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협상 과정 때마다 말 많고 탈 많던 단체협약(CBA·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이 이번에는 너무 조용하고 순조롭게 발표됐다. 2002년에는 파업 1시간 전에서야 겨우 협상에 성공했으니 이번 발표는 정말 평화로웠던 셈. EPSN 칼럼리스트 짐 케이플의 말처럼 "시카고 컵스가 월드 챔피언에 등극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이보다 더 큰 화젯거리는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 협정은 앞으로 5년 동안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12월 9일 기존 협정 효력이 상실한 뒤 2011년까지는 이번에 발표된 CBA가 노사 문제에 있어 기본 토대다. 그만큼 지난 번 협정이 선수 노조와 구단주 모두에게 고루 이득을 가져다줬다는 방증일 것이다.

아직 세부적인 협상 내용이 남아 있어, 협정 전문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요 쟁점이 된 아래 다섯 가지 사항은 기정 사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먼저 이 내용부터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사치세 

  • 사치세에 대한 팀 페이롤 상한선은 2007년 $148M, 2008년 $155M, 2009년 $162M, 2010년  $170M, 2011년 $178M을 적용한다. 상한선을 초과하는 페이롤분에 대한 세율은 1회 초과시 22.5%, 2회 초과시 30%, 3회 이상 초과시 40%를 적용한다.


    아마추어 드래프트

  •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대학 졸업생이 아닌 선수는 8월 15일 전에 계약을 끝마쳐야 한다.


    최저 연봉

  • 메이저리그 최소연봉은 금년의 $327,000로부터 2007년 $380,000. 2008년 $390,000. 2009년 $400,000. 2011년까지의 2년간은 $400,000 이상으로 적용한다.


    FA에 대한 드래프트 보상픽


  • C 타입 FA에 대한 드래프트 보상픽은 폐지된다. B 타입 FA에 대한 드래프트 픽은 다이렉트 픽에서 샌드위치 픽으로 변경한다. 2007년부터 A 타입의 FA는 포지션별로 탑 30%로부터 탑 20%로 완화되며, B 타입의 FA는 21~40%로부터 31~50%로 완화된다.


    FA 협상 마감일

  • 12월 7일까지는 전 소속팀과의 협상만 가능하며 연봉조정을 오퍼받을 경우 1월 8일까지 소속팀과의 협상만 가능하며 이 시한을 넘길 경우 5월 1일까지 권리를 잃었던 제약조건은 폐지된다. 구단들이 FA 대상자인 소속 선수에게 연봉조정을 오퍼하는 데드라인은 12월 7일에서 12월 1일로 변경되었다. 선수가 전 소속팀의 오퍼를 받아들이기 위한 데드라인은 12월 19일에서 12월 7일로 변경되었다.


    보유권 협상 마감일


  • 팀들이 40인 로스터의 미계약 선수들에게 계약을 오퍼할 수 있는 데드라인은 12월 20일에서 12월 12일로 변경되었다.

  • 당연하게 사치세는 폐지하지 않았다. 부자 팀의 돈을 걷어 가난한 팀에게 나눠준다는 취지는 확실히 그럴 듯 해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치세를 부담해야 할 구단들 - 양키스, 메츠, 보스턴, 에인절스 등 - 모두 사실 사치세 따위에 신경 쓰느라 실탄을 아낄 팀이 아니다. (아낄 수 없다는 게 좀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아마추어 드래프티들에게 계약 마감일이 정해진 건 스캇 보라스 등 특급 에이전트들의 횡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다. 협상을 오래 끌 일이 줄어 들면 신인 선수들의 연봉 역시 지금처럼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점 역시 리그의 미래를 생각할 때 바람직한 조항.

    최저 연봉 인상에 관해서는 팀마다 의견 차이를 보이겠지만, 기본적으로 구단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에서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제프리 로리아 말린스 구단주 정도. 하지만 리그 전체를 봤을 때는 꽤나 효율적인 방식이다.

    원래는 FA 드래프트 보상픽 자체가 아예 없어질 것으로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C급 선수에 대해서만 보상이 사라졌다. 이로써 특급 선수를 내줘야 하는 팀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스타 선수가 아닌 FA 자격자들 역시 새로운 팀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B 타입 FA를 영입하는 부담도 줄어 선수 이동에도 탄력을 받을 것 같다.

    협상 마감일은 전체적으로 현재보다 앞당겨진 형태. 팀을 옮기고자 하는 선수들에게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조항으로 보인다. 구단 역시 협상 시간에 여유를 얻었지만 전체적으로 구단보다는 선수에게 유리한 조항으로 보인다.

    이번 CBA에서 무엇보다 아쉬운 건 역시나 약물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는 점. 11월에만 해도 약물에 대한 사항이 이번 CBA에 포함된다는 의견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선수측 협상 대표를 맡고 있는 도널드 페어의 발언을 통해 유추해 보면 사실 구단주와 선수 노조 모두 약물 문제에 있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If a urine test is developed and scientifically validated and all the 'i's' are dotted and 't's' are crossed, there is an understanding that we will adopt that test," Fehr said. "Blood tests we will talk about when one is validated. But as far as I know, and we check fairly frequently on this, there is not that testing available yet."

    "만일 소변검사가 좀더 발달해서 과학적으로 신뢰성을 갖게 되고 모든 검사결과가 확실해진다면 그 테스트를 적용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있습니다." 라고 페어는 말했다. "혈액 테스트가 검증된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그리고 그것에 대해 우리가 체크해본 바로는 아직 그럴만한 테스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발언은 누가 들어도 거짓말이다. 올림픽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테스트를 통해 약물 검사를 시행한단 말인가? 그저 MLB는 다시 한번 약물로부터 자유보다는 흥행을 선택한 것이다. CBA는 리그의 발전을 위한 협정이 아니라 선수와 구단주 모두의 지갑을 두둑하게 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이번 CBA가 효력을 발생하면 선수 노조와 구단주 사이 관계가 더더욱 돈독해 질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둘 모두 더더욱 부자가 될 수 있는지 그 해결책을 찾았으니 말이다. 냉소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고 우리는 그저 야구를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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