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또 한번 정성훈이 삼성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선취 득점은 정성훈의 솔로 홈런이었고, 추가점 역시 그의 2루타에서 비롯됐다.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호수비를 펼치며 공수 양면에서 최고의 활약이었다. 흠이라면 8회말 공격에서 주루사 당한 것을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판정이 좀 애매했다.

    어제 경기까지 정성훈은 삼성을 상대로 .346/.455/.500을 때려냈다. 지난해의 부진한 타격 성적(OPS .772)에도 삼성을 만나서는 .314/.351/.600을 때려낸 바 있다. '04년 어린이날 대구에서 임창용을 상대로 때려낸 홈런 역시 많은 이들의 기억에 각인돼 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진정한 삼성 킬러라 부를 만하다.

  • 그런 의미에서 6회말 공격은 모양새가 좀 아쉬웠다. 선두 타자 이숭용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여기서 김재박 감독은 정성훈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물론 이미 정성훈은 경기에서 보여줄 건 다 보여줬으니 안전한 선택을 하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정성훈은 멋지게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이숭용을 3루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결국 6회 공격에서 현대는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한번 최근 성적을 감안해 보자. 정성훈은 후반기에 .444/.500/1.000으로 완전한 크레이지 모드였고, 다음 타자 김동수는 .286/.375/.286라면 좀 사정이 달랐다고 본다. 그러니까 정성훈에게 안타를 기대하는 게 김동수에게 희생 플라이를 기대할 확률보다 높았다는 뜻이다.

  • 박준수는 7일 광주 경기 이후 무려 3주도 더 지나서야 겨우 세이브를 추가할 수 있었다. 세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내야 플라이와 삼진 2개로 완벽한 모습이었다. 전반기 막판 등판 간격이 불규칙해 다소 공이 쏠리던 현상도 많이 사라진 모양새였다. 조용준의 복귀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여전히 미지수지만, 후반기에도 그의 대활약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어제 경기 최고의 수훈갑 투수는 단연 신철인이다. 물론 5회를 넘기기도 버거워 보이던 전준호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준 것 역시 인상적이다. 하지만 1사 만루의 위기에서 침착하게 병살을 유도했고, 8회초에는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성에 권오준이 있다면, 현대엔 신철인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은 위용이었다.

  • SK에게 연패를 당한 후, 후반기 첫승을 거뒀다. 2위 자리 역시 이제는 한화의 차지다. 지겨운 반 게임차가 자리만 바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엔 상대 전적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두 팀과 연달아 맞붙는다. 삼성을 꺾고 기분 좋게 7월을 마감한 만큼 상승세를 계속해서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

    맥을 잘 짚지 못한 결과겠지만, 현대가 무너지고 있을 때마다 한화도 함께 무너졌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피타고라스 승률은 언제나 현대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한화의 불펜진이 그리 두텁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한다면 이런 차이는 앞으로도 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 선수들이 알아야 할 건 바로 이 점이다. 우리는 2위 다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2위 수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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