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이 되는 포수 유망주를 구경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 포수들은 타격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타격에 재능이 있는 어린 포수들의 경우 구단에서 외야수나 1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시키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지명될 정도의 유망한 타자라면 계속해서 빅 리그에서도 포수 마스크를 써줄 것으로 기대하긴 무리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현재 리그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는 미네소타 트윈스 소속의 '83년生 포수 조 마우어(Joe Mauer)다. 오늘 현재까지 .379의 타율로 아메리칸 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초반 슬럼프에 시달리던 이치로가 타율을 .362까지 끌어 올렸지만 마우어의 방망이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22개의 장타까지 곁들이며 .540의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 역시 칭찬할 만한 성적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마우어는 '01년 MLB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미네소타 트윈스에 지명됐다. 당시 드래프트에는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자랑하는 마크 프라이어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미네소타 구단은 마크 프라이어 대신 마우어를 선택했다. 프라이어는 결국 2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시카고 컵스에 지명됐다. '02 시즌 5월 하순부터 곧바로 빅 리그 마운드에 오른 프라이어는 116.2이닝 동안 14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우어의 모습은 빅 리그 어느 구장에서도 볼 수 없었다.
물론 투수와 포수의 리그 적응력은 차이가 난다. 더욱이 대학 무대를 경험한 투수와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 계약을 한 포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탈장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을 마감한 건 분명 전체 1픽에겐 아쉬운 출발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최고 포수 유망주는 그의 차지였다. 이듬해인 ‘03시즌 그는 '03년 베이스볼 아메리카(Baseball America)가 선정한 <올해의 마이너리거>로 뽑히며 빅리그 입성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04년 4월 마침내 마우어는 당당히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여기서 또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왼쪽 무릎 부상으로 4월 7일부터 6월 2일까지 부상자 명단에 오르게 됐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7월 9일 수술을 받았다. 뛰어난 타격 솜씨를 자랑하고 있던 중이라 팬들의 실망의 아쉬움은 크기만 했다. '05 시즌 역시 큰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그리 뛰어난 성적은 못 됐다. 게다가 팀 성적도 신통치 않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야 말았다. 그의 첫 번째 빅 리그 풀 시즌은 결국 더 큰 아쉬움을 남긴 채 그렇게 마감됐다. 부상을 겪으며 그저 평범한 선수가 돼 버린 인상이었다.
올해 역시 미네소타는 부진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메리칸 리그에서 미네소타(.441)보다 나쁜 승률을 보이는 팀은 캔자스시티(.259)와 탬파베이(.400)뿐이다. 전년도 챔피언 화이트삭스는 물론, 새로운 돌풍 디트로이트와 클리블랜드가 버티고 있는 이상 올해 역시 플레이오프 진출은 이미 좀 멀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팬들이 마우어만 봐도 배부르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이런 활약은 비단 타석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수비 역시 리그 최상급이다. 수비수의 역량은 수치로 표현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포수는 이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그 가운데서 그나마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BaseballProspectus.com에서 제공하는 Rate다. Rate는 100게임에 나선다고 가정할 때 100점을 기준으로 그 선수가 수비로 불러일으키는 점수차를 표현한 값이다. 현재까지 조 마우어의 Rate는 125다. 11회 골드 글러브 수상에 빛나는 이반 로드리게스의 커리어 하이가 124임을 감안할 때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미네소타는 요한 산타나와 프란시스코 리니아노 등 특급 좌완 영건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선수들을 팜에서 직접 키워내는 능력 역시 명성이 자자하다. 게다가 홈구장 신축 계획까지 발표된 상태다. 선수 구성과 팀의 컬러 모두 젊고 산뜻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럴 때 팀이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필요한 건 파이팅 넘치는 리더다. 그 역할을 마우어가 맡아줘야 할 때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을 보유한 철인(鐵人) 칼 립켄 주니어는 은퇴사를 통해 자신이 어릴 적 팬이었던 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끝낼 수 있어 영광이라 표현했다. 마우어 역시 골수 미네소타 팬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커비 퍼켓이 세상을 떠나고 토리 헌터마저 재계약이 힘든 상황인 이 때, 자기가 응원하던 팀의 최고 스타로 마우어가 우뚝 서길 바라는 마음이다. 미네소타 돌풍의 주역이 될 그의 모습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