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서 이긴 원고는 울상을 짓고 패한 피고는 살짝 미소를 띄우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은 상황인데도 그렇습니다.
여기서 원고는 김도훈 윤일상 씨 등 작사·작곡가 20명, 피고는 프로야구 삼성입니다.
삼성은 2012~2016년 '쇼', '슈퍼맨', '운명' 같은 노래 악곡을 일부 변형하거나 가사를 바꿔 응원가로 썼습니다.
이에 작사·작곡가 20명은 "삼성이 허락 없이 악곡 또는 가사를 변경·편곡·개사해 동일성 유지권 또는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총액 4억2000만 원을 달라"고 2018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2019년 2월 18일 삼성 손을 들어줬습니다.
음역대를 좀 높게 하거나 박자 템포를 좀 빠르게 변경한 것으로는 일반 관객이 원곡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이 판결에 원고 측은 (당연히) 항소했습니다.
1년 8개월이 지나 이 항소심 결과가 나왔습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 5부(설범식 이준영 박원철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삼성이 원고 중 15명에게 각 50~2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당초 청구액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2심 재판부 역시 동일성 유지권과 2차 저작물 작성권에 대해서는 1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성명 표시권 침해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이 한 곡당 1년에 50만 원씩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음악 저작물 사용 시간이 매우 짧아 저작권자 성명을 일일이 표시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정규 시즌 안방 경기에서 선수 입장 때 각 선수별 응원가를 부르는 건 이미 예정된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황에 맞게 전광판에 저작자 성명 또는 이명을 표시하는 게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경기 종료 후 전광판에 한꺼번에 성명을 열거하는 방식 등을 취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사정이 궁금하신 분은 1심 판결이 나왔을 때 쓴 이 포스트를 읽어 보시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