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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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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K는 '스포테인먼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만수 수석코치의 '팬티 퍼포먼스'는 야구를 잘 몰랐던 일반인들에게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팀 성적 역시 압도적인 1위다. 모든 구단이 '스포테인먼트'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느낄 정도로 '스포테인먼트'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옛 격언은 오늘에도 유효하다.

소위 '위대한' 사건을 방조했던 게 첫 번째 잘못이었다. 팬이 우선(Fan First)이라는 모토와는 달리 팬들의 눈과 귀를 너무 우습게 여긴 게 문제가 됐다. 결국 위대한은 임의탈퇴 과정을 거쳐 유니폼을 벗었다.

그리고 얼마 전 대구에서는 등록되지 않은 코치들이 덕아웃에 앉아 문제가 됐다. 분명 우리 야구 규정에는 최대 6명의 코치만 1군에 등록되도록 명시돼 있다. 제 아무리 일본인 코치의 특수성을 인정한다 해도 분명 규정 위반은 규정 위반이다.

토요일 경기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팬사랑'이라는 세 글자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또 빈볼이었다.

사실 SK는 유독 빈볼과 인연이 깊은 구단이다. 작년 호세와 빈볼 시비를 겪었던 것도 이 팀의 신승현이었다. 토요일 퇴장 조치를 당한 김원형 역시 작년에 수원 구장에서 현대 정성훈과 충돌 직전까지 갔던 전례가 있다.

물론 이런 일이 고의적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당연히 실수였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몸에 맞는 공이 나온 시점이 너무 좋지 못했다. 단순한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진대도 뭐라 하기 어려운 타이밍이었다.

'팬이 우선'이라는 모토에서 팬이 가리키는 대상은 당연히 SK 팬들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정도가 너무 지나치게 보일 때가 많다.

우천시 외야 팬들에게 내야를 개방했던 일은 확실히 구단이 칭찬받을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부 SK 팬들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인해 구단에서 위와 같은 방침을 철회한 일이 있었다. 대우 받는 팬들이 오히려 야구 전체의 문화를 흐린 것이다.

문학 구장에서만 이런 꼴불견이 적발되는 건 아니다. 원정 구장에서도 홈 팀 팬과 동등한 응원권을 요구하는 행태 역시 아직 우리 응원 문화로는 받아들이기 벅찬 일이다. 일부에 해당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좋은 취지가 어긋난 특권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어쩌면 최초로 '스포테인먼트‘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SK는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초의 시도가 성공적이지 못하다면 다른 구단으로부터 호응을 얻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SK의 이 시도가 훌륭한 선례로 남아주길 간절히 희망한다는 이야기다.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고, 팀 성적 역시 아주 뛰어나다. 이때 '여유'라는 낱말을 떠올릴 수 있어야 진정한 '스포테인먼트'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팬사랑'은 선수들의 등 뒤에 적힌 이름이 아니라, 바로 이런 사소한 배려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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