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승리보다 압도적인 승리가 낫다." - 김성근 전 LG 감독"강팀은 한점 차 승부에서 강하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들어봤을 문장. 그래서 야구 관련 게시판에서는 곧잘 이런 문장도 볼 수 있다. "역시 우리 팀은 한 점 차에 약하구나. 그래서는 어디 강팀이 될 수 있겠어?" 또는 "지금 잘 나가고 있으면 뭐해? 한점 차에 이렇게 약한데 큰 경기에서는 힘들겠구나." 그럼 김성근 전 감독님 말씀이 틀린 걸까?
실제 데이터로 이를 확인해보자. '56 시즌부터 '05 시즌까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소속됐던 1,226팀을 대상으로 간단한 상관관계를 알아봤다. 도구는 역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r². r²는 두 변수의 상관관계가 높을수록 절대값이 1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며, 0에 가까울수록 둘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나타낸다. 만약 강팀이 정말 1점차 승부에 강하다면 전체 승률과 1점차시 승률사이에 강한 상관관계, 즉 1에 가까운 r²를 나타나게될 것이다. 다음은 그 관계를 알아본 그래프이다.
거꾸로 전체 승률이 가장 높은 팀은 역대 최다 기록인 116승에 빛나는 '01 시즌 시애틀이다. 이 해에 시애틀은 한 점차에서 26승 12패, 승률 .684의 높은 기록을 남기긴 했지만 시즌 전체 승률인 .716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른 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일일이 살펴보지 않고서도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강팀이라고 해서 한 점 차에 강한 게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두 점 차까지 포함하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우리가 검증하고자 하는 명제를 "강팀은 박빙에 강하다"는 말로 조금 수정해 보자는 뜻이다. 이 경우 상황이 조금 나아지기는 하지만 역시나 그리 높은 결과는 못 된다. 먼저 그래프부터 보자.
그럼 나머지 50.7%는 어땠을까? 석 점 이상 차이가 났던 나머지 9만8671 경기 승률도 알아보자. 표본수가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서, 위에서 단지 경기수가 늘어서 상관관계가 높아졌다는 말의 진위 또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마찬가지라 석 점 차 이상의 승부와 전체 승률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본 그래프이다.
하지만 언제나 많은 점수를 뽑을 수는 없는 노릇. 실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공격진에서 점수를 많이 뽑았다고 반드시 실점이 적은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강팀이라고 해서 유달리 1점차 승부가 적은 건 아니다. 다음은 전체 승률과 전체 경기에서 2점차 이하 경기 비율의 상관관계를 알아본 그래프이다.
r2 0.009는 두 변수 사이에 사실상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 정도는 랜덤(random)한 결과다. 말하자면 팀의 전력에 따라 한 점 차 경기가 더 자주 나오거나 그 반대거나 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이는 '운'이다. 게다가 팀의 전력에 의해 한 점 차 승부에서 승률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이미 확인했다. 그러니까 한 점 차 승부를 놓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통계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사실 그래서 해설자들이 "강팀은 접전에 강하다"고 말할 때보다 김 전 감독님이 저 말씀을 하셨을 때 더 가슴에 와닿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자신 있게 말해도 좋다. 강팀은 한 점차에 강하지 않고, 한점 차에 강하다고 해서 강팀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우리 팀이 약하거나 강해서 근소한 점수차 경기를 자주 갖는 건 아니라고 말해도 괜찮다. 물론 통계적으로는 그렇다는 뜻이다.
참조사이트: http://www.Baseball-Referen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