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후부터 11년간 현대 사령탑을 역임한 김재박 감독이 내년부터 LG를 맡게 됐다. 이번 시즌 계약이 완료되는 김 감독의 LG행 루머는 시즌 중반부터 꾸준히 돌았던 게 사실이다. 포스트시즌 기간 중 현대의 김용달 코치가 LG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지만 결국 LG 프런트의 선택은 김재박 감독이었다.
그런데 김재박 감독이 LG로 옮긴 이후 현대 프런트는 감독 자리를 누가 채우게 될 것인지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야구계의 3김이라 불렸던 세 사람 가운데 아직 두 사람이 현대에 남아 있는 만큼 감독감이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한국 시리즈가 완료된 직후 발표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인물을 현대 감독으로 추천하고 싶다. 그 인물은 다름 아닌 현대의 수석 코치였던 정진호 씨다. 정진호 씨는 선수 시절부터 이 팀과 계속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3김의 존재에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사실상 현대의 브레인은 정진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차피 새판을 짜야한다면 정진호만한 적임자가 없는 셈이다.
자, 이제 3김은 해체됐다. 비공식적으로 김용달 코치는 김재박 사단의 사람이고, 김시진은 김용휘 사장이 아낀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김용달 코치는 김재박 감독을 따라 LG로 옮길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렇다면 김시진 코치가 감독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계속해서 수석 코치 자리에 있던 정진호의 자리가 위태하다. 정진호 역시 김재박 사단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진호 코치가 감독 자리에 오르면 양상이 달라진다. 역시 비공식적으로 정진호 감독 체제가 출범할 경우 김용달은 팀에 남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김시진은 잃겠지만 정진호, 김용달 둘은 팀과 함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네임 밸류에서 밀리는 감독을 잃는 대신, 실질적인 브레인과 리그 최고의 타격 코치를 함께 안고갈 수 있는 방안이다. 정진호가 또 한번 10년씩 감독 자리를 맡지 않는다면 김용달 코치 역시 감독 자리를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 복안이기도 하다.
물론 김시진 코치를 잃는 건 충격이다. 하지만 이만수가 국내 무대로 돌아온 이상 김시진 코치의 이적은 계속해서 높은 가능성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 매는 빨리 맞는 편이 낫다. 충격에 대비해 미리 조치를 취해 놓는 편이 팀의 미래를 생각할 때 낫다는 얘기다. 김시진 코치의 명성을 당장 따라잡기는 힘들겠지만 정명원 배터리 코치 역시 준비된 상태라는 것이 위험부담을 덜어준다.
김재박 감독의 이적을 시작으로 움직임은 분명 시작됐다. 3김을 모두 안고 가는 것이 물론 팀의 가까운 미래를 생각할 때는 가장 바람직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먼 미래를 감안하자면 분명 변화가 필요했다. 당장 가까운 미래의 성적을 위해, 또한 먼 미래를 생각하는 장기적 포석을 생각할 때 이 팀의 수장으로 가장 어울리는 인물은 바로 정진호 코치다. 구단 고위층의 생각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