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My shit doesn't work in the play-offs."


제대로 붙었다. 지난 스토브리그 동안 착실하게 전력을 보강하면서 가장 강력한 월드시리즈 챔프 후보로 손꼽히던 오클랜드, 그리고 누가 뭐래도 이번 시즌 가장 어메이징한 각성을 선보인 끝에 결국 중부지구 1위를 차지한 미네소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스몰 마켓 팀'의 한계를 뛰어넘은 두 팀이 ‘06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에서 맞붙는다.



전체적인 전력을 놓고 보면 미네소타의 우위다. 아주 단순하게 볼 때도 득점은 더 많고 실점은 더 적다. 미네소타가 한층 안정된 전력을 자랑했다는 얘기다. 피타고리안 승률과 실제 승률 차이를 봐도 미네소타의 +3보다는 오클랜드의 +8이 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오클랜드의 승리가 좀더 행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즌 최종일에 지구 우승을 확정한 미네소타의 기세도 놀랍다. 올해도 오클랜드의 마법은 플레이오프에서 통하지 않을 것인가?


세이버메트릭스 전문 사이트 BaseballProspectus.com에서는 플레이오프 성공 요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1)탈삼진 능력이 뛰어난 선발 투수진 2)위기 상황 대처 경험이 풍부한 마무리 3)뛰어난 수비 능력. 말하자면 점수를 내는 것보다 점수를 주지 않는 게 단기전에서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방송 해설자들이 강조하고 야구 팬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 그대로다. 이를 한번 두 팀간 맞대결에 연결시켜 보면 어떨까?


미네소타 선발진의 K/9는 6.83으로 오클랜드(5.82)에 앞선다. 물론 삼진 역시 홈런만큼이나 구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지만 구장 효과를 반영해도 9이닝당 한 개 정도 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1)에 있어서는 미네소타가 한 수 위라는 소리다.


하지만 에이스급 3명을 놓고 보면 이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미네소타에서 가장 이닝을 많이 소화한 선발 투수 세 명의 K/9는 6.23, 오클랜드는 6.08이다. 더욱이 요한 산타나의 기록을 제외하면 사실 미네소타 삼진 능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못 된다. 리리아노의 빈자리가 커 보이는 지점이다.


마무리는 어떨까? 세이브 개수는 마무리 능력 평가에 중요한 척도가 되지 못한다. 물론 박빙 순간에서 팀을 많이 구할수록 더 훌륭한 투수인 건 맞다. 하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를 많이 펼친 팀이라면 마무리에게 많은 세이브 기회를 줄 수가 없다. 따라서 세이브 개수 이외에 다른 기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가 사용하고자 하는 지표는 Leverage Index(이하 LI)다. LI는 어느 정도 중요한 순간에 마무리 투수가 마운드에 자주 올랐는지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선발 투수들은 평균 LI 1.00을, 마무리 투수는 1.75를 기록한다. 마무리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있는 시점이 평균적인 상황보다 75% 가량 중요하다는 뜻이다.


미네소타의 마무리 조 네이선은 평균 LI 1.64를 기록했다. 오클랜드의 휴스턴 스트릿은 2.08이다. 따라서 휴스턴의 블론 세이브(10개)가 네이선(2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이유만으로 휴스턴의 가치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좀더 급박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건 휴스턴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를 어떤 식으로 극복했느냐 하는 차이는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탈삼진이다. 탈삼진은 위기에서 스스로 탈출하기 위한 최고 무기이기 때문이다. 탈삼진에 있어서는 확실히 네이선이 우위다. 게다가 전체적인 불펜진 무게감 역시 미네소타에 쏠리는 게 사실이다. 말하자면 네이선에게 위기가 곧바로 찾아올 확률이 더 적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점은 확실히 미네소타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편이 옳다.


수비는 오클랜드의 승리다. 팀 전체 수비력을 측정하는 지표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처리한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인 DER, 다른 하나는 리그 평균과 비교해 수비수들이 막아낸 점수를 보여주는 FRAA다. 이 두 지표 모두 오클랜드의 승리다. 오클랜드는 DER .694, FRAA 11로 각각 .692, 4에 그친 미네소타를 제쳤다. DER은 별 차이가 없지만 FRAA 7점 차이는 한 경기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수비 하나로 오클랜드가 미네소타를 꺾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현재 미네소타 수비진이 시즌 초반 엉성하기 이를 데 없던 그 모습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 수비 역시 확실한 오클랜드의 우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결국 전체적으로 미네소타가 더 강한 팀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단기전에서는 사소한 플레이 하나로 흐름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 그래도 더 강한 팀이 결국 승리를 낚아챈다는 전제 하에 미네소타의 승리를 점쳐본다.


  • 최종예상 ; 미네소타 3 vs 오클랜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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