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Just can't lose




요즘 이 팀을 보면, 그냥 지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 야구 속담에 병살 세 개 치면 이기길 기대하지 말라는 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 속담 역시 이 팀엔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정말 지는 법을 모르는 팀처럼 연승에 연승을 거듭하고 있다. 또 다시 7연승!

선두 타자 이택근이 라인을 타고 날아가는 타구를 때렸지만 바운드가 워낙 빨리 튀어 2루까지 가기는 무리였다. 강병식의 타구를 기아 3루수 한규식이 험블하며 1루에서만 아웃, 결국 희생번트와 마찬가지 효과가 유발됐다. 여기서 최근 타격감이 좋은 송지만의 적시타, 그리고 기아 우익수 이용규 선수가 힐끗 타구를 쳐다봄과 동시에 포기하게 만들었던 서튼 선수의 홈런. 이렇게 석 점을 뽑아내며 비 내리는 무등 경기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 갈수록 빗줄기가 굵어지기에 더 이상 경기 진행이 무리는 아닐까, 서튼 선수의 홈런이 날아가는 건 아닐까, 내내 마음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 굵어진 후 빗줄기는 그대로 얌전히 내렸고, 결국 경기는 끝까지 진행됐다. 이 와중에 2회에 한기주 선수의 빈볼 때문에 한 차례 소동이 있기도 했다.



물론 한기주 선수의 투구가 고의였는지 아닌지를 제3자가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몸에 맞기 이전의 볼도 타자 이택근의 등 뒤로 날아온 위험한 투구였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공에 몸을 맞았으니 화를 낼 만도 했다. 하지만 심판의 적절한 조취와 기아 코칭 스탭의 신속한 투수 교체로 더 이상의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내리는 비와 함께 경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 때 즈음 유한준 선수의 솔로포가 터졌다. 역시 원하는 코스의 공이 들어오면 지체없이 나가는 스윙 그대로였다. 너무 라인드라이브 성으로 날아가 뒤로 미룬 펜스에 맞아 나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타구에 힘이 있었다. 실제로 나타난 결과도 결과지만 확실히 만들어 내는 타구의 질이 몹시 좋다.



한편 5/18을 맞이해 기아 구단에서는 치어리더 응원을 생략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기아 팬들은 빗속에서도 열렬한 응원을 계속했다. 옆에 계시던 분들의 말씀처럼 홈에서 성적이 안 좋고, 이렇게 비까지 오는 데도 '야물딱지게' 응원하는 광주 시민은 정말 대단한 야구팬이었다.

응원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8회 장원삼은 처음으로 이재주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리고 손지환의 타구는 정성훈의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면서 파울 라인을 타고 흘러 갔다. 사실 2/3루로 막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택근의 타구 판단이 좀 아쉬웠다. 여유롭게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망정이지 박빙이었다면 아찔한 순간이 연출될 뻔 했다. 이후 9회에 현대는 이보근을 올리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최근 타자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참을성이 극에 달했다는 점이다. 송지만이 좀 예외긴 하지만, 섣불리 나쁜 공에 방망이가 잘 나가지 않는다. 기다렸다가 원하는 코스가 오면 질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어 낸다. 김동수의 경우 배트 스피드만 놓고 보자면 결코 현재와 같은 성적을 거두기가 어렵다. 그러나 원하는 코스와 구질을 결대로 쳐내는 능력은 칭찬해주고 싶다.

이로서 7연승이다. 그리고 다음 상대는 한화를 상대로 홈에서 연패를 당한 SK다. 팀 분위기로는 단연 현대의 우세가 점쳐진다. 두 라이벌의 대결, 현대의 연승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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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아웃 뒤에서 지인과 담소를 나누고 있던 박준수 선수를 만나 사인을 받았다.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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