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타는 흥민이' 이채운(17·수리고)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이채운은 3일(이하 현지시간) 조지아 바쿠리아니에서 열린 2023 FIS 프리스타일·스노보드 세계선수권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고 점수 93.5점을 받아 우승했습니다.
FIS에서 주관하는 스키와 스노보드 종목을 통틀어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메달을 딴 것도 이채운이 처음입니다.
이전에는 서지원(29)이 2017년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듀얼 모굴 그리고 김상겸(34)이 2021년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에서 4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이날 만 16세 10개월 20일인 이채운은 세계선수권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역대 최연소 우승자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인 로스 파워스(44·미국)가 1996년 대회 때 남긴 이전 기록(만 16세 11개월 14일)을 22일 단축했습니다.
이채운은 지난해 베이징(北京) 올림픽에 참가한 전 세계 남자 선수 1587명 가운데도 최연소였습니다.
올림픽 데뷔 무대를 18위로 마친 이채운은 스위스 레상으로 날아가 FIS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리고 시니어 세계선수권 무대 데뷔전에서 바로 금메달을 차지한 것.
이채운은 2021~2022시즌부터 FIS 스노보드 월드컵에 참가중인데 2월 10일 캘거리 대회를 포함해 4위는 두 번 했지만 시상대에 오른 적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금메달이 이채운의 시니어 무대 첫 메달이기도 한 겁니다.
이채운은 "직전 월드컵에서 아쉽게 입상하지 못해 상심이 컸는데 좋은 결과를 얻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이채운은 전날 열린 예선을 7위로 마치면서 상위 10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습니다.
1차 시기에 77.25점을 기록한 이채운은 2차 시기에 86점으로 점수를 끌어올린 뒤 3차 시기에서 나섰습니다.
그리고 '백투백 1440'(양방향 4회전 연속 점프)를 앞세워 93.5점을 받으면서 2위 밸런티노 구셀리(18·호주·93점)를 0.5점 차이로 제쳤습니다.
이채운은 "앞으로 기술 완성도와 난도를 높여 내년 강원 겨울 청소년 올림픽과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채운뿐 아니라 올해 'X게임'에서 이 종목 여자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최가온(15·세화여중) 역시 2026년 올림픽 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아, 이채운이 '스노보트 타는 흥민이'로 통하는 건 축구 선수 손흥민(31·토트넘)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스노보드는 크게 '시간'을 다투는 알파인 부문과 '연기'로 승부를 가리는 프리스타일 부문으로 나눕니다.
하프파이프는 반원통형 슬로프 위에서 점프와 회전 등 공중 연기를 펼치는 종목입니다.
'천재 보더' 클로이 김(김선·23·미국)이 2018 평창, 2022 베이징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종목이 바로 하프파이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