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유니콘스 6 vs 라이온즈 16

물론 10점차 패배는 충격적이다. 그것도 삼성에게 당한 것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사실 12회초에 양준혁의 2점 홈런이 터질 때 이미 끝이 난 경기였다. 그에 앞서 9회초 2사에서 터진 양준혁의 홈런이 극적인 전화점의 시작. 배터리를 비난하지 못할 정도로 잘 맞아 나간 타구였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지만 양준혁을 칭찬할 수밖에.

현대 쪽에선 역시나 강병식의 활약이 빛이 났다. 계속해서 현대의 ‘백기사’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강병식. 이숭용의 부상에도 선발로 나오지 못하는 건 아쉬운 대목이지만, 역시나 대타가 체질에 맞는 선수가 아닐지. 이번에도 멋진 2루타로 김시진 감독의 기대에 완전히 부응했다.

반면 송지만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팀 내 최고 연봉 선수의 활약이라고 보기엔 아쉬운 대목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프로는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것이라고 믿지만, 최근처럼 방망이가 말을 안 들을 때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무엇보다 아쉽다.

김시진 감독의 인터뷰처럼 사실 올 시즌 가장 충격적인 패배였다. 하지만 한 점차 승부를 지키기 위해 이미 필승계투조를 모두 사용한 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 불펜의 두께가 문제였을 뿐 활용 방식을 나무랄 수는 없는 패배였다. 사실 양준혁 하나를 넘지 못한 것뿐이니 말이다.


• 유니콘스 4 vs 라이온즈 3


너무도 현대스러운 방식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7회말 1사에서 나온 차화준의 스퀴즈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기억될 만큼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물론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 운운하는 것은 다소 오버라고 인정하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하고 있는 작전을 성공으로 만드는 힘, 그것이야 말로 유니콘스의 야구가 아니던가?

하지만 병살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브룸바, 이택근, 이숭용 등 중심 타선이 각각 병살타를 친 것은 분명 반성해야 될 부분이다. 금요일 경기 역시 중신 타선이 찬스를 살리지 못해 어렵게 간 게 컸다.

고질적인 볼넷 문제 역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심정수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동점 허용, 7회에 역전을 허용한 것 역시 김재걸에게 볼넷을 내준 것부터 시작됐다. 김수경이 강판된 것도 볼넷 때문이었으며, 9회초 위기 역시 볼넷 때문이었다.

병살과 볼넷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7월 들어 확실히 집중력이 떨어진 분위기다. 7월 이후 현대 타자들의 득점권 장타율은 겨우 .314로 8개 팀 가운데서 가장 낮다. 득점력이 낮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투수들은 최근 10 경기에서 56개의 볼넷을 남발하고 있다. 이러니 투타 밸런스라는 걸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타격이야 사이클이 있다지만, 투수들의 볼넷 남발은 어찌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투수진의 무게감을 더할 수 있는 방법은? 이상열, 정민태, 캘러웨이가 얼마나 보탬이 될 것인가? 아마 이 물음이 열쇠를 쥐고 있을 것 같다.


• 유니콘스 6 vs 라이온즈 3

금요일에 미리 송지만이 못한다고 써서 그랬는지 홈런 한 방을 터트렸다.

사실 롯데 팬인 친구 한 녀석의 말대로 송지만이 롯데에서 뛰었다면 꽤 괜찮은 평을 들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득점권에서 GPA .236밖에 때리지 못하는 6억짜리 선수를 사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내 새끼'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

그리고 마찬가지로 롯데 팬들에겐 '한준 님'이라 불리는 유한준 역시 작년에 가졌던 기대치보다는 확실히 부진하다. 좌완 투수를 상대로 곧잘 타석에 들어서지만 GPA .253으로 그리 신통찮지 못하다. 우완(GPA .236)보다 좌완에 강할 뿐, 좌완에 강한 타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최근 전준호의 상승세는 인상 깊다. 신명철에게 불의의 홈런을 허용하며 강판되긴 했지만, 투구 내용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패전을 기록하긴 했지만 10일 경기서도 6⅓이닝 동안 2실점(1자책)밖에 기록하지 않은 바 있다. 물론 그때도 홈런이 문제였다. 하지만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이를 악물고' 던지고 있다니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선 믿어볼 수밖에.


• 후반기의 +/-

결국 삼성과의 주말 시리즈를 2승 1패로 마치면서 전반기 최종 성적은 37승 41패(6위)가 됐다. 5할 승률을 위해서는 남은 48경기에서 26승 22패를 거둬야 한다. 반전이 가능할까?

삼성 팬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미 삼성과 14경기나 치렀다는 건 별로 좋은 징조가 못 된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할 때 확실히 잡고 갈 상대가 없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5라는 성적보다 현재 상태가 더 나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위에도 쓴 것처럼 최악의 상황에서 이 정도를 버텨냈다. 가장 가깝게는 이숭용이 1루수 수비를 맡아줘야 한다. 그리고 캘러웨이 역시 준수한 2선발 정도의 성적은 거둬줄 필요가 있다. 예전 같인 도미넌트함은 못 되더라도 좌완 이상열의 합류 역시 팀에 보탬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김동수, 전준호가 언제까지 현재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버리는 한 타석인 지석훈은? 김일경을 계속 2번에 고집할 것인가? 나름 선전해온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과연 후반기는 어떻게 될까? 시간만이 답을 알고 있으니, 3일간은 즐기며 푹 쉬기로 하자.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