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은 1회 2사 1/3루 찬스에서 1루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3회에는 1사 1/2루 기회를 병살로 날려 버렸다. 초반에 잡은 득점 찬스가 모두 정성훈에 걸렸지만,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좋지 못한 허리 탓에 자기 스윙을 가져가지 못한 결과다.
4회 김동수가 홈에서 죽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2사 후에 터진 2루타, 곧바로 서한규가 3-유간을 꿰뚫는 안타를 날렸지만 전상렬의 송구가 좋았다. 그래도 김동수의 스킵 동작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라 할 만 했다.
이처럼 공격에서는 허술한 부분이 많았지만, 수비에 있어서는 대체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제일 아쉬운 건 역시 9회 이종욱에게 허용한 3루타다. 송지만의 슬라이딩 캐치 시도를 나무라는 게 정상이겠지만, 최근 그가 보여준 쏠쏠한 수비 능력을 보자면 이해도 가는 상황이다. 사실 더 이상 송지만을 욕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결국 몽니쟁이 이미지가 굳어져 가던, 캘러웨이가 모처럼 승수를 챙길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두산에 유독 약했던 이미지였지만 이 날만큼은 불안한 득점 지원 속에서도 확실한 투구로 승리를 챙겼다. 수비 지원 역시 모처럼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으니, 캘러웨이 본인도 꽤 기분 좋은 하루였을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2사 후에 6실점이나 허용한 건 확실히 납득하기 어렵다. 매치업 선택 실패로 만루포를 얻어맞은 것도 그렇고, 이종욱을 1루에서 살려준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도루 - 장원진 대타 성공, 이것으로 사실상 승부는 기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할 말이 없고, 이야기하기도 싫은 게임이었다.
정성훈도 사실 잘 나가던 분위기가 한풀 꺾였던 게 사실이다. 공을 끝까지 보지 않는 스윙이 문제였다. 하지만 몰아치기에 능한 선수이니만큼 이번 홈런을 발판으로 다시 살아난 타격을 선보이길 바란다. 현재까지는 남은 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골든글러브 수상도 가능한 페이스기 때문이다.
서튼은 최근 계속해서 타구의 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조금만 더 떴으면 홈런이 됐을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펜스를 너무 빨리 맞추는 바람에 단타가 되거나,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는 타구가 꽤 됐었다. 다만 2%가 부족했을 뿐이다. 이 부족했던 2%가 채워지면서 홈런으로 연결된 것이다. 여전히 잔루가 너무 많은 공격력을 생각하자면, 그의 부활은 확실히 반갑다.
박준수는 세이브 하나를 또 추가했다. 조용준의 복귀 소식이 요원한 상황에서 확실히 반가운 이야기다. 여전히 김민범은 좌완이라는 메리트를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고, 신철인에게는 휴식이 좀 필요해 보인다. 신철인이 없이는 장기적인 레이스는 확실히 버거워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두산의 분위기가 좋지 못한 영향이 크지만, 그래도 특정팀에게 약해서는 결코 강팀이 될 수가 없다. 이제 또 다시 SK와 맞붙는다. 마찬가지로 4승 8패의 상대전적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SK를 상대로 한 징크스가 깨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