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한화가 18연패를에서 탈출하는 끝내기 안타 장면. KBSN 화면 캡처


1년에 몸값 10억 원을 받는 선수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 어려운 걸 최저 연봉(2700만 원) 선수가 해냈습니다.


2014년 2차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뒤에서 두 번째로 지명을 받은 노태형(25)이 주인공.


노태형은 14일 프로야구 대전 경기 1차전에서 9회말 2사 2, 3루에 타석에 들어서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가르는 끝내기 안타를 쳐냈습니다.


그러면서 한화는 두산을 7-6으로 물리치고 지난달 22일 NC전 이후 19경기 만에 승리를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18연패는 한국 프로야구는 물론 일본 프로야구(1998년 지바 롯데)에서도 최장 기록이었습니다.


▌프로야구 15연패 이상 팀
 연패  구단  연도  첫 패  마지막 패  승리팀
 18연패  한화  2020  5/23(NC)  6/12(두산)  두산
 삼미  1985  3/31(롯데)  4/29(롯데)  MBC(현 LG)
 17연패  쌍방울  1999  8/25(LG)  10/5(LG)  LG
 16연패  KIA  2010  6/18(SK)  7/8(두산)  한화
 롯데  2002  6/2(한화)  6/26(LG)  LG
 15연패  롯데  2003  7/8(현대)  8/3(LG)  한화
 태평양  1993  8/7(OB)  8/26(삼성)  LG


그러니까 만약 한화가 이 경기에서도 패했다면 아시아 야구 최다 연패 장본인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


대만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15연패 이상이 나온 적이 없습니다.


싱농(興農·현 푸방)이 2011, 2012년에 걸쳐 기록한 14연패가 대만 프로야구 최장 기록입니다.


20세기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는 필라델피아가 1961년 23연패를 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18연패에서 탈출하는 끝내기 안타를 때린 노태형(왼쪽). 대전=뉴스1


노태형은 프로 데뷔 7년차였던 지난달 20일이 되어서야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무명 선수입니다.


이 끝내기 안타를 치기 전까지 노태형이 1군 무대에서 기록한 안타는 두 개가 전부였습니다.


물론 1군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노태형은 경기 후 "마지막 타석에 섰을 때 '팬들에게 기억되는 선수가 되자'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꿈꿔온 순간이 현실로 다가온 게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계속해 "(지난해 10월) 교육리그 때 이용규(35) 선배와 방을 함께 쓰면서 많이 배웠다. 타격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자평했습니다.


그리고는 "올해 1월에도 이 선배와 따로 같이 훈련했다. 그때도 이 선배가 숙식을 해결해 주셔서 참 고마웠다"고 말했습니다.


14일 1차전 시작을 앞두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한화 선수단. 대전=뉴스1


서스펜디드 게임도 한화 연패 탈출을 도왔습니다.


원래 이 경기는 13일 막을 올렸습니다.


두산 선발 투수가 유희관(34)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산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상황.


그러나 한화가 3회말 공격일 진행하던 도중 빗줄기가 굵어지는 바람에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게임 선언이 나왔습니다.


결국 두산은 제일 믿을 만한 '토종 선발'을 이 경기서 2이닝밖에 쓰지 못하면서 결국 경기도 내주고 말았습니다.


상대팀이 15연패 이상 기록 중인 상황에서 두산이 경기를 내준 건 전신 OB 시절을 포함해 이 경기가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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