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34)가 국가대표 데뷔 16년 만에 '하늘색 줄무늬의 저주'를 물리쳤습니다.
메시는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리그 우승 10회, 코파델레이(스페인국왕컵) 우승 7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3회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하늘색 줄무늬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대회에서는 '무관(無冠)의 한'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나이 제한이 있는 2005 FIFA 20세 이하 월드컵과 2008 베이징(北京) 올림픽에서 우승을 경험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습니다.
메시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이 저주가 10일(현지시간) 드디어 끝났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숙적' 브라질과 2021 남미축구연맹(CONMEBOL) 선수권대회(코파아메리카) 결승전을 치렀습니다.
2007년 베네수엘라 대회 이후 14년 만에 코파아메리카 결승전에서 만난 두 팀은 경기 시작 후 22분 동안 0-0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이 균형을 깨뜨린 건 이 대회서 1골도 넣지 못했던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앙헬 디마리아(33·파리 생제르맹)였습니다.
디마리아는 로드리고 데 파울(27·우디네세)이 아르헨티나 진영에서 길게 넘긴 공을 받아 브라질 골키퍼 에데르송(28·맨체스터시티)의 키를 넘어가는 왼발 칩슛으로 연결하면서 이 대회 첫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나머지 68분 동안 이 점수를 잘 지켜 결국 1-0 승리를 거두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코파아메리카 우승을 차지한 건 1993년 에콰도르 대회 이후 이번이 23년 만에 처음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우승으로 통산 15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우루과이와 함께 코파아메리카 최다 우승국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메시는 결승전에서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앞선 6경기에서 4골, 5도움을 기록하면서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상, 도움상을 모두 차지했습니다.
메시가 코파아메리카 결승전 무대를 밟은 건 이번에 네 번째.
2007년에는 브라질에 0-3으로 무릎을 꿇었고 2015년과 (코파아메리카 창설 100주년을 맞아 미국에서 열린) 2016년 대회 때는 두 번 모두 승부차기 끝에 칠레에 패했습니다.
특히 2016년에는 승부차기 첫 키커로 나선 메시가 실축을 저지르면서 패배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실축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메시는 이 경기가 끝난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까지 직접 설득에 나선 끝에 메시는 대표팀에 돌아왔지만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아르헨티나였습니다.
러시아에서 열린 2018 FIFA 월드컵 때는 프랑스에 3-4로 패해 16강에서 탈락했고, 2019 코파아메리카 때도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0-2로 패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연도 | 라운드 | 상대 | 점수 | 결과 | 메시 기록 |
2007 | 결승 | 브라질 | 0-3 | 패 | 2골 |
2011 | 8강 | 우루과이 | 1-1 (승부차기 4-5) | 패 | 3도움 |
2015 | 결승 | 칠레 | 0-0 (승부차기 1-4) | 패 | 1골 3도움 |
2016 | 결승 | 칠레 | 0-0 (승부차기 2-4) | 패 | 5골 4도움 |
2019 | 준결승 | 브라질 | 0-2 | 패 | 1골 1도움 |
2021 | 결승 | 브라질 | 1-0 | 승 | 4골 5도움 |
메시는 코파아메리카 34경기에서 총 2907분을 뛰고 나서야 겨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다음 대회가 열리는 2024년에는 서른일곱 살이 되기 때문에 메시에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코파아메리카 우승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대신 메시에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퀘스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FIFA 월드컵 정상에 오르는 것.
연도 | 라운드 | 상대 | 점수 | 결과 | 메시 기록 |
2006 | 8강 | 독일 | 1-1 (승부차기 2-4) | 패 | 1골 |
2010 | 8강 | 독일 | 0-4 | 패 | 1도움 |
2014 | 결승 | 독일 | 0-1 | 패 | 4골 1도움 |
2018 | 16강 | 프랑스 | 3-4 | 패 | 1골 2도움 |
아르헨티나가 FIFA 월드컵 정상을 차지한 건 1986 멕시코 대회가 마지막입니다.
메시는 2014년 브라질 대회 때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끌었지만 독일에 0-3으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당시 결승 장소가 바로 이날 우승을 차지한 마라카낭 경기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