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숫자로 야구를 보는 데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아마 피타고라스 승률에 대해 들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피타고라스 승률은 팀의 득 · 실점을 통대로 이 팀이 향후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릴지를 예측해 주는 지표다. 흥미로운 건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당시의 승률보다 피타고라스 승률이 최종 성적 예측에 있어 더 정확도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농구엔 이런 지표가 없을까? 없다면 당연히 이 글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농구에도 이미 유사한 계산법이 도입돼 있다. 하지만 훨씬 복잡하다. 물론 일부 농구 전문가들 역시 야구에서와 마찬가지로 피타고리안(pythegorean) 방식을 그대로 도입해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농구에서 피타고라스 승률은 야구에서만큼 정확도를 발휘하지 못한다. 때문에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정규 분포 곡선(Bell Curve)' 방식을 사용해 계산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다.

수학적으로 깊은 내용을 원하는 독자는 맨아래에 제시된 참조 링크를 따라가 주길 바란다. 물론 그대로 건너뛴대도 나무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도 간단히 구하는 계산식 정도면 알고 싶다면 ;


위에 제시된 공식을 한번 차근히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사실 정작 궁금해 했던 건 결과 하나뿐이다. 아래 표는 3 라운드 종료 시까지 각 팀의 성적을 토대로 예상 승률(P%)을 계산해 내림차순으로 정리한 결과물이다.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는 몇 가지 사안을 한번 차근히 짚어 보도록 하자.
  • 실제 승률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모비스가 1위다. 지난 시즌 PER 1위였던 크리스 윌리엄스는 올해도 여전히 26.63의 기록으로 3위를 내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높이 보강을 목적으로 영입한 크리스 버지스 또한 25.86의 기록으로 6위에 올라 있다는 건 확실히 이 팀을 강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라 양동근의 기록 역시 22.29(10위)나 된다. 양동근의 기록은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여기에 국내 선수들이 자신의 롤에 맞는 플레이를 펼쳐주고 있다는 점 역시 유재학 감독의 용병술을 칭찬해줄 만한 대목이다. 비록 2라운드 이후에 보여준 거짓말 같은 승률(15승 3패)을 계속 보여주지는 못한다 해도 당분간 이 팀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공동 2위에 올라 있는 LG와 KTF의 대결도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예상 승률로는 LG가 KTF에 앞서 있는 게 사실이다. 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플레이오프 4강 직행 티켓의 주인공은 LG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게 사실이다. 크리스 민렌드(PER 22.66, 2위)는 여전히 건재하며, 최근의 현주엽(PER 14.63)은 빅 맨 본성을 되찾아 가는 듯한 인상이다.

    하지만 이 기록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AG 대표팀 차출로 인한 공백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당초 AG가 열릴 때 대표팀 차출이 한 명도 없는 LG의 고공 비행을 예상한 전문가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송영진(PER 16.78)의 복귀는 이 팀의 식스맨 활용을 더더욱 원활하게 해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얘기다.


  • 전자랜드의 돌풍 역시 이 기록은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3일 경기까지 성적을 감안해 보면 이 팀은 .464의 승률로 6강 티켓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예상 승률은 이 팀의 성적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전자랜드는 최근 4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다.

    그 와중에도 김성철의 활약은 칭찬할 만한 수준이다. 그의 PER(17.85)보다 높은 기록을 올린 선수는 위에서 언급한 양동근 이외에 신기성(20.22), 김주성(18.94), 김승현(17.87)뿐이다. 지난해 김성철의 기록이 12.68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괄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키마니 프렌드(PER 22.23)의 활약 또한 전자랜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인 게 이 팀의 현실인지도 모를 일이다.


  • 공동 꼴찌를 달리고 있는 두 팀에 대해서 예상 승률은 전혀 다른 예측을 보여주고 있다. KCC는 여전히 부동의 꼴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SK는 그래도 준수한 7위권을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사실 어떤 의미에서 허재 감독에게 이번 시즌은 확실한 도전의 시기였다. 민렌드의 이적과 조성원의 은퇴는 팀의 기둥을 통째로 흔들었다. 게다가 추승균(PER 17.84), 이상민(PER 12.40)마저 부상으로 정상적인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난관을 풀어나가는 능력을 보여줘야 했을 허재 감독은 거의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비교적 좋은 기대치를 받아든 SK의 앞날도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비록 출장시간 미달로 정규 순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방성윤의 PER은 26.15로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전체 5위권에 드는 엄청난 기록이다. 하지만 양쪽 발목이 모두 좋지 않은 것이 타격이 됐다.

    두 외국인 선수 루 로(PER 23.51)와 키뷰 스튜어트(PER 17.82) 역시 리그를 압도할 만한 위력은 아니다. 또한 문경은(PER 13.04)의 노쇠화는 그렇다 쳐도, 전희철(PER 6.71)은 코트에 왜 서 있는지 의아해 할 만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니 이기던 경기를 내주고 허무하게 무너지는 이 팀의 모습이 그리 이상하다고 할 것만은 못 된다. 방성윤의 복귀에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때가 좀 늦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 마지막으로 피트 마이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피트 마이클은 33.37이라는 거짓말 같은 성적을 올리며 PER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보다 더 엄청난 포스를 보여준 선수는 '04-'05 시즌의 단테 존스(36.84)뿐이다. 하지만 단테 존스는 겨우 518분 가량밖에 뛰지 않았다. 확실히 국내 리그에 미친 전체적인 임팩트를 보자면 피트 마이클이 최고라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나 폴 밀러다. 8.10의 PER은 당연히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하위이고 국내 선수를 포함해도 그 아래 겨우 11명의 선수가 있을 뿐이다. 여기에 가혹하게도 이 팀의 성적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숫자가 주장하고 있으니 오리온스 팬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오리온스가 6강행 티켓을 원한다면 단연 폴 밀러 교체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보호관심용병'에게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스포츠는 숫자가 아니다. 그리고 이 예측 역시 현재 수준의 설명력으로 볼 때 이 정도는 유효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이 결과 그대로 스포츠가 진행된다면 그 누구도 스포츠를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스포츠에서의 예상은 틀리기 위해서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현재 어떤 상황에 쳐해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한번쯤 고민해 보는 것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일개 팬의 생각을 현장에서 반영해 줄 리는 없겠지만, 스포츠를 즐기는 한 방법으로서 얼마든 고려해 볼 수 있을 만한 일이니까 말이다.


참조 사이트 ; http://www.rawbw.com/~deano/articles/BellCurv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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