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침묵의 이유


유니콘스에 관한 마지막 포스팅이 벌써 석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오프 시즌에 가장 할 말이 많은 팀의 팬이면서 말입니다. 그것도 말하기를 아주 좋아하는 팬.

하지만 유독 글을 남기지 않은 건, 아니 말을 남기지 못한 건 어쩌면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이 너무도 한꺼번에 쏟아진 까닭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너무 많은 질문들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 믿기지 않은 패배를 당하며 유니콘스의 오프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곧이어 김재박 감독의 LG행, 코치진의 잇단 이동, 김시진 감독 선임. 그리고 불거져 나온 연고지 문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 연고제와 전면 드래프트의 도입 역시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여기에 마지막 카운터펀치는 농협의 유니콘스 인수.

어쩌면 이 일련을 과정을 겪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번이고 새로운 감독님을 환영하고, 연고지 문제에 있어 현대의 주장을 옹호하는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자꾸만 포스팅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블로그의 근간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유니콘스를 향한 사랑은, 확실히 숫자로 측정이 되지 않는 성질의 문제인 모양입니다. 아니, 사랑을 숫자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좀더 솔직한 표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어' 역시 빌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습니다. 도대체 응원 팀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얼마 전 한 사이트에서 현대를 응원하는 팬들과 술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어느 팀이 주인이 되든, 연고지가 어디가 되든 계속 이 팀을 응원하자며 힘찬 건배를 나눴습니다. 물론 지금도 이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삼미 - 청보 - 태평양 - 현대까지. 벌써 이 팀의 주인은 네 번이나 바뀌었고, 연고지도 한번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 속에도 흔들림 없이 한 팀만을 응원해 온 우리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 팀을 응원하리라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여전히 충격이 크고, 이 글조차 횡설수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정말 유니콘스라는 이름 앞에 현대가 지워지는 날, 아니 전혀 다른 소유주와 닉네임이 붙는 그날. 이 디렉토리의 이름이 바뀔 그날.

그날이 되면, 좀 더 의미를 갖춘 내용을  남길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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