬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팬들 감정으로 생각해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팬들은 언제든 응원하는 선수의 성공을 희망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이 두 가지 이벤트 모두 팬 자신의 '기분'을 나쁘게 할 뿐, 그것이 실제 경기 내용 실패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자꾸 그것을 트집 잡는다면 오히려 성공은 멀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최근에는 야구팬들 수준이 많이 올라간 게 사실이다. 각종 기록을 뒤져보며 선수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분위기 역시 무르익은 상태다. 하지만 유독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팬들이 고집을 꺾기 싫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분명하게 밝히고 싶다. 적어도 이번 시즌에는, 초구를 치는 쪽이 확실히 타격에 도움이 됐다. 그리고 안타를 맞는 것보다 볼넷을 내주는 쪽이 실점 확률이 낮았다. 이것은 누구의 의견이 아닌 구체적인 사실이다.


누군가 옆에서 이런 일에 '짜증'을 부린다면 이 사실을 말하자. 그럼 스트레스 풀려고 간 야구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훨씬 줄어들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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