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제갈우덕전(傳)


아주 일부 사람들 코드에만 맞을지도 모르는 유머 글입니다. 기록 저장용 차원에서 블로그에 남겨 놓습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2019~2020 우리카드 선수단. 우리카드 제공


그 옛날 우리국에 재상 우덕이 있었다.


우덕은 삼성국 출신 상우를 왕으로 옹립, 그와 도모해 중장군 상하를 삼성국으로 보내되 삼성국 사령관 광우를 사로잡았다.


이후 삼성국은 몰방계(沒放計)을 잃었으니 후대에 이를 일러 공심위상(攻心爲上·상하로 심장을 공격한다)이라 하더라.


상하는 삼성국에서 혼례 준비에 바쁘다는 소문만 무성한 채 손에 걸리는 공을 찾지 못하고 위 아래 오르락 내리락 반복만 하니 이를 낙불사구(樂不思球·즐거움에 빠져 공을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후 우덕은 상우를 폐한 뒤 전기국 출신 영철을 옹립하며 악아매주(惡我每珠·매일 나쁜 짓을 하나씩 도와주는 구슬)를 선물로 안기었다.


그때 덕국 출신 좌장군 다이수(多以手·손으로 많은 공을 때리고 또 때리는 선수)를 빼앗길까 두려워하던 삼성국 왕 진식도 함께 기뻐하는 것이었다.


악아매주를 선아매주(善我每珠)로 바꾸며 솜씨를 증명한 영철은 멀리 계장(鷄欌)에서 숨 죽이고 있던 기복을 천하 최고 좌장군으로 키운 뒤 경복이라는 이름을 내리었다.


이에 경복은 영철에 충성을 맹세하며 우리국에 눌러 앉기로 다짐하는 것이었다.


경복이 마땅히 몸을 맡기리라 기다리던 전기국에서는 황급히 삼성국 우장군 철우에게 오보배이(伍補倍梨·전기국 사람 다섯 명을 배불리 먹이고도 두 배가 남을 과일)를 바쳤다.


철우는 "중장군 상하는 어디로 갔는지 개문읍도(開門揖盜·문을 열고 도둑을 맞다)하는 진식 밑에서 중장군 노릇까지 겸하기도 지쳤소. 다시 우장군만 시켜준다면 내 얼마든 몰방계를 펼쳐 보이겠소"라며 말을 서둘러 전기국으로 몰았다.


이에 삼성국 백성들은 "이제 겨우 새 왕을 도리상영(倒履相迎·너무 '부뉘기'가 좋은 나머지 신발을 거꾸로 신고 손님을 맞다)하려 했는데 남은 장수가 없다. 책사 재헌도 우리국으로 건너간 지 오래"라며 한탄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게 삼성국에 돈(豚) 가뭄이 찾아들어 식소사번(食少事煩·먹을 것은 적은데 할 일은 많음)해야 하기 때문이더라.


강호에서는 이 모든 일 배후에 우덕이 있다 했다.


그러나 정작 우덕은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불가강야(不可强也)'라며 '일을 꾸미는 건 사람이 하는 일이지만 이루어지는 건 하늘에 달렸다. 억지로 되지 않는다'면서도 얼굴에 짐짓 미소가 번지는 것이었다.


우덕의 소식을 들으신 배황(排皇)께서는 크게 웃으시며 "현대국에서 녹을 받던 시절 삼성국 때문에 우덕이 고생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노라"시며 "우덕은 계획이 다 있었구나. 이제야 우덕이 뜻을 이뤘구나"라고 하시었다.


그러면서 본디 변(卞)족 출신인 우덕에게 '제갈'이라는 성(姓)을 하사하시었다. 그가 바로 제갈우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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