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때였습니다.
대회 개막전이 열리는 일본 삿포로에 도착해 시내로 이동하던 중 공항철도에서 롯데 관계자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이제는 팀을 떠난 이 관계자는 의례적으로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투수를 어떻게 영입하면 좋겠냐’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정우람(38·현 한화)을 영입하는 게 실제로 팀에 도움이 되겠지만 롯데라면 손승락(41·현 KIA 퓨처스리그 감독)과 윤길현(40·은퇴)과 계약하고 ‘우리가 이만큼 했다’고 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습니다.
9월 21일에 쓴 '299번을 패했다…성민규 프로세스, 지금까지가 최선인가요? [데이터 비키니]'에는 이런 단락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41일이 지나 '이제는 팀을 떠난 이 관계자'가 다시 팀에 돌아옵니다.
프로야구 롯데는 "박준혁(43) 전 인사팀장을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1일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단장을) 조직관리 전문성과 국내·외 네트워크 활용이 가능한 구단 운영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07년 공채로 롯데그룹에 입사한 박 단장은 구단에서 (영어와 일본어 실력을 살려) 국제 업무와 마케팅, 홍보, 운영, 인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서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박 단장이 당시 삿포로를 찾았던 것도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와 계약 기간이 끝난 이대호(41)에게 '팀에 돌아와 달라'고 설득하려던 목적이었습니다.
취재진 사이에서 일찌감치 '차기 단장 후보'로 평가받았지만 성민규(41) 전 단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팀을 떠났습니다.
퇴사 후에는 커피 프랜차이즈 최고경영인(CEO)으로 변신해 회사를 키워가던 중이었습니다.
롯데는 지난해 연말 그룹인사 때 이강훈(53) 전무에게 자이언츠 대표이사를 맡겼습니다.
대표로 새로 부임했는데 이런 '빠꼼이'가 회사를 떠나겠다고 하면 말리는 게 당연한 일.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단장이 사직서를 냈을 때 가장 말린 것도 이 대표였고, 박 단장 영입에 가장 앞장선 것 역시 이 대표였습니다.
김태형 감독(56) 선임 소식을 전하는 포스트를 쓰면서 "새 단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부터 선임했다는 건 누가 되든 우리팀 '제너럴 매니저'는 이 대표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기에도 취재진 사이에 '여우'로 통하는 박 단장만 한 적임자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박 단장은 "지속가능한 강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