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9회말 2아웃 만루 풀카운트에서 내려진 끝내기 밀어내기 판정이 아니라면 오심 때문에 승패가 갈렸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친 것만큼은 틀림없다. 오심이라 단정 지어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분명 판정하기 애매한 상황이었던 것만큼은 틀림없는 일이었다.
선취점은 중요성은 굳이 수치를 들이대지 않아도 될 정도다. 상대가 최근 잘 나가고 있는 류현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현대가 1:0으로 주도권을 쥔 채 경기를 펼칠 수 있던 상황이 한화 수비진이 홈에서 선취점을 막는 상승 분위기로 이어졌다. 그리고는 곧바로 1실점, 오히려 주도권을 한화가 쥐게 된 셈이다.
이후 현대 야수들은 선취점을 몹시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거꾸로 한화는 2사후에도 신바람 있는 스윙이었다. 그 이후 한화가 두 점을 더 뽑으며 3:0으로 승부를 갈랐다. 분위기 자체가 한화에 밀려있어 역전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결국 구대성이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매조지었다. 8이닝 동안 무려 12개의 삼진을 당했으니 상대 투수에게 완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대성 또한 무기력한 상태의 타선으로 극복하기는 버거운 상대였다.
다섯 점이라면 점수를 충분히 뽑을 만큼 뽑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한점차로 승부가 갈렸기에 하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사소한 집중력의 차이에 승부가 갈렸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1회 정성훈의 실책, 그리고 6회 이보근의 폭투가 아쉬웠다는 얘기다.
지난번에도 썼지만 정성훈의 실책이 가진 문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포구나 송구 직전의 움직임까지 무엇이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막상 송구 결과는 어이가 없다. 송구 자체가 어이없이 뜨거나 던지지 않아도 될 곳에 어이없이 던지는 경우가 빈번한 것이다.
이보근은 물론 잘 던진 편이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진 경기에서 이 정도 던져준 건 칭찬받을 만하다. 이보근이 못 던졌다기보다 한화 타자들이 잘 쳤다. 그래서 아마 실점 후에도 계속된 만루 상황이 주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 배워나가는 과정이고 앞으로 더 좋아지리라 믿고 싶다. 하지만 그 순간이 당일 승부에서 아쉬웠던 건 별 수 없는 일이다.
9회말 공격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얘기다. 서한규에게 많은 걸 바랬던 건 아니다. 하지만 4구만에 물러난 건 별로 좋은 징조는 못 된다. 이택근은 모처럼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해결사 모드 스윙은 여전했다. 이는 칭찬해주기 힘든 대목이다. 그리고 터진 강귀태의 2루타. 확실히 구대성도 흔들리고 있었다.
송지만 타석 ; 파울-파울-볼-볼-파울, 2-2 상황이었다. 여기서 몸쪽으로 제구된 공이 들어왔다. 송지만은 몸을 틀었지만 심판은 경기 종료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그 코스는 때려봤자 땅볼밖에 나오지 않을 코스였다. 그래도 아쉬운 건 그 찬스에서 중심 타자가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는 점이다. 볼넷으로 연결되는 플레이를 원했던 게 아니라 치기 좋은 코스의 볼을 원했던 판단이었겠지만 그랬다면 커트 정도는 해줬어야 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해결을 해주어야 할 선수는 정면으로 맞서 싸우지 못하고, 해결하지 않아도 좋을 선수들이 해결사 모드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러니 공격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5점이나 뽑았지만 점수가 필요한 순간엔 침묵이다. 이래저래 응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구대성을 무너뜨렸다. 어쩌면 이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될 경기였다. 물론 우리 타자들이 잘 친 것도 있지만 사실 구대성이 너무 많이 던진 탓도 컸다. 토요일 경기에서도 막판에는 공이 떴다. 알게 모르게 피로감을 느끼고 있던 구대성이었다.
금요일 경기에 던진 15개는 괜찮았다. 하지만 토요일에는 2이닝 동안 45개나 던졌다. 그 결과 9회말 2사에서 제대로 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허용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 다음날 역시 41개나 던지는 건 확실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월요일이 휴식일인 걸 감안한 등판이었겠지만 김인식 감독의 욕심이었다.
어차피 져도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경기였다. 게다가 팀이 앞서도 있던 상황도 아니었다. 오히려 승리가 절박한 팀은 현대였다. 따라서 김재박 감독이 박준수를 마운드에 올린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놓칠 수 없는 경기라는 신호인 셈이었다. 여기서 맞불작전이 과연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한화는 원정 경기였다. 달리 말해 한화가 앞서가는 점수를 낸다 해도 마무리가 필요한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9회말 시작과 동시에 마운드에 올릴 필요도 사실 없었다. 위기가 찾아올 때 올린대도 늦지 않을 일이었다. 이래저래 한화팬 관점에선 아쉬운 기용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사실 이 모든 건 지극히 결과론적인 얘기다. 채종국이 끝내기 안타를 쳐주리라 예상한 현대 팬도 사실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고, 사실 구대성이 위기를 잘 넘기는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도 사실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결국 끝내기 안타로 승부가 갈렸고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1-2위 팀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수원 시리즈는 결국 이렇게 종결이 됐다.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기록하며 유니콘스는 3위로 내려앉았다가 2위 자리에 복귀했다. 주간 파워랭킹 코멘트에 썼지만 드래프팅 상황에서 어드벤티지를 쥐고 있는 쪽은 뒷차다. 쫓기는 상황에서 쫓아가는 상황으로 변한 점이 어떤 차이를 불러일으킬지도 관심사다.
주중에는 최근 상승세와 더불어 지난 수원 경기에서도 스윕의 아픔을 안겼던 두산과 다시 수원에서 붙는다. 랜들-리오스-이혜천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과 싸워야 하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는 대구에서 삼성과 만난다. 갈수록 정말 재미있는 한 주가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