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시작될 때만 해도, AL에서 가장 강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던 선수는 레드삭스의 데이빗 오티스였다. 물론 또 한번 소위 '지명타자' 논란에 휩싸였던 게 사실이지만, 오티스만큼 자신의 팀에 큰 도움이 되는 선수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팀 역시 가장 치열하기로 소문난 AL 동부지구 선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티스는 '반쪽짜리 선수'라는 오명을 벗고 '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가 될 모든 준비를 끝마친 것 같았다. 이 즈음 펜웨이 파크에는 'Most Valueable Papi'라는 피켓이 곧잘 발견되곤 했다. 이후로는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무엇보다 오티스의 소속팀 보스턴 레드삭스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사실상 실패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그리고 소속팀의 성적이 확실하지 않은 이상, 지명타자에게 MVP를 허락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올해도 오티스의 때는 아닌 것 같다.
이 기간 동안 가장 강력한 MVP 후보로 부상한 선수가 바로 양키스의 '캡틴' 데릭 지터다. 그리고 사실 이제 보스턴 팀 내에서도 오티스가 가장 뛰어나 선수는 아니다. 최근까지 성적을 보자면 매니 빙 매니가 다시 팀 내 최고 선수가 됐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여기에 또 한명 언급할 수 있는 선수는 조 마우어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임하면서도, 리그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그 선수 말이다. 게다가 미네소타의 놀라운 '각성' 역시 마우어 지지자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세 선수의 윈 쉐어는 모두 22로 리그 공동 1위다.
RC를 기준으로 타자들의 공격력을 알아보자면, AL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타자는 클리블랜드의 트래비스 해프너(119)다. 해프너는 이번 시즌 올스타 탈락에서도 알 수 있듯 늘 실력에 비해 과소평가돼 있다. 게다가 인디언스는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잃은 상태, 따라서 해프너가 MVP가 될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 다음이 바로 매니 라미레즈(108)다. 짐 토미(103)가 3위, 데이빗 오티스(102)가 그 뒤를 잇는다. 5위는 위에서 언급한 데릭 지터(101), 조 마우어(88)는 공동 15위에 올라 있다. 결국 공격력에 있어서는 매니 라미레즈가 가장 MVP로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는 예상대로다.
세 선수 모두 포지션이 다르기에 수비력을 일괄적으로 비교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제 아무리 시즌 개막 전 골드글러브가 목표라고 밝힌 매니라고 해도 수비에서는 낙제점을 면하기가 어렵다. BP에서 제공하는 Field Runs Above Average에 따르면 라미레즈의 기록은 -14다. 이는 그가 보스턴에서 뛰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나쁜 기록이다. 지터는 거의 정확히 리그 평균(0)값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3을 기록했을 때보다 수비력이 감소한 것이다. 그리고 조 마우어는 +6이다. 그리고 조 마우어는 확실히 가장 수비하기 까다로운 포지션은 포수로 경기에 나선다. 물론 포수는 수비 부분 WS에서 과대 평가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히 이 셋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수비수를 꼽으라면 조 마우어다. 이 역시 예상된 그대로다.
결국 셋을 비교하자면, 매니는 공격에서 가장 두드러지지만 수비에서는 최악이다. 마우어는 수비에서의 우위가 공격력에 의해 상쇄된다. 따라서 최고의 가치를 가진 선수의 자리는 지터에게 돌아간다. 게다가 팀 성적 역시 지터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이번 시즌이 지터의 커리어하이 시즌이라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어떤 라이벌도 지터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AL MVP는 데릭 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