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또 다시 패-패-승


# 0. 아웃의 가치

야구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아웃'이다. 공격하는 쪽에서는 아웃 당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수비측에서는 재빨리 아웃 카운트를 채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은 곧잘 이 사실을 잊는다. 정규 이닝 동안 상대방으로부터 27개 아웃 카운트를 어떻게 빼앗아 내느냐 또는 27개의 아웃 카운트를 쓰는 동안 몇 점이나 뽑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야구 경기의 핵심임에도 아웃 카운트를 소모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는 한다는 얘기다.

최근 현대의 공격 패턴을 보면 이 말이 딱 떠오른다. 유니콘스의 공격 패턴에서 희생번트는 고정된 레퍼토리다. 세이버메트릭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는 분명 올바른 선택이 못 된다. 하지만 그 이후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어떻게 소모하느냐가 더 큰 문제다.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도 타자들이 어찌할 줄을 모른다. 결국 이닝 초반에 찬스를 잡고도 득점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비에서는 반대다. 2사후 실점이 늘 문제다. 2사를 잡는 과정 자체도 별로 뛰어나지 못하다. 이 점은 굉장히 오래 전부터 지적했었는데 여전히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다. 맞아서 주는 점수는 정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2사를 잡아 놓고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상황에서 늘 맞는 건 문제다. 상대는 아웃 카운트를 활용하는데, 우리는 소모한다. 이래서는 당연히 승리를 챙기기가 어렵다.


# 1. 금요일(3 대 8, 패)



1차전의 경우에도 1회초에 잡은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는 1회말에 곧바로 1실점. 주도권을 빼앗긴 채 시작한다는 의미다. 중심 타선이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곧바로 얻어맞았으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수경은 예전의 그 김수경이 아니다. 따라서 초반에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 후에도 2, 3회 계속해서 찬스를 잡았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런 상황이니 투수가 계속 얻어터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김수경은 마운드 위에서 겁먹은 듯 보일 때가 많다. 그리고 이는 예의 투구폼이 경쾌한 리듬을 타지 못하게 만든다. 승부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아직 몸이 완전치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결국 맞아서졌다.

김창희, 진갑용 선수에게 각각 홈런을 한방씩 허용하며 5회가 끝났을 때 이미 점수는 0:4였다. 이후에 양 팀의 공방이 있었지만 승부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들이었다. 지석훈과 강병식 등이 쏠쏠한 타격 솜씨를 보여준 것에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이보근은 최근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이었지만 밀어내기 볼넷을 두 개나 허용한 건 확실히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2군에서 컨트롤을 좀더 가다듬는다면 기본적으로 구속은 빠르기에 쓸만한 자원으로 자랄 것 같다. 황두성은 여전히 불안하고, 투수 전준호 역시 좀더 많은 체중 감량이 요구된다.


# 2. 토요일 (0 대 3, 패)



2차전은 비 때문에 승부가 결정되긴 했지만, 사실상 승부의 추는 이미 기운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비로 콜드 게임이 선언되기 전 삼성의 WP는 .899나 됐다. 그리고 아웃 카운트를 무기력하게 소모하고 있는 타선에게 석 점은 멀어보이는 점수였다.

마찬가지로 초반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1, 2, 3회 연속으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지만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 모두 찬스에서 땅볼밖에 때려내지 못했고 1회는 병살이었다. 그리고 결국 3회말에 실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드디어 문제의 5회말이 찾아왔다. 연거푸 볼넷 두 개 허용, 이것부터가 사실 좋지 못한 출발이다. 아웃 카운트를 전혀 챙기지 못한 가운데 주자를 득점권에, 그것도 잇단 볼넷으로 내보내는 건 무조건 나쁜 상황이다. 여기에 투수 자신의 송구 실책까지 겹친다면 정말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것이다. 손승락 혼자 무너졌다는 얘기다.

그리고 또 무기력한 삼자 범퇴, 그리고 비였다. 두 경기 연속 어쩔 수 없는 패배였다. 아웃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 반대로 아웃 카운트를 재빨리 늘리는 것, 이 차이가 결국 패배를 부른 것이다.


3. 일요일(10 대 4, 승)



마지막 3차전은 여유 있게 이길 경기를 따라잡혔다가 다시 여유 있게 승리를 거뒀다. 1회 박한이에게 안타를 허용한 이후 장원삼의 호투가 계속됐다. 많은 수의 삼진은 아니었지만, 철저한 우타자 바깥쪽 직구와 슬라이더 패턴이 잘 먹히며 소위 fieldable한 타구만 허용했을 따름이다. 결국 6회까지 삼성 타선은 꽁꽁 묶였다.

하지만 7회가 시작되면서 연거푸 안타 세 개를 얻어맞았다. 라인 드라이브 타구가 나왔으니 장원삼의 책임이 더 컸다. 마지막 진갑용 선수의 안타 역시 인조 잔디라 타구 속도가 빨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장원삼 강판. 위험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넉 점이나 줄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것도 아웃 카운트 하나 늘이지도 못하고, 주자도 여전히 루상에 쌓여있는 상태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였다.

여기서 김동수의 수비 하나가 빛을 발했다. 강귀태를 김동수로 교체한 선택이 효과를 본 셈이다. 파울 타구 포구에 이은 2루 송구는 가시적으로 드러난 부분이었지만, 그 전의 리드가 좋았다. 그렇게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연거푸 잡고 나니 여유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득점권에 있던 주자 역시 사라졌다.

이어서 보여준 8회말 공격이 바로 한창 연승 가도를 달릴 때 타선이 보여준 모습이었다. 2사후에도 계속해서 찬스를 만들고, 계속해서 기회를 물고 늘어지는 모습 말이다. 경기 초중반에 보여준 스퀴즈나 희생 플라이 역시 아웃 카운트를 그나마 효과적으로 사용한 모습이라 볼 수 있다.


# 4. 드래프팅의 뒷차

결국 대구 시리즈는 1승 2패로 마무리 됐다. 여전히 1게임차 3위, 그리 멀어보이지 않는 격차지만 그렇다고 손쉽게 따라잡을 만한 거리도 아니다. 더구나 최근 약속이나 한 듯 2패후 1승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기아-롯데와 연달아 붙는다는 점이다. 현대는 양 팀 모두에게 강한 면모를 선보인 바 있다.

관건은 다시 1위로 치고 올라가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얼마나 현재의 승률과 순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내외야 가릴 것 없이 수비가 불안하고, 투수들 역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허용하는 비율이 늘었다. 따라서 이 분위기를 어느 정도 추스릴 수 있느냐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본다. 결국 적은 점수로 승리를 챙기는 패턴이 되지 않고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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