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19~2020 시즌 프랑스 볼레로에서 활약한 안나 라자레바. 유럽배구연맹(CEV) 홈페이지


1순위 선수는 이미 예상이 끝난 상태였습니다.


이 선수를 뽑을 수 있는 지명권을 어느 팀이 차지할 것인지만 남았던 상황.


결국 이 행운을 차지한 건 IBK기업은행이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4일 열린 2020~2021 프로배구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안나 라자레바(23·러시아)를 지명했습니다.


라자레바는 2019~2020 시즌 프랑스 볼레로에서 뛰면서 445점으로 리그 득점 2위에 이름을 올린 오른쪽 공격수입니다.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안나 라자레바를 지명한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프로배구는 신인 선수와 외국인 선수 모두 추첨을 통해 지명 순서를 결정합니다.


추첨 기구에 이전 시즌 성적이 나빴던 팀은 구슬을 많이 넣고 좋았던 팀은 적게 넣어서 구슬이 나오는 대로 지명을 하는 방식입니다.


6위 5위 4위 3위 2위 1위
30개
25%
26개
21.7%
22개
18.3%
18개
15%
14개
11.7%
10개
8.3%


IBK기업은행은 2019~2020 시즌 정규리그 5위로 원래 2순위 예상이었지만 실제로는 첫번째 지명권을 차지했습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외국인 선수 지명회의(드래프트) 장소도 어느 체육관이 아니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리베라호텔이었습니다.


이렇게 '비대면' 방식으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게 되면서 소위 '이름값'이 외국인 선수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꾸준히 러시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라자레바가 1순위 후보 0순위로 꼽혔습니다.


"1순위와 2순위 차이가 2순위와 꼴찌 차이보다 크다"는 게 배구계 중론일 정도였습니다.


미국 캔자스대 재학 시절 켈시 페인. 캔자스대 홈페이지


지난 시즌 최하위 한국도로공사는 2순위도 아닌 3순위 지명권을 따내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2순위 지명권을 뽑은 KGC인삼공사가 이미 디우프(27·이탈리아)와 재계약을 천명한 상태였다는 것.


원래 라자레바에 이어 2순위로 평가를 받았던 건 헬렌 루소(29·벨기에)였지만 한국도로공사 선택은 켈시 페인(25·미국)이었습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우리 팀에 필요한 건 높이였다. 루소는 일단 레프트 자원인데다 블로킹에서 단점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페인은 점프가 상당히 좋다. 높은 타점으로 공을 때릴 수 있는 선수였다"고 덧붙였습니다.


페인은 이날 영상 통화를 통해 "라이트로 자리를 잡기 전 다섯 시즌 동안 센터로 뛰었다. 블로킹에서도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상대 서브를 받고 있는 헬레네 루소. 루소 페이스북

  

루소는 대신 현대건설에서 지명을 받았습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였던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에 앞서 5순위 지명권을 받았습니다.


GS칼텍스가 원래 확률대로 4순위 지명권을 받았는데 이 팀 역시 러츠(26·미국)와 재계약하기로 결정한 상태였습니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원래 생각했던 선수다. 만족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루소는 지난 시즌 터키 뉠루페르에서 뛰면서 총 득점 2위(377점)에 오르며 베스트 레프트 한 자리를 차지한 선수입니다.


루시아를 다시 지명한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 한국배구위원회(KOVO) 제공


김연경이 복귀할 확률이 높아 지금 외국인 선수가 중요한 게 아닌 흥국생명은 마지막 지명권을 얻어 지난 시즌 함께 한 루시아(29·아르헨티나)를 다시 지명했습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운 좋게 앞 순위 지명권을 얻지 않는 한 루시아를 다시 선택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 재계약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보류권'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니까 앞 순번에서 이 선수를 지명하면 그 선수를 보내야 하는 것.


대신 이번 경우처럼 원래 선수를 다시 지명했을 때는 각 규정에서 다시 1년차 선수 기준을 적용하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재계약에 성공한 디우프와 러츠는 2020~2021 시즌 연봉으로 21만 달러를 받지만 재지명을 받은 루시아는 16만 달러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다음 시즌 V리그에 첫 선을 보이게 된 세 선수 연봉 역시 16만 달러입니다.


▌2020~2021 시즌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결과
 순위  예상  구단  이름  키(㎝)  국적  나이  포지션
 ①  ②  IBK기업은행  안나 라자레바  190  러시아  23  라이트
 ②  ③  KGC인삼공사  디우프 (재계약)  202  이탈리아  27  라이트
 ③  ①  한국도로공사  켈시 페인  191  미국  25  라이트
 ④  ④  GS칼텍스  러츠 (재계약)  206  미국  26  라이트
 ⑤  ⑥  현대건설  헬렌 루소  187  벨기에  29  레프트
 ⑥  ⑤  흥국생명  루시아 (재지명)  194  아르헨티나  29  라이트


참고로 라자레바는 여자부 첫 번째 러시아 선수고, 루소는 첫 번째 벨기에 선수입니다.


+


예전에는 시즌마다 남녀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결과를 따로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남자부 드래프트 당일 드래프트 기사는 물론 프로야구 기사까지 함께 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제야 뒤늦게 결과만 표로 정리해 남겨 놓습니다.


▌2020~2021 시즌 남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결과
 순위  예상  구단  이름  키(㎝)  국적  나이  포지션
 ①  ②  KB손해보험  노우모리 케이타  206  말리  19  라이트
 ②  ③  삼성화재  바토즈 크라이첵  207  폴란드  30  라이트
 ③  ⑦  우리카드  알렉스 (복귀)  200  포르투갈  29  레프트
 ④  ⑥  대한항공  비예나 (재계약)  194  스페인  27  라이트
 ⑤  ①  한국전력  카일 러셀  205  미국  27  라이트
 ⑥  ④  OK저축은행  미하우 필립  197  폴란드  26  라이트
 ⑦  ⑤  현대캐피탈  다우디 (재계약)  201  우간다  25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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