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연고지 이전안 통과 소식을 발표 중인 존 피셔 애슬레틱스 구단주. 알링턴=AP 뉴시스

오클랜드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메이저리그(MLB) 팀 애슬레틱스가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깁니다.

 

MLB 사무국은 16일(이하 현지시간) 텍사스 레인저스 안방 도시 알링턴에서 이사회(구단주 회의)를 열고 애슬레틱스의 연고지 이전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MLB 구단이 연고지를 이전하려면 전체 구단주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결과는 아예 구단주 30명 만장일치였습니다.

 

이에 따라 애슬레틱스는 임대 계약이 남아 있는 내년까지만 오클랜드 콜로세움에서 안방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존 피셔(62) 애슬레틱스 구단주는 "오클랜드에 계속 남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방법이 없었다"면서 "라스베이거스에서 새출발하게 돼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애슬레틱스 안방 구장 오클랜드 콜로세움. 오클랜드=로이터 뉴스1

1901년 필라델피아에서 창단한 애슬레틱스는 1955년 캔자스시티로 옮겼다가 1968년 오클랜드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문제는 54년 동안 사용한 안방 구장 오클랜드 콜로세움이 너무 낡았다는 것.

 

이 때문에 관중 입장 수익을 올리는 데 애를 먹었고 이는 자연스레 전력 약화로 이어졌습니다.

 

이 팀이 2000년대 초반 '머니볼' 전략을 채택한 것도 기본적으로 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작가 마이클 루이스(63)가 펴낸 책 '머니볼' 부제부터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The Art of Winning an Unfair Game)'입니다.

 

올해 오클랜드 콜로세움을 찾은 관중은 경기당 평균 1만276명으로 29위 그러니까 뒤에서 2등인 마이애미(1만4356명)와 비교해도 70%가 겨우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LA 다저스와 비교하면 4분의 1

애슬레틱스는 이전에도 오클랜드 차로 1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프리먼트새너제이(산호세)로 연고지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그러다 연고지 이전 50주년을 앞둔 2017년 팀 슬로건을 'Rooted in Oakland'로 바꾸면서 오클랜드 잔류에 무게를 두기도 했습니다.

 

애슬레틱스가 오클랜드에 남으려면 필요한 건 딱 하나 새 구장이었습니다.

 

만(bay) 건너편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고 있는 팀 자이언츠는 그 전부터 '새 구장을 짓는 동안 AT&T 파크를 안방으로 나눠 쓸 의사가 있다'고 밝힌 상태였습니다.

 

애슬레틱스는 오클랜도 콜로세움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팀 레이더스와 함께 쓴 적이 있기에 이런 '동거'가 아주 불편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오클랜드시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결국 연고지 이전을 선택했습니다.

 

메이저리그 팀 애슬레틱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팀 레인저스 안방 구장인 오클랜드 콜로세움(위)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안방이었던 오라클 아레나.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홈페이지

애슬레틱스마저 떠나면 오클랜드는 북미 4대 프로 스포츠(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야구) 팀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됩니다.

 

오클랜드는 4년 전만 해도 애슬레틱스, 레이더스에 미국프로농구(NBA) 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까지 보유한 도시였습니다.

 

그러다 애슬레틱스와 비슷한 이유로 워리어스는 2019년 샌프란시스코로 올겼습니다.

 

이어 1982냔 로스앤젤레스(LA)로 떠났다가 1995년 오클랜드로 돌아온 레이더스도 2020년 다시 라스베이거스행을 선택했습니다.

 

레이더스에 이어 애슬레틱스까지 옮기면서 라스베이거스는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 팀 골든 나이츠까지 4대 프로 스포츠 팀이 세 개 있는 도시가 됐습니다.

 

2017년 골든 나이츠 창단 전까지 이 도시에 연고를 둔 프로 구단은 마이너리그 팀 피프티원스(51s)밖에 없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즈 안방 구장 라스베이거스 볼파크. 구단 홈페이지

뉴욕 메츠 산하 팀이었던 피프티원스는 2019년 애슬레틱스와 선수 육성 계약(PDC)을 맺으면서 에비에이터즈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애슬레틱스는 라스베이거스에 새 구장을 지을 땅을 이미 확보한 상태.

 

다만 새 구장은 2028년은 되어야 문을 열 예정입니다.

 

애슬레틱스는 새 구장 완공 전까지는 에비에이터스 안방 라스베이거스 볼파크에서 경기를 소화할 예정입니다.

 

2019년 문을 연 이 구장은 최대 수용인원이 1만 명밖에 되지 않지만 오클랜드에서도 원래 그만큼밖에 안 왔으니까요.

 

물론 실제로는 임시 좌석 등을 설치해 수용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큽니다.

 

2004년 9월 29일 열린 몬트리올 엑스포스 마지막 안방 경기. 메이저리그(MLB) 홈페이지

MLB 30개 팀 가운데 가장 최근에 연고지를 옮긴 구단은 몬트리올 엑스포스였습니다.

 

1969년 캐나다 퀘벡주 대표 도시에서 창단한 이 구단은 2005년 미국 수도 워싱턴으로 연고지를 옮겨 내셔널스가 됐습니다.

 

애슬레틱스가 2025년에 오클랜드를 떠나게 되면 20년 만에 MLB 팀 연고지 이전 사례가 나오게 되는 것.

 

MLB 사무국에서 발표한 2024년 일정에 따르면 애슬레틱스는 내년 9월 26일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오클랜드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릅니다.

 

애슬레틱스는 올해 MLB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나쁜 50승 112패(승률 0.309)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라스베이거스로 옮긴다면 그래도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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