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유니콘스 노우트


지난주 두산, 한화와의 4 경기에서 2승 2패를 거뒀다. 사실 두산과의 2차전이 거의 버리는 게임의 모양새였는데, 우리 선발이 전준호였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다소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발 라인업의 짜임새 자체가 확실히 무게감이 떨어졌다. 제 아무리 상대 선발이 금민철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반면 한화에게 내 준 경기는 확실히 아쉽다. 신철인이 고동진에게 홈런을 맞았다. 이 문장만으로도 이 경기에서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김민재, 한상훈의 잇단 번트 실패. 그리고 어이없게 신경현에게 허용한 도루. 흐름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던 가운데 고동진이 결국 일을 낸 것이다. 정말 충격적인 홈런이었다.

이긴 경기에서는 수비가 돋보였다. 두산과의 1차전에서는 9회 동점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정성훈과 이숭용의 수비가 빛이 났고, 일요일 경기에서는 유한준의 호수비와 병살 유도가 빛을 발했다. 물론 2루타성 타구를 잡아낸 목요일 이택근의 수비 역시 칭찬받을 만한 플레이였다.

사실상 1위는 이제 멀어졌다. 원래부터 그리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삼성의 하락세로 찾아온 기회에서 탄력을 받지 못했기에 이제는 더더욱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한화와 2.5 게임차를 유지한 건 확실히 희망적이다. 어차피 2경기 차이로만 앞서 있다면 2위 수성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대로, 후반기 이후 현대 공격력을 이끄는 두 선봉장은 서튼과 송지만이다. 서튼은 후반기 들어 .295/.387/.535의 타격라인에 28 타점, 21 득점을 보탰다. 7개의 홈런 역시 팀 전체 홈런 25개의 1/3에 육박하는 수치다. 지난해 보여줬던 '친절한 서튼씨' 모드가 부활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포스트시즌에서의 맹활약이 기대된다.

    송지만도 만만치 않다. 후반기 타격라인이 .306/.404/.496이다. 팀 내에서 이보다 높은 출루율을 기록한 선수는 이택근(.423)밖에 없다. 6개의 홈런과 22 득점 모두 1번 타자로서 송지만의 가치를 높이는 기록이다. 타점 역시 16개를 기록하며 서튼, 정성훈(18 타점)에 이어 후반기 팀 내 3위를 차지했다. 전반기 '먹튀' 모드는 많이 사라진 상태다.

    최근 들어 이택근이 장타를 터트리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택근은 6일 SK 경기 전까지만 해도 후반기 들어 단 하나의 장타도 터트리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날 2루타를 시작으로 10일 경기에서도 3루타를 터트렸다. 타율 관리를 위한 몸부림(?)이 오히려 그의 타격에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타격왕 타이틀이 멀어지는 것이 오히려 그의 스윙을 더욱 경쾌하게 만드는 것 같은 기분이다.


  • 과연 현대에서 골든글러브를 탈 만한 선수가 있을까? 사실상 가장 근접한 후보는 정성훈 하나뿐이다. 투표권이 있는 기자들의 관점에서 또 다른 유력 후보 이범호와 비교하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타율 - 정성훈 .287 vs 이범호 .262 ; 정성훈 승!
    홈런 - 정성훈 13 vs 이범호 18 ; 이범호 승!
    타점 - 정성훈 59 vs 이범호 61 ; 무승부
    실책 - 정성훈 17 vs 이범호 11 ; 이범호 승!
    순위 - 정성훈 2 vs 이범호 3 ; 정성훈 승!
    이렇게 보자면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사실 둘의 GPA는 정성훈(.273)과 이범호(.282)가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 차이는 구장 효과를 적용한 오차 범위 내에 있다. 그리고 실책 수에 있어 다소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둘의 수비는 누가 더 낫다고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이다.

    그래서 결론은? 이범호가 훨씬 유리하다. 게다가 이범호에게는 전년도 수상자라는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그래서 올해도 정성훈의 수상은 좀 힘들어 보인다. 컨디션이 상승세에 올랐을 때 좀더 치고 올라가지 못한 영향이다. 확실히 내구성이 뛰어난 선수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는 이런 데서 드러난다.


  • 『스포츠2.0』에 정민태의 인터뷰가 실렸다. 한 마디로 대실망이다. 아쉬운 마음은 백 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저 소속팀이 자신의 '직장'이기만 한 선수는 팬들도 반기지 않는다. 그 정도 지위에 있는 선수의 발언이 너무 가벼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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