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1회말부터 대거 5득점에 성공한 현대가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최근 현대가 특히 강점을 보이는 건 2사 이후에도 계속해서 찬스를 살려나간다는 점이다. 이런 집중력은 상대에게 공포를 느끼게 할 정도다. 오늘 1회의 5득점 역시 2사후에 비롯됐다.

정성훈의 2루타에 이어 곧바로 '송집사' 송지만 선수의 적시 2루타가 터졌다. 그리고 다시 1번 이택근 타석에 돌아올 때까지 단 한 개의 아웃 카운트도 기록되지 않았다. LG 선발 투수 서승화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에도 타선을 식을 줄 몰랐다. 사실상 이 다섯점으로 승부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회말이 끝났을 때 현대의 WP는 .871이었다. 더군다나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투수가 장원삼이라면 이 수치는 더더욱 믿음이 갈 수밖에 없는 수치다. 2회에도 다시 3득점 WP는 무려 .965로 이미 승부가 갈린 것이나 다름 없었다. 타선 지원이 원활하지 못해 승수쌓기에 애를 먹었던 장원삼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결국 장원삼의 최종 성적은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삼진은 7개를 솎아 냈고 사사구도 하나가 기록됐다. 사실 마운드에서 더 버틸 수도 있는 여건이었지만 김재박 감독님은 대대적인 선수 점검 과정에 들어갔고 결국 이보근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이보근 선수 역시 3이닝 동안 비록 1실점 하기는 했지만 삼진을 3개나 뽑아 내는 위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보근 선수의 경우 구장 전광판에 150km가 찍힐 정도로 빠른 볼을 던지기는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투구폼이 유연하지 못하고 공을 놓는 지점 역시 좀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특히 세트 포지션에서는 팔의 각도와 릴리스 포인트가 제대로 매치되지 않아 제구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겨우 고졸 2년차 선수인 만큼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재목이다. 특이할 만한 건 오늘 선발 DH로 출장했다가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된 강귀태 선수 때문에 타석에도 들어섰다는 점이다. 역시나 삼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말이다.

물갈이는 타석에서도 이뤄졌다. 선발로 나온 선수 가운데 포지션 이동 없이 경기를 끝까지 지킨 선수는 좌익수 이택근뿐이다. 그 역시 아직은 외야 수비가 낯선 이택근 선수를 시험해 보기 위한 김재박 감독의 포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부지런한 다리로 커버하고 있는 게 사실인데 그래도 시간이 흐를수록 외야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인상적이다. 수비에서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은 만큼 방망이에 좀더 집중한다면 올해 확실히 브레이크 아웃 시즌을 맞으리라 봐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이택근은 오늘 경기까지 .417/.447/.708의 뛰어난 타격 라인을 과시하고 있다. 비록 규정타석 미달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무서운 수치다. 하지만 .030의 초라한 IsoD가 증명하듯 아직은 참을성이 좀 부족하다. 현재 이택근 선수의 스윙을 보면 맞아나갈 때는 확실한 노림수와 그에 따른 적절한 매커니즘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도 삼진을 당할 때를 보면 더러 너무 자기 스윙만을 고집하는 듯한 인상이 들 때가 많다. 치기 좋은 볼을 기다리지 않고서는 좋은 타자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현재처럼 타격감이 절정일 때 좀 자제하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개인적으로 소망해 본다.

이택근과 함께 최근 강귀태의 역할도 무시하기 어렵다. 게다가 여전히 포수로 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이제 이택근은 사실상 포수 자원으로 분류하긴 무리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김동수 선수에게 마스크를 씌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은 확실히 상대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좀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리드가 좀 아쉽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꽤 많은 이닝 동안 마스크를 썼고, 올해 역시 틈만 나면 김재박 감독은 그에게 기회를 준다. 모쪼록 김동수 선수 밑에서 많이 배워 안방마님 자리를 꿰차게 되길 바랄 뿐이다.

내일 경기에서 LG는 에이스 이승호를 선발로 내세운다. 현대는 네 경기 연속 좌완 선발 투수와 상대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번처럼 이승호를 일찍 마운드에서 무너뜨릴 수 있을지, 아니면 이승호의 복수에 당할지 내일 경기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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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화 선수의 사구에 복숭아 뼈를 다친 채종국 선수의 쾌유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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