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와 수비가 동시에 무너졌다. 곧잘 언급하는 대로 선수들이 너무 크레이지 모드를 달리면 오히려 걱정이 되는 법이다. 손승락 역시 그랬다. 지난 번 7이닝 3실점으로 패전이 된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다. 결정적인 위기를 넘기지 못한다는 건 역시 구위가 완전치 못하다는 증거다. 누구나 0점대 방어율이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겠지만, 아직도 좀더 방어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수비 역시 마찬가지다. 리그 평균 수준의 DER은 사실 수비 가능한(fieldable) 타구가 많이 양산됐기 때문이지 수비진이 뛰어난 결과가 아니었다. 이런 문제점이 드러난 한 판이었다. 포수 김동수의 도루저지 능력부터 송지만 선수의 결코 넓다고 하기 힘든 수비 범위까지, 센터라인은 확실히 불안하다. 정성훈은 가끔 어이없는 실책을 저지른다. 코너 외야수 역시 뛰어난 수비수라 부르긴 어렵다. 이런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조범현 감독이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졌다. 패배할 수밖에 없던 경기였다. 자멸은 어쩔 수 없는 법이다.
반면 어제 경기는 좀 아쉽다. 홈런으로 석 점을 실점했다. 모두 2사 이후에 얻어맞은 홈런이다. 하지만 그래도 석 점 정도는 줄 수도 있는 점수다. 잘 던졌다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장원삼은 이번 시즌 내 운이 별로 좋지 못하다.
역시나 승부는 9회초였다. 서튼의 볼넷, 희생번트, 대주자 정수성의 3루 도루. 한 점차에서 이런 패턴이라면 최소한 동점까지는 갔어야 했다. 하지만 역시나 박경완이 노련했다.
김동수의 타석에 스퀴즈를 직감한 박경완이 공을 뺐다. 그대로 3루 주자 정수성은 런다운. 3루까지 정성훈을 안착시킨 것만으로 칭찬받을 일이었다. 이 순간 Leverage Index는 무려 8.99에 달했다. 평상시보다 9배나 더 위급한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노련한 박경완의 선택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었다.
이번 시즌 SK만 만나면 힘을 못 쓴다. 시즌 초반 연패, 그리고 9연승에 종지부를 찍은 것 역시 SK와의 경기였다. 과연 이런 악연이 오늘도 계속될지 기대되는 문학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