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은퇴 투어' 찬반 논란에 휘말린 프로야구 LG 박용택. 동아일보DB


참 이해하기 힘든 논란입니다. 


먼저 OSEN 기사부터 보겠습니다.


LG 트윈스 박용택(41)의 은퇴투어가 의외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LG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 7일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박용택의 은퇴투어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략)


그런데 LG팬들 제외한 9개 구단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박용택의 은퇴투어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아니라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용택을 향해 은퇴투어까지는 아니라는 분위기다.


프로야구 역대 최다 안타 주인공 LG 박용택. 동아일보DB


박용택은 LG에서만 19년 동안 뛰면서 통산 2478안타를 남겼습니다. 


어떤 프로야구 선수도 이보다 안타를 많이 치지는 못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한국 야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지 않나요?


홈런왕 이승엽(44·전 삼성)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고 안타왕은 아닌 건가요?


개인적으로는 리그 최다 안타 타이틀 홀더라는 이유 딱 하나만으로도 은티 투어를 진행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꾸준히 또 성실하게 리그 활동을 이어왔다는 뜻이니까요.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LG 박용택. 동아일보DB


그리고 선수협회와 LG에서 진행하겠다는 행사는 그냥 '프로야구 선수 은퇴 투어'일 뿐이지 않나요? 


꼭 국가대표 성적까지 따져야 할 필요가 있나요?


자기 포지션에서 최고는 아니더라도, 그래서 국가대표 출전 경험이 적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상위권 선수로 자기 자리를 지킨 것도 의미 있는 일 아닌가요?


2012년 은퇴 투어 때 샌디에이고 구단으로부터 서핑 보드를 선물 받은 치퍼 존스. 동아일보DB


제대로 된 타이틀이 없다고요?


메이저리그 선수 은퇴 투어 원조로 손꼽히는 치퍼 존스(48) 역시 타격왕 한 차례(2008년)를 제외하면 주요 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없습니다.


우승 경험이 없다고요?


류현진(33·토론토)도 한화를 한국시리즈 챔피언으로 만든 적이 없으니 '급'이 떨어지는 투수인가요? 


그냥 싫은 이유를 찾으려다 보니 이런 이유가 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2009년 당시 LG 박용택(오른쪽). 동아일보DB


박용택은 30대 이후에 오히려 기량을 끌어올린 특이한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리그 데뷔 5년차까지 박용택과 가장 비슷한 기록을 남긴 선수는 SK 김재현(45)이었습니다.


'세이버메트릭스의 아버지' 빌 제임스가 고안한 유사도 점수(Similarity Scores)를 계산해 보면 당시까지 두 선수성적은 1000점 만점에 960점을 받을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지난해까지 다시 계산을 해보면 이제 박용택과 가장 닮은 선수는 한때 팀 동료이기도 했던 이진영(40) 현 SK 코치입니다.


단, 두 선수가 닮은 정도는 857점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박용택과 가장 비슷한 선수 톱10
 순위  이름  (은퇴)  포지션 (통산)  유사도 점수
 ①  이진영  KT  외야수  857
 ②  장성호  KT  1루수  840
 박한이  삼성  외야수  840
 ④  정성훈  KIA  3루수  823
 이병규  LG  외야수  823
 ⑥  홍성흔  두산  포수  808
 ⑦  김주찬  KIA  외야수  771
 ⑧  송지만  넥센  외야수  768
 ⑨  김재현  SK  외야수  766
 ⑩  양준혁  삼성  지명타자  755


'큰' 이병규(46)가 이진영과 943점, 김주찬(39)과 913점 수준으로 닮았다는 걸 생각하면 박용택-이진영 사이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박용택이 독특한 커리어를 쌓아 왔다는 의미입니다.


박용택이 다른 팀 안방 구장 8곳을 마지막으로 방문할 때 따뜻한 박수가 오래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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