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어느덧 올해 프로야구도 전체 일정 가운데 3분의 1 이상(36.5%)을 소화했습니다.


올해 프로야구에서 나타난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변화는 2번 타자 타격 기록입니다.


올해 2번 타자로 경기에 나온 타자들은 OPS(출루율+장타력) .812를 치고 있습니다.


3번(.895), 4번(.84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숫자입니다. 그러니까 5번(.775)보다 2번이 OPS가 더 높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이제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클린업 트리오'는 3~5번이 아니라 2~4번인 셈입니다.


당연히 옛날 기록과 비교하면 재미있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2005년 2번 타자는 조정 OPS(OPS+) 91을 기록했습니다.


리그 평균(100)보다 9% 못 치는 타자가 2번 타순에 들어갔던 것. 이제 2번 타자 OPS+는 107입니다.


이 기간 이렇게 OPS+가 크게 올라간 타순은 2번 자리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2번 타순이 강해지면서 희생번트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2005년 리그 전체 희생번트는 704개였고 그 중 30.3%에 해당하는 213개가 2번 타자 몫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이 비율은 8.6%(162개 중 14개)로 줄었습니다.


대신 홈런 점유율은 6.1%에서 11.9%로 늘었습니다.


희생번트가 제일 많이 줄어든 자리가 2번 타순이고, 홈런이 제일 크게 늘어난 자리도 2번 타순입니다.


요컨대 2번 타자 'Job Description'이 변한 겁니다.



사실 2005~2019년 팀별 득점을 따져 보면 2번 타자 OPS가 득점에 끼치는 영향이 제일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번 타자 영향력은 9번 타자 자리를 제외하면 나머지 7개 타순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납니다.


9번 타자가 2번 타자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건 아마도 '9번 타자조차 강한 팀' 현상이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맨 마지막 타순은 원래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수'가 들어서는 자리니까요.



마찬가지로 4번 타순 역시 3번 타순과 비교할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이번 시즌처럼 3번 타자가 4번 타자보다 잘 치는 게 꼭 좋은 일이 아닐지도 모르는 겁니다.


사실 3번 타자는 2번 타자에 이어 OPS+가 크게 오른(107 → 117) 자리입니다.


그렇다고 3번 타자가 4번 타자보다 잘 치는 게 이 기간 동안 올해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2006년(114 vs106)에는 확실히 그랬고, 2013년(111 vs 110)에도 굳이 따지자면 그랬습니다.



2년 전 2번 타자를 주제로 '베이스볼 비키니'를 쓰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에서도 2번 타자 홈런왕을 보게 된다 해서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라는 문장으로 글을 끝낸 적이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현재 홈런 1위 로하스(30·KT·19개)는 올해 2번 타자로 출전한 적이 없습니다. 2위 나성범(31·NC·15개)도 마찬가지.


그래도 혹 압니까. 내년에는 정말 2번 타자 홈런왕을 볼 수 있게 될지 말입니다.


제목에 (2)가 붙은 건 주제는 살짝 다르지만 2번 타자를 소재로 2005년에 남긴 포스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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