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까지 정성훈은 삼성을 상대로 .346/.455/.500을 때려냈다. 지난해의 부진한 타격 성적(OPS .772)에도 삼성을 만나서는 .314/.351/.600을 때려낸 바 있다. '04년 어린이날 대구에서 임창용을 상대로 때려낸 홈런 역시 많은 이들의 기억에 각인돼 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진정한 삼성 킬러라 부를 만하다.
그러나 결국 6회 공격에서 현대는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한번 최근 성적을 감안해 보자. 정성훈은 후반기에 .444/.500/1.000으로 완전한 크레이지 모드였고, 다음 타자 김동수는 .286/.375/.286라면 좀 사정이 달랐다고 본다. 그러니까 정성훈에게 안타를 기대하는 게 김동수에게 희생 플라이를 기대할 확률보다 높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제 경기 최고의 수훈갑 투수는 단연 신철인이다. 물론 5회를 넘기기도 버거워 보이던 전준호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준 것 역시 인상적이다. 하지만 1사 만루의 위기에서 침착하게 병살을 유도했고, 8회초에는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성에 권오준이 있다면, 현대엔 신철인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은 위용이었다.
맥을 잘 짚지 못한 결과겠지만, 현대가 무너지고 있을 때마다 한화도 함께 무너졌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피타고라스 승률은 언제나 현대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한화의 불펜진이 그리 두텁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한다면 이런 차이는 앞으로도 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 선수들이 알아야 할 건 바로 이 점이다. 우리는 2위 다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2위 수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