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올해 월드시리즈 진행은 맡은 메이저리그 심판진. 휴스턴=로이터 뉴스1


심판은 룰보다는 '해당 게임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을 정하는 편이다. 스트라이크 판정에서는 심판들이 룰을 곧이 곧대로 따르는 일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심판들이 행사하는 이 특정한 재량권이 팬이나 상대 팀에게는 자의적이고 부당하게 보일 때가 곧잘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일관된 결과가 있다. 존의 크기와 위치가 규정상 아무리 바뀌어도, 또 심판들이 내리는 해석 사이에 갖가지 독창적인 긴장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심판들이 잡는 스트라이크존이 메이저리그의 평균타율을 2할6푼으로 유지시키는 결과를 내왔다니, 놀라운 일 아닌가. 이 평균은 잠깐의 예외만 제외하고 약 100년간 유지되어 왔다.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한마디로 메이저리그 심판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퍽 잘해왔다는 주장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심판은 메이저리그 심판보다도 더 정확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투구 분석 시스템이 처음 등장했던 2007년 소동이 일었습니다. 구심이 △왼손 타자와 오른손 타자 △스타급 선수와 비스타급 선수 등으로 나눠 서로 다른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했다는 게 실증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왼손 타자에게 적용하는 스트라이크 존이 더 넓었고, 스타 선수 역시 유리한 볼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심판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왼손 타자, 오른손 타자 모두 거의 똑같은 기준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습니다. 다승, 홀드, 세이브 각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투수나 그렇지 못한 투수, OPS(출루율+장타력) 3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타자나 그렇지 않은 타자 모두 스트라이크 존은 거의 똑같았습니다.

[베이스볼 비키니]스트라이크 판정만큼은 사람, 심판에 맡기자



그러나 이런 주장도 로봇 심판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나 봅니다. 메이저리그 심판진마저 로봇 심판 도입에 찬성 의사를 밝혔으니 말입니다.


AP통신은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메이저리그 심판 협회에서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가 메이저리그에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이에 대해 협력하고 지원하기로 뜻을 보았다"고 21일(현지시간) 전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심판 협회는 이날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내년부터 2024년까지 유효한 단체협약(CBA)을 새로 맺었습니다. 그러면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 개발과 실험 과정에 협조하는 건 물론 이를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사용하는 데도 동의한 겁니다.


'애틀랜틱 리그' 올스타전을 앞두고 로봇 심판 판정 결과를 전달 받을 아이폰을 살펴보고 있는 브라이언 디브라이언 심판.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독립 리그인 애틀랜틱 리그에서 반 시즌 동안 로봇 심판을 테스트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미 내년 시즌부터 하위 레벨 마이너리그에 로봇 심판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많은 이가 어드밴스트(Advanced) A 레벨에 속한 플로리다 스테이트 리그(FSL)에서 로봇 심판이 마이너리그 경기에 첫 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만약 하위 레벨에서 로봇 심판이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2021년에는 AAA에서도 로봇 심판을 보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듬해(2022년) 로봇 심판이 곧바로 '메이저리그 승격 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로봇 심판을 도입하려면 메이저리그 선수 노동조합(MLBPA) 동의가 필요합니다. 현재 MLBPA와 사무국이 맺고 있는 CBA는 2021년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새 CBA에 로봇 심판 관련 내용이 들어간다면 곧바로 로봇 심판이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설 수 있습니다.



4년 전 '베이스볼 비키니'를 쓸 때만 해도 저는 로봇 심판 반대론자였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로봇 심판이 투수가 공을 하나 하나 던질 때마다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는 데는 반대입니다.


대신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어필이 있을 때는 로봇 심판 판정 결과를 활용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비디오 판정을 내리는 데는 평균 1분 16초가 걸렸지만 어차피 공 하나 하나 투구 측정을 하고 있으니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바꾸는 데는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아, 그러려면 야구 규칙을 수정해야 합니다. 현재는 심판원이 "스트라이크"라고 불러준 것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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