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아바나에서 '베이스볼5' 경기 중인 소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홈페이지
고무공을 가지고 야구 형식으로 하는 아이들의 놀이. 투수와 포수가 없이 한 손으로 공을 공중에 띄워 다른 손으로 그것을 친다.
이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이라면 이 놀이가 뭔지 다들 잘 알고 계실 터. 여러분 동네에서는 이 놀이를 뭐라고 불렀나요?
사실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목에서 보신 것처럼 이 '주먹 야구'에는 이제 '베이스볼5'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놀이가 아닙니다. 이 베이스볼5는 2022 다카르 유스(청소년) 올림픽 정식 종목이기도 합니다. 정식 종목이라는 건 제대로 된 규칙도 있다는 뜻이겠죠?
베이스볼5 경기 때는 각 팀에서 5명이 나와 (일단) 5회까지 경기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이름이 베이스볼5입니다.
베이스볼5 수비 포지션.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유튜브 캡처
수비 포지션은 기본적으로 1, 2, 3루수, 유격수, 미드필더로 구분하지만 전술에 따라 원하는 곳에 서서 경기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수비수는 맨 손으로 공을 처리해야 합니다. 글러브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반칙입니다.
타순에 다섯 명이 들어선다는 건 2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는 타석에 들어서야 할 타자가 여전히 3루에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때는 3루 주자가 타석으로 향하고 나머지 주자가 한 베이스씩 진루합니다. 1루에는 임시 대주자가 들어갑니다.
베이스볼5는 성별 구분 없이 팀을 이룰 수 있습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홈페이지
임시 대주자를 둘 수 있다는 건 교체 선수가 있다는 뜻. 한 팀 정원은 교체 선수 3명을 포함해 총 8명이고 혼성으로 팀을 꾸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승인을 받은 단체 종목 중 남녀가 한 팀에서 뛸 수 있는 건 베이스볼5가 유일합니다.
혼성 경기 때 수비 팀은 반드시 같은 성별 선수를 두 명 이상 경기장에 내보내야 합니다. 공격할 때는 이런 제약이 없습니다.
베이스볼5 경기 장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유튜브 캡처
5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때는 '승부치기' 적용합니다. 6회에는 주자 1루, 7회에는 주자 12루, 8회부터는 주자 만루 상황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거꾸로 3회 종료 때 15점 이상, 4회 종료 때 10점 이상 차이가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5회부터는 초(初) 공격이 끝났을 때 10점 이상 차이가 나도 콜드 게임입니다.
베이스볼5도 야구와 마찬가지로 방문팀이 먼저 공격하고, 안방팀이 나중에 공격합니다.
베이스볼5 경기구. 나가세 겐코 홈페이지
베이스볼5는 쇠가죽으로 된 딱딱한 공이 아니라 고무로 된 말랑한 공을 씁니다. 무게는 84.8g이고 지름은 6.64㎝, 둘레는 20.84㎝입니다.
타자는 이 공을 들고 가로·세로 3m인 타자석에 들어서 주먹 또는 손바닥으로 공을 때립니다. 이 타자석을 벗어나 공을 때리면 타자는 아웃입니다.
타자가 때린 공이 3m를 날아가기 전에 바닥에 떨어져도 아웃입니다. 공이 파울 지역에 떨어져도 역시 아웃입니다.
만 14세 이하는 2m가 기준이며 이 선을 넘지 못하면 타격 기회를 한 번 더 줍니다. 파울을 쳤을 때도 마찬가지.
홈런도 아웃입니다. 베이스볼5 경기장은 가로·세로 18m인 정사각형 모양. 만약 공이 한 번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이 경기장 바깥으로 나갔다면 타자는 아웃입니다.
단, 수비팀 잘못으로 공이 경기장 바깥으로 날아갔을 때는 각 주자가 두 베이스 안전 진루권을 얻습니다.
야구에서 이야기하는 '페어 타구'가 나왔을 때는 야구와 마찬가지로 다음 플레이를 이어 가면 됩니다.
재미있는 건 1루가 파울 라인 안팎에 두 개라는 것. (예상하시는 것처럼) 1루만 이렇게 만든 건 수비수와 주자가 충돌할 우려가 제일 크기 때문입니다.
1루에는 또 1.5m 길이로 '오버 런'을 허용하는 안전 구역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베이스볼5 경기 장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유튜브 캡처
주먹 야구 세계의 영원한 난제, 도루는 없습니다. 만약 타자가 공을 때리기 전에 주자가 베이스를 떠나면 아웃입니다.
선행 주자를 앞질러도 아웃이고, 이미 다른 주자가 밟고 있는 베이스를 밟아도 아웃입니다. 야수와 충돌했을 때도 주자가 아웃입니다.
좁디 좁은 동네 골목이나 넓디 넓은 학교 운동장과 달리 운동장 규격이 일정하기 때문에 한 번에 어디까지 진루할 수 있는지로 다툴 필요는 없습니다.
각 주자는 야구와 마찬가지로 아웃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원하는 만큼 진루할 수 있습니다.
'골목 야구'를 즐기고 있는 쿠바 소년들.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사실 야구가 인기 있는 나라라면 어디나 이런 '골목 야구'가 존재하게 마련.
그래서 아직은 스포츠라기보다 놀이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이미 길거리 농구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고, 피구+술래잡기+격투기라고 할 수 있는 카바디는 프로 리그까지 있습니다.
그러니 언젠가 올림픽에서 베이스볼5를 보게 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닙니다.
아, 이 글을 시작한 설명문은 어쩐지 사전에서 가져온 느낌이 들지 않으십니까? 실제로 정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여러분 동네에서는 그 놀이를 어떻게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표준어로는 '찜뿌'라고 합니다. 네, '정말 저렇게 부르는 동네가 있단 말이야?'하고 생각하시는 게 여러분 혼자만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