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투수 편.
먼저 어제 썼던 글에서 잠시 발췌하면 ;
정말 너무도 처참한 상황에 처해 있는 유니콘스 마운드. 역시 작년과 한번 비교해 보자.
캘러웨이는 부진한 성적도 성적이지만, 자리를 장기간 비웠다는 게 제일 큰 문제. 자금력에 여유가 있는 팀이었다면 분명 교체를 고민해 볼 만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지난주 토요일 야구장에서 밝게 웃는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인' 희망을 안겨준 묘한 기분.
일단 삼진/볼넷 비율이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볼넷을 내주는 비율이 갑자기 154%나 늘어난 건 확실히 고민해 봐야 할 대목. 여전히 땅볼 유도 비율이 상당히 높지만 수비 지원(DER)이 아쉬운 건 그만큼 질 좋은 타구 역시 많이 허용한다는 증거.
그래도 캘러웨이는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이 무엇인지 아는 선수. 삼성과 이제 네 경기밖에 남지 않아 대단한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묵묵한 1선발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
"You let us down, man. But we still believe in you. Welcome back, Mickey."
4월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0.28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던 장원삼. 물론 그 기록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문제가 오래 간다. 최근 상대 타자들은 장원삼을 상대로 자신 있게 노려 치고, 결과는 어김없는 라인 드라이브다
원래 장원삼은 가끔씩 밸런스에 문제를 느꼈던 게 사실. 하지만 요즘에는 공을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를 아주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그래도 투수 조련에 있어 국내 최정상인 감독님이 계시니 후반기의 반전을 일단 믿어볼 수밖에.
"투수판 밟는 위치도 바꿔보고, 수염도 길러보고, 네가 애쓰고 있다는 것 안다. 그런데 이거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는데, 다 잊고 한번 푹 쉬어 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해. 팀 사정이 조금 좋아서 등판 몇 번 걸렀으면 더 좋았을 것 같거든. 더운데 체력 보충 하는 거 잊지 말고. 참, 장어는 잘 먹었니?"
승수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김수경. 하지만 투구 내용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오늘 경기는 이길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는 점에서는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맡아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
하지만 여전히 피해가는 투구는 문제. 전성기보다 구위가 좋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슬라이더에 지나치게 의존하기에 생긴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김수경이 땅볼 투수가 된 거지?
"수경이 형, 예전에 형네 집 놀러가고 그럴 때가 생각난다. 그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네. 이제는 나 알아보지도 못할 사이가 됐지만, 언젠가 대한민국 최고의 우완이 되어 줄 것이라는 믿음은 유효하다고. 조심스러운 건 좋지만, 좀 과감한 모습의 형도 이따금 보고 싶어."
투준호의 경우 피홈런 1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홈런을 얻어맞았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일요일에도 결국 '유혹의 명철신'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으니까.
그래도 최근 두 경기 성적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한화 타자들에게 심하게 '털린 게' 기폭제가 된 것인지도 모를 일. 사실 작년 성적이 플루크라고 생각해서 올해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발진이 이렇게 무너지고 보니 최근 호투하는 투준호에게 믿음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악물고 던졌다는 인터뷰, 믿고 있겠습니다. 그런데 피자 드실 때만 말고 평소에도 이 악물고 던져주시지 그러셨어요? 후반기에는 딱 작년만큼만 던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황장군의 노고에 대해서는 이미 한번 치하한 바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무너진 현대 마운드의 유일한 희망이자, 자기 성적을 내주고 있는 유일한 선수인 것을.
"삼촌, 고마워요. 삼촌이 없었으면 정말 암울할 뻔 했지 뭐예요. 말로 하면 더 깊고 깊은 고마움이 사라질까, 그냥 고맙다는 한마디만. 그런데 요새 무성이 삼촌은 왜 야구장에서 안 보이실까요?"
시즌 초반 가장 강력한 '현대렐라'로 부상했던 선수는 2루수 김일경. 하지만 오버페이스가 문제가 되면서 그저 그런 2루수가 돼 버리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그 주인공은 조용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비교 대상이 신철인이라는 건 조용훈에게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사실 지금 조용훈의 역할은 신철인이 꾸준히 맡아줬던 그 역할과 다르지 않다.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확실히 조용훈은 대박이다.
무엇보다 뛰어난 수비 지원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그만큼 상대 타자가 배트 중심에 맞추기 까다로운 투구를 펼친다는 것. 그래도 시즌 초반에 비해 탈삼진 비율이 떨어진 게 아쉽다. 그리고 후반기에 더 좋은 활약을 펼치긴 위해서는 좌타자(피안타율 .267) 공략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작년 시범 경기에서 너 처음 보고, 솔직히 '조용준' 짝퉁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때 너 던지는 걸로 봐서는 절대 이렇게 크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기와 깡이 있는 야구 선수를 그 어떤 팬이 안 사랑하겠니? 계속 너 자신을 믿고 던져라. 니 볼 못 치는 거 맞으니까."
작년에 이현승이 보여준 활약에 비하면, 올해 이현승의 기록은 확실히 아쉽다. 기본적으로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가 좌타자를 못 잡아주는 데 어쩌겠는가. 이현승은 올해 좌타자에게 피안타율 .372를 기록한 채 2군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대신 2005 시즌 호투를 선보인 노환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좌타자를 피안타율 .152로 꽁꽁 틀어 막으며 자신의 소임에 충실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노환수. 그의 존재는 이상열을 좀더 다양하게 활용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수야, 장성호한테 초구에 만루홈런 맞은 거 기억 나지? 정말 까맣게 날아갔지. 올 시즌 야구장 갔다가 처음으로 술독에 푹 빠졌던 날이란다. 그래도 요즘 니가 던지는 거 보면, 그래도 쓸 만한 좌완 릴리프는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흐뭇하단다. 2005 시즌 끝나고 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작년에 많이 아쉬웠다. 작년보다 올해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로 자라주길."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폭이 좁아짐에 따라 가장 피해를 본 현대 투수는 박준수가 아닐까? 오른쪽 타자를 상대할 때 그의 주무기는 1루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 하지만 이제 그 로케이션에 던져서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가 어렵다.
덕분에 볼넷 허용 비율이 무려 443%나 높아졌고, 탈삼진은 80% 수준으로 줄었다. 그리고 이것이 마운드에 서 있는 박준수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나머지 지표는 여전히 상당히 안정돼 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차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게 만드는 이유.
“사실 시즌이 개막될 때부터 저 사실이 좀 불안했어요. 그래도 감독님이 '우리 마무리는 박준수'하고 믿어주셨는데 참 아쉽습니다. 하지만 작년 형님의 성적이 커리어 하이일 것이라도 믿지 않겠습니다. 확실한 스토퍼로 돌아와 주세요."
박준수의 부진과 맞물려 기회를 얻은 선수가 바로 송신영. 그의 '예쁜 커브'는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 잘 먹혔고, 덕분에 팔 각도를 달리해 던지는 슬라이더 역시 위력이 배가 됐다. 빠르진 않지만 상대의 허를 찌르는 몸쪽 직구 역시 일품.
물론 얼마 전 9회초 2아웃에 양준혁에게 홈런을 맞은 것은 사실. 하지만 이번 시즌 현재까지 송신영의 피홈런은 딱 2개뿐이고, 블론 세이브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세이브도 세이브지만 가장 긴박한 순간에 올라와 스토퍼 역할을 해내는 것이 가장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가 빠지면 잇몸으로. 조용준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는 현재, 현대의 마무리 투수는 이렇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작년까지는 그렇게 선발을 고집하시더니. 이제 마음이 변하신 건가요? 처음엔 솔직히 형님의 포효를 좀 오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자꾸 반복되나보니 정말 이 세상 누구보다 기뻐하시는 것 같아서 너무 보기 좋아지게 됐습니다. 그렇게 좋으신가요? 네, 저도 좋습니다. 앞으로도 그 포효 자주 보여주세요."
+
FIP는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의 약자로 전체 실점 가운데 투수가 책임져야 할 점수를 보여주는 메트릭이다. 보로스 맥라켄이 주장한 DIPS(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의 수학적 원리만을 뽑아 Tango Tiger로 알려진 세이버메트리션이 창안해 냈다. 공식은 FIP = ( 13 × 홈런 + 3 × 사사구 - 2 × 삼진 ) ÷ 이닝 + 보정용 상수
DER은 Defense Efficiency Ratio의 약자로 인플레이된 타구(Balls In Play) 가운데 몇 %가 아웃으로 처리됐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상대 타자가 10개의 공을 때려 그라운드 안에 공이 머물고 있을 때 이 가운데 3개만 안타로 연결됐다면 나머지 7개의 타구, 즉 70%의 타구가 아웃으로 처리된 것이다. 이 경우의 DER은 .700이다. 공식은 DER = ( 상대 타자 - 안타 - 삼진 - 사사구 - 에러로 인한 출루 허용) ÷ ( 상대 타자 -홈런 -삼진 -사사구 )
나머지 기록은 타자의 경우와 같다.
먼저 어제 썼던 글에서 잠시 발췌하면 ;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그리고 선발 투수는 경기의 주인공. 그런데 '투수 왕국'이던 현대의 선발진은 완전히 몰락한 상태다.
선발이 무너지고 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현대의 경기당 평균 실점(5.06)은 유일하게 5점대. 구원 투수와 야수들이 도와주려 애써도 상대 주자들은 부지런히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이미 출루한 주자들에게 실점을 허용하는 비율(31.7%) 역시 유일하게 30%가 넘어가는 팀이 현대다.
정말 너무도 처참한 상황에 처해 있는 유니콘스 마운드. 역시 작년과 한번 비교해 보자.
캘러웨이는 부진한 성적도 성적이지만, 자리를 장기간 비웠다는 게 제일 큰 문제. 자금력에 여유가 있는 팀이었다면 분명 교체를 고민해 볼 만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지난주 토요일 야구장에서 밝게 웃는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인' 희망을 안겨준 묘한 기분.
일단 삼진/볼넷 비율이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볼넷을 내주는 비율이 갑자기 154%나 늘어난 건 확실히 고민해 봐야 할 대목. 여전히 땅볼 유도 비율이 상당히 높지만 수비 지원(DER)이 아쉬운 건 그만큼 질 좋은 타구 역시 많이 허용한다는 증거.
그래도 캘러웨이는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이 무엇인지 아는 선수. 삼성과 이제 네 경기밖에 남지 않아 대단한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묵묵한 1선발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
"You let us down, man. But we still believe in you. Welcome back, Mickey."
4월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0.28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던 장원삼. 물론 그 기록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문제가 오래 간다. 최근 상대 타자들은 장원삼을 상대로 자신 있게 노려 치고, 결과는 어김없는 라인 드라이브다
원래 장원삼은 가끔씩 밸런스에 문제를 느꼈던 게 사실. 하지만 요즘에는 공을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를 아주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그래도 투수 조련에 있어 국내 최정상인 감독님이 계시니 후반기의 반전을 일단 믿어볼 수밖에.
"투수판 밟는 위치도 바꿔보고, 수염도 길러보고, 네가 애쓰고 있다는 것 안다. 그런데 이거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는데, 다 잊고 한번 푹 쉬어 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해. 팀 사정이 조금 좋아서 등판 몇 번 걸렀으면 더 좋았을 것 같거든. 더운데 체력 보충 하는 거 잊지 말고. 참, 장어는 잘 먹었니?"
승수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김수경. 하지만 투구 내용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오늘 경기는 이길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는 점에서는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맡아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
하지만 여전히 피해가는 투구는 문제. 전성기보다 구위가 좋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슬라이더에 지나치게 의존하기에 생긴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김수경이 땅볼 투수가 된 거지?
"수경이 형, 예전에 형네 집 놀러가고 그럴 때가 생각난다. 그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네. 이제는 나 알아보지도 못할 사이가 됐지만, 언젠가 대한민국 최고의 우완이 되어 줄 것이라는 믿음은 유효하다고. 조심스러운 건 좋지만, 좀 과감한 모습의 형도 이따금 보고 싶어."
투준호의 경우 피홈런 1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홈런을 얻어맞았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일요일에도 결국 '유혹의 명철신'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으니까.
그래도 최근 두 경기 성적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한화 타자들에게 심하게 '털린 게' 기폭제가 된 것인지도 모를 일. 사실 작년 성적이 플루크라고 생각해서 올해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발진이 이렇게 무너지고 보니 최근 호투하는 투준호에게 믿음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악물고 던졌다는 인터뷰, 믿고 있겠습니다. 그런데 피자 드실 때만 말고 평소에도 이 악물고 던져주시지 그러셨어요? 후반기에는 딱 작년만큼만 던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황장군의 노고에 대해서는 이미 한번 치하한 바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무너진 현대 마운드의 유일한 희망이자, 자기 성적을 내주고 있는 유일한 선수인 것을.
"삼촌, 고마워요. 삼촌이 없었으면 정말 암울할 뻔 했지 뭐예요. 말로 하면 더 깊고 깊은 고마움이 사라질까, 그냥 고맙다는 한마디만. 그런데 요새 무성이 삼촌은 왜 야구장에서 안 보이실까요?"
시즌 초반 가장 강력한 '현대렐라'로 부상했던 선수는 2루수 김일경. 하지만 오버페이스가 문제가 되면서 그저 그런 2루수가 돼 버리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그 주인공은 조용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비교 대상이 신철인이라는 건 조용훈에게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사실 지금 조용훈의 역할은 신철인이 꾸준히 맡아줬던 그 역할과 다르지 않다.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확실히 조용훈은 대박이다.
무엇보다 뛰어난 수비 지원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그만큼 상대 타자가 배트 중심에 맞추기 까다로운 투구를 펼친다는 것. 그래도 시즌 초반에 비해 탈삼진 비율이 떨어진 게 아쉽다. 그리고 후반기에 더 좋은 활약을 펼치긴 위해서는 좌타자(피안타율 .267) 공략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작년 시범 경기에서 너 처음 보고, 솔직히 '조용준' 짝퉁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때 너 던지는 걸로 봐서는 절대 이렇게 크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기와 깡이 있는 야구 선수를 그 어떤 팬이 안 사랑하겠니? 계속 너 자신을 믿고 던져라. 니 볼 못 치는 거 맞으니까."
작년에 이현승이 보여준 활약에 비하면, 올해 이현승의 기록은 확실히 아쉽다. 기본적으로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가 좌타자를 못 잡아주는 데 어쩌겠는가. 이현승은 올해 좌타자에게 피안타율 .372를 기록한 채 2군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대신 2005 시즌 호투를 선보인 노환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좌타자를 피안타율 .152로 꽁꽁 틀어 막으며 자신의 소임에 충실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노환수. 그의 존재는 이상열을 좀더 다양하게 활용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수야, 장성호한테 초구에 만루홈런 맞은 거 기억 나지? 정말 까맣게 날아갔지. 올 시즌 야구장 갔다가 처음으로 술독에 푹 빠졌던 날이란다. 그래도 요즘 니가 던지는 거 보면, 그래도 쓸 만한 좌완 릴리프는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흐뭇하단다. 2005 시즌 끝나고 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작년에 많이 아쉬웠다. 작년보다 올해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로 자라주길."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폭이 좁아짐에 따라 가장 피해를 본 현대 투수는 박준수가 아닐까? 오른쪽 타자를 상대할 때 그의 주무기는 1루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 하지만 이제 그 로케이션에 던져서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가 어렵다.
덕분에 볼넷 허용 비율이 무려 443%나 높아졌고, 탈삼진은 80% 수준으로 줄었다. 그리고 이것이 마운드에 서 있는 박준수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나머지 지표는 여전히 상당히 안정돼 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차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게 만드는 이유.
“사실 시즌이 개막될 때부터 저 사실이 좀 불안했어요. 그래도 감독님이 '우리 마무리는 박준수'하고 믿어주셨는데 참 아쉽습니다. 하지만 작년 형님의 성적이 커리어 하이일 것이라도 믿지 않겠습니다. 확실한 스토퍼로 돌아와 주세요."
박준수의 부진과 맞물려 기회를 얻은 선수가 바로 송신영. 그의 '예쁜 커브'는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 잘 먹혔고, 덕분에 팔 각도를 달리해 던지는 슬라이더 역시 위력이 배가 됐다. 빠르진 않지만 상대의 허를 찌르는 몸쪽 직구 역시 일품.
물론 얼마 전 9회초 2아웃에 양준혁에게 홈런을 맞은 것은 사실. 하지만 이번 시즌 현재까지 송신영의 피홈런은 딱 2개뿐이고, 블론 세이브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세이브도 세이브지만 가장 긴박한 순간에 올라와 스토퍼 역할을 해내는 것이 가장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가 빠지면 잇몸으로. 조용준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는 현재, 현대의 마무리 투수는 이렇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작년까지는 그렇게 선발을 고집하시더니. 이제 마음이 변하신 건가요? 처음엔 솔직히 형님의 포효를 좀 오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자꾸 반복되나보니 정말 이 세상 누구보다 기뻐하시는 것 같아서 너무 보기 좋아지게 됐습니다. 그렇게 좋으신가요? 네, 저도 좋습니다. 앞으로도 그 포효 자주 보여주세요."
+
FIP는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의 약자로 전체 실점 가운데 투수가 책임져야 할 점수를 보여주는 메트릭이다. 보로스 맥라켄이 주장한 DIPS(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의 수학적 원리만을 뽑아 Tango Tiger로 알려진 세이버메트리션이 창안해 냈다. 공식은 FIP = ( 13 × 홈런 + 3 × 사사구 - 2 × 삼진 ) ÷ 이닝 + 보정용 상수
DER은 Defense Efficiency Ratio의 약자로 인플레이된 타구(Balls In Play) 가운데 몇 %가 아웃으로 처리됐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상대 타자가 10개의 공을 때려 그라운드 안에 공이 머물고 있을 때 이 가운데 3개만 안타로 연결됐다면 나머지 7개의 타구, 즉 70%의 타구가 아웃으로 처리된 것이다. 이 경우의 DER은 .700이다. 공식은 DER = ( 상대 타자 - 안타 - 삼진 - 사사구 - 에러로 인한 출루 허용) ÷ ( 상대 타자 -홈런 -삼진 -사사구 )
나머지 기록은 타자의 경우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