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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MLB

<머니볼>과 마크 티헨


최근 한국어로 『머니볼』이 번역·출간 됐다. 번역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발견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세이버메트릭스라는 기본 개념을 소개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념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포홀릭의 박정환 기자가 설명했듯이, 머니볼의 이론은 옳은 것으로 판명난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말하자면 현재까지도 머니볼 이론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번 이번에 머니볼에 등장했던 한 선수를 추적해 보고자 한다.

주인공은 바로 '02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9번째로 오클랜드 에이스에 지명된 마크 티헨(Mark Teahen)이다. 책을 보면 티헨을 드래프트 하고자 하는 빌리 빈에게 스카우트들은 그는 정교한 타격은 가능하지만, 홈런을 때려낼 수는 없는 타자라고 말한다. 실제로 대학 시절 600 타석이 넘는 기회에서 그가 때려낸 홈런은 겨우 10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빌리 빈은 제이슨 지암비의 사례를 들며 '정교한 타자의 파워는 늘릴 수 있지만, 파워 히터가 정확한 타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때까지 3루수였던 지암비 또한 마찬가지 평가를 들었기 때문이다.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과연 그는 빌리 빈의 말대로 성장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티헨은 오클랜드 에이스 소속이 아니다. 지난 '04년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 이 트레이드는 카를로스 벨트란이 휴스턴으로 이적하는 과정이 포함돼 유명해졌다. 다자간 거래를 통해 자신에게 불필요한 자원을 넘기고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빌리 빈 방식 트레이드의 전형이었던 셈이다. 달리 말해, 티헨을 드래프트한 것이 본인의 판단 착오였다는 사실을 빌리 빈이 스스로 인정한 것이었다. 사실 트레이드가 성사되기 전까지 2 시즌 동안 티헨이 마이너리그 각 단계를 거치며 때려낸 홈런은 겨우 10개뿐이었다.

하지만 캔자스시티로 옮기자 그는 파워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캔자스시티의 AAA 팀 오마하에서 8개의 홈런을 날린 것이다. 사실 이번 시즌 전까지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총 18개의 홈런을 날렸는데 이 가운데 14개가 바로 '04년에 나온 것이었다. 오클랜드 시절의 6개는 AA 팀에서 나온 기록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는 '05 시즌 메이저리그로 승격해 다시 7개의 홈런을 날렸다. 여전히 대단한 파워를 자랑하는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이전보다는 파워가 늘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이 개막되자 그는 다시 힘을 잃기 시작했다. 5월 22일까지 그는 단 두 개의 홈런밖에는 때려내지 못했고, 타율 역시 .197에 머물렀다. 파워와 정교함이 동시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결국 그는 다시 AAA 팀으로 내려가 자신의 타격폼을 교정해야 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이번 시즌 AAA에서의 마지막 17 게임에서 무려 1.107의 장타율을 자랑하며 무력시위를 펼친 것이다.

결국 6월 3일 빅리그 팀에서 그를 다시 불렀다. 그 이후 티헨은 오늘 현재까지 .314/.389/.564의 타격 라인으로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티헨은 15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파워 상승이 단지 마이너리그에서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 낸 것이다. 더더욱 인상적인 건 홈런뿐 아니라 전체적인 장타가 늘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동안 티헨은 19개의 2루타는 물론 3루타까지 5개나 곁들였다. 달리 말해, 자신의 기존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파워를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티헨의 장점은 다름 아닌 '밀어치기'다. 좌타자인 그는 공을 좌익수쪽으로 날려 안타를 만드는 데 재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밀어치기만 해서는 장타를 날리기가 쉽지 않다. 캔자스시티 구단에서 계속 강조했던 것 역시 '당겨치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었다.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티헨이 배우고 돌아온 것 역시 바로 그것이었다. 그 결과 티헨은 스프레이 히터로 새로 거듭날 수 있었고 구장 곳곳으로 강력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타자로 변신하게 됐다. 이제 티헨은 캔자스시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

물론 티헨의 성공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는 기다려주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오클랜드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공 신화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아직 그를 파워히터라 부르기엔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적어도 리그 평균 수준의 파워를 선보일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보인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해도 말이다.

티헨이 제이슨 지암비 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그래서 빌리 빈의 선택이 어쩌면 옳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정교한 타자의 파워는 늘릴 수 있다는 명제는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티헨의 성장은 그럼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티헨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머니볼을 읽어본 독자라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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