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뉴질랜드 크리스 우드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있는 한국 대표팀. 가시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문자 그대로 충격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9위 한국은 22일 일본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뉴질랜드(122위)와 2020 도쿄(東京)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후반 25분 크리스 우드(30)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0-1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 경기 전까지 한국 축구 대표팀은 단 한 번도 뉴질랜드에 패한 적이 없었습니다(12승 3무).

 

A 대표팀(6승 1무)뿐 아니라 올림픽에 출전하는 23세 이하 대표팀(3승), 20세 이하 대표팀(3승 1무), 17세 이하 대표팀(1무)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승리를 거둔 뉴질랜드 대표팀. 가시마=교도(共同)

거꾸로 2008 베이징(北京), 2012 런던에 대회에 이어 세 번째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뉴질랜드는 7경기 만에 첫 승을 올렸습니다.

 

그 전까지는 6경기에서 2골을 넣는 동안 12골을 내주면서 2승 4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던 뉴질랜드였습니다.

 

대니 헤이 뉴질랜드 감독은 "확실히 역사적인 승리다. 뉴질랜드 축구 역사에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고개 숙인 한국 축구 대표팀. 가시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 이날 패배로 '올림픽 축구에서 가장 FIFA 랭킹 차이가 크게 나는 나라에 패한 팀'이라는 타이틀도 얻었습니다.

 

FIFA 랭킹 도입(1994년) 이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남자 축구 경기는 총 192경기가 열렸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랭킹 차이가 크게 나는 팀이 이겼던 건 2000년 시드니 조별리그 C조 세 번째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당시 FIFA 랭킹 71위였던 쿠웨이트가 체코(당시 4위)를 3-2로 물리쳤습니다.

 

FIFA 랭킹 67위 차이를 뒤엎는 '업셋'(upset)이 나왔던 것.

 

한국이 83위 차이가 나는 뉴질랜드에 패하면서 이제 이 기록은 2위로 밀렸습니다.

 

네, 맞습니다. FIFA 랭킹은 A 매치 경기 결과를 기준으로 정합니다. 그리고 23세 이하 대표팀이 출전하는 올림픽 축구 경기는 A 매치가 아닙니다.

 

FIFA는 대신 역대 경기 성적을 바탕으로 조별리그 경기 때 순위를 정하는 것처럼 승점 → 골 득실  → 다득점 방식으로 올림픽 랭킹을 정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번 대회 때 한국은 17위로 뉴질랜드(74위)보다 57계단 위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3세 이하 대표팀(+ 와일드 카드)이 올림픽에 참가하기 시작한 1992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이보다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패한 팀이 있었습니다.

 

바로 '축구 명가'이자 현재 올림픽 랭킹 1위인 브라질이 굴욕 주인공입니다.

 

 

2000 시드니 대회 당시 올림픽 랭킹 4위였던 브라질은 조별리그 D조 경기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당시 65위)에 1-3으로 패했습니다.

 

이어 8강에서도 당시 올림픽 랭킹 66위였던 카메룬에 골든 골을 허용하면서 1-2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 두 경기 다음으로 올림픽 랭킹 차이를 크게 뒤집는 결과가 이번 한국-뉴질랜드 경기입니다.

 

이 경기 패배로 한국 축구는 또 영원한 친구 '경우의 수'와 만나게 됐습니다.

 

한국 축구 역사상 '경우의 수' 때문에 가장 안타까운 결과를 얻었던 게 바로 2000 시드니 올림픽이었습니다.

 

조별리그 때 역시 B조에 속했던 한국(골 득실 -1)은 칠레(+4), 스페인(+3)과 나란히 2승 1패를 기록했지만 골 득실에서 밀려 3위로 8강 진출에 실패했던 적이 있습니다.

 

과연 이번 올림픽 최종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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