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1. 투고타저 얼마나 계속될까?

이제 너무 들어 식상한 표현 ; '4월은 잔인한 달'. 하지만 '06 시즌 타자들에게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이었다. 리그 평균 타격라인이 타율.241/출루율.316/장타율.347, GPA로 볼 때 .229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작년 4월의 기록(.259)보다 30포인트 낮은 것이고, 지난 시즌 전체 평균(.252)보다도 23포인트나 낮은 기록이다. 그만큼 타자들이 꽁꽁 묶였다는 뜻이다. 3.31의 리그 평균 방어율을 확실히 어색한 수치다.

그럼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어느 정도는 그러리라 보인다. 지난 5년간 평균 GPA는 .266-.254-.259-.256-.252로 다소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지금처럼 좌-우가 기형적으로 넓은 스트라이크 존 아래서는 타자들이 불리함을 안고 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제 아무리 하향세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229는 너무 낮은 수치다. 확률이나 통계학에서 말하는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가 분명 올 시즌 기록에도 적용되게 될 것이다.

결국 .250대의 GPA로 리그 평균이 상승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현재까지는 기본적으로 해주어야 할 타자들이 너무 부진했다. 물론 이들 가운데 몇몇은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맞이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리라 보는 건 넌센스다. 특히 FA를 앞두고 있는 이병규가 .190의 GPA로 시즌을 마칠 것 같지는 않다. 이종범 역시 노쇠화를 고려한다 해도 최고 기록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197의 타율은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좀더 기다리면 분명 이 둘을 포함, 많은 타자들의 기록이 좀더 향상될 것이다.


2. 비룡의 고공비행은 계속될 것인가?


SK 와이번스는 4월 한 달간 12승 6패, 승률 .667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리그 1위를 내달리고 있다. 물론 이는 '00년 SK가 창단한 이래 가장 높은 4월 승률이다. 이전 기록은 '01 시즌의 13승 9패(승률 .591)였다. 하지만 이 시즌에는 두산이 14승 7패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리그에서 가장 높은 기록은 아니었다.

이런 SK의 고공비행은 공수조화가 완벽히 이뤄져 있기에 가능했다. 팀 GPA .249로 1위, 방어율에 있어서도 2.54의 기록으로 리그 선두인 것이다. 그 결과 팀의 득/실점 데이터를 토대로 시즌 최종 승률 예측을 도와주는 피타고리안 승률 역시 .667이다. 이대로라면 84승을 거둘 수 있는 놀라운 페이스다.

하지만 SK의 이런 성적이 '00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은 아니다. '00시즌 현대는 4월 한 달간 17승 5패로 승률이 무려 .773이나 됐다. 그리고 한국 시리즈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지난 해 역시 4월에 15승 8패(.652)에 빛나는 삼성 라이온즈가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는 '00시즌 이후 계속된 현상이기도 하다. 과연 이런 경향이 올해도 계속될지 SK의 고공비행에 주목해 보자.


3. 호세 효과는 계속될까?

호세는 다소 기대에 미덥지 못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출루율 .503로 국내 리그 최고 기록을 세웠던 ‘01시즌에 비하면 아직까지는 다소 아쉬운 게 사실이다. 4월말 현재까지 호세의 타격라인은 타율.270/출루율.348/장타율.540이다. '01시즌엔 .335/.503/.695였다. GPA .400의 괴물급 타자가 .292의 준수한 타자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현재 호세의 타격은 한껏 달아오른 상태다. 지난 한 주간 호세는 .435/.500/.913의 뛰어난 타격 솜씨를 선보였다. 홈런 3개를 몰아치며 팀 동료 마이로우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고, 타점에 있어서도 8타점을 추가하며 13타점으로 리그 6위에 올라 있다. 롯데 팬들이 '호세의 추억'을 못 잊어 한 까닭을 다시 한번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호세 스스로도 자신을 그렇게 갈망했던 롯데 팬들의 마음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검은 갈매기 호세, 그가 높이 날면 날수록 롯데는 '가을 야구'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롯데가 살아야 프로야구가 산다는 말이 있다. 야구팬의 한사람으로서, 호세 효과가 계속돼 프로야구 전체 흥행에 있어서도 좋은 결과가 맺어지길 기대해 본다.


4. 류현진, 장원삼, 두 선수의 호투는 계속될 것인가?

'10억 루키' 한기주가 21.3이닝 동안 방어율 4.22로 다소 부진한 가운데, 고졸 류현진과 대졸 장원삼은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빼어난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구위에 있어서는 류현진이 다소 우위에 있고, 경기 운영에 있어서는 경험 많은 장원삼이 한 수 위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좌완이라는 이점을 지니고 있어 상대타자들은 이들을 상대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먼저 류현진부터 알아보자. 류현진은 28.6이닝 동안 36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솎아 내며 이 부분 1위에 올라 있다. K/9 또한 11.30에 달할 정도로 뛰어나다. 방어율은 1.57밖에 되지 않으며 피홈런은 없다. 15.73개의 이닝당 투수구나 3.27의 K/BB 역시 모두 안정적이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나타났다 싶을 정도다. 140km 후반대의 묵직한 직구와 각이 큰 커브, 날카로운 슬라이더 등 기본적인 구위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류현진이 쉽게 통타당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장원삼도 마찬가지다. 비록 류현진처럼 구속이 빠르지는 못하지만, 그의 슬라이더는 일품이다. 28.3이닝 동안 방어율은 1.27로 오히려 근소하게 류현진에 앞선다. 7.31의 K/9나 2.88의 K/BB 모두 류현진에 뒤지긴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15.32개의 이닝당 투구수 또한 흠잡을 데 없다. 특히 .461밖에 되지 않는 OPS 허용은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기도 하다. 대학시절의 명성을 프로에서도 그대로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두 선수 모두 어느 누가 신인왕에 선발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 매서운 기세로 몰아치던 연경흠이 .231/.286/.410으로 다소 기세가 꺾인 상황에서 가장 큰 경쟁자는 서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소속 팀의 최종 성적이 신인왕의 향방에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것이다. 두 선수 모두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길 부탁해 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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